총선이 끝났다. 정치권의 승패와 상관없이 언론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현직에서 적절한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바로 정치권으로 넘어가는 문제는 여야 모두에서 반복됐다. 비판 보도를 향해 징벌적 손해배상제 주장으로 맞서는 것도 낯익은 모습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까지 총선 기간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며 논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이번 선거방송심의위가 내린 결정들은 앞으로 법적 평가는 물론 끊임없이 공론장에 불려 나와 평가받을 것이다. 심의 과정에서 나온 위원들의 발언들도 마찬가지다. 비판을 무릅쓰고 그런 선거방송심의위를 구성한 곳이 바로 지금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다.
한 50대 시민이 출근길에 방송사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 입석 금지로 인한 불편을 얘기했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가 방송되자 초상권 침해라며 언론중재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방송에 내보내지 않기로 하고 인터뷰한 것을 방송했다는 것이다. 새벽같이 취재를 간 기자가 방송하지 않기로 하고 인터뷰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까? 놀랍게도 언론중재위는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신청인에 대한 사과, 150만 원 배상, 동영상 삭제”라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른바 직권조정이다.방송사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수
김만배 씨와 기자들의 거액 돈거래를 계기로 언론윤리가 다시 많이 거론된다. 많은 언론이 언론윤리의 추락을 개탄하고, 특집 보도도 했다. 그런데 이 문제에서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혹시 우리는 언론윤리 문제를 너무 ‘사건화’하는 건 아닐까?언론윤리 문제의 사건화를 걱정하는 이유는 우리가 종종 언론윤리 문제의 복잡성과 구조적 측면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사실관계가 충분히 드러나기도 전에 평가를 끝내고 금방 어딘가에서 터질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윤리 문제가 어느 언론사, 나아가 어느 언론인에게나 문제가
'취재원을 어디까지 챙겨야 하나' 고민하는 기자들현직 기자들과 언론 윤리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 현장에서 윤리적 고민을 깊게 하는 기자들이 정말 많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예민한 윤리적 감수성으로 무장한 젊은 기자들도 적잖게 만나게 된다. 그런데 가끔은 그들의 고민에 아무런 답을 줄 수가 없거나, 혹은 그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좀 다른 얘기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 어쩌면 그들에게 내가 덜 윤리적인 사람으로 비치거나, 혹은 지나치게 현실적인 사람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기본적인 양식이 있는 기자라
정답이 없는 윤리 쟁점에도 결론은 필요하다 언론윤리 문제를 다루다 보면 답이 명확한 것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얼핏 명확해 보이는 것도 원칙은 쉽지만 구체적인 사례로 가면 답을 내리는 게 간단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언론윤리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들 중에는 윤리 교육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윤리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어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치들이 충돌하는 상황을 헤쳐 나가는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어야
언론 보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국회 언론개혁특위가 진행되면서 ‘일단 멈춤’ 상태이다. 많은 언론인들과 언론학자 등이 반대했고 UN에서까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했지만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그렇게 문제가 많다고 여러 언론이 보도를 했는데도 개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생각보다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여론조사가 그렇게 정확하지 않다는 건 같은 날 발표되는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가 완전히 널뛰기를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질문을 조금만
대통령 선거 때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의 주요 선거 보도에는 항상 나타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선거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 싶으면 바로 후보들을 향한 온갖 ‘의혹’ 보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른바 ‘검증 보도’다. 하지만 상당 부분은 ‘검증 보도’를 빙자해서 사실상 언론이 네거티브 공세를 벌이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 감히 언론의 선거 관련 검증 보도를 이렇게 의심하는 이유가 있다. ‘검증’을 빙자해 보도된 내용이 정말 어떤 후보가 공직을 맡을 자격에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인지, 어느 정도나 근거가 있는지
한국 언론 시장이 정파성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은 해외에도 소문이 나버렸다. 지난해 발표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 때문이다. 이 조사를 보면 한국의 뉴스 소비자들은 자신과 같은 성향의 뉴스를 주로 본다. 언론의 독립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언론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를 점수로 매기라고 했더니 싱가포르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였다. 심지어 언론이 권력 감시를 한다는 것 자체에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있다. 언론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하나일 뿐이니 오히려 언론이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오랫동안 언론
기자에게 취재원과의 관계는 항상 고민거리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쟁점이 있지만, 이번에는 좀 상반된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자. 밥값과 사례비 얘기다. 흔히 언론인이 취재원으로부터 ‘공짜밥’을 얻어먹는 것이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기자가 접대를 받는 문제다. 반대로 요즘은 취재에 응하는 대가를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지도 쟁점이다. CCTV 영상도 구해야 하고, 이런저런 인터뷰도 해야 하는 현장 기자들의 고민이다. 여기서 원칙은 무엇일까? 기자가 취재원으로부터 접대를 받는 것은 언론의 독립성, 공정성과 관련된 것이다. 반대로 취재
평택항과 한강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두 청년의 죽음에 대한 언론 보도를 놓고 논란이다. 한 청년이 항만에서 일하다 비극적으로 숨진 것이 한강 변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던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비해 너무 소홀히 다뤄졌다는 것이다. 언론이 세상을 선택적으로, 차별적으로 바라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인들의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어떤 행동의 동기를 찾는 것은 항상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는다.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인데 일부 언론에서 유난히 많이 다루는 것도 언론
최근 예비 언론인이나 수습기자, 입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언론 윤리 강의를 할 때 ‘취재원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특히 취재원이 언론 보도를 이용하려는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언론인을 준비하거나 막 언론인이 된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보도 자체’가 아니라 제보자를 포함한 취재원이나 보도의 ‘의도’를 따지는 질문이 많아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취재원이 기자의 취재에 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예비 언론인들을 상대로 언론윤리 관련 강의를 할 때면 빼놓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언론과 시민운동, 정치의 공통점과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거다. 역시 예비 언론인들은 눈치도 빨랐다. 의외로 질문자의 의도를 잘 알아채는 사람이 많았다. 공통점의 키워드는 공익성이다. 언론이나 시민운동, 정치는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공공의 이익을 추구한다.차이는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언론은 문제를 들춰내지만 직접 해법을 내지 않는다. ‘솔루션 저널리즘’이라고, 문제를 들춰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해법을 찾는 과정을 보도가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전화 통화를 녹음해보지 않은 분이 얼마나 될까? 또 녹음을 해 본 사람 중에 ‘지금부터 녹음할게요’라고 상대에게 알려준 경우는 얼마나 될까?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보면 국내 제조사들이 대체로 80%를 넘나든다.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탑재한 제품이다. 그중에서도 한 제조사가 압도적이지만, 어쨌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아이폰과 달리 통화 녹음 기능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중에는 통화 녹음 기능 때문에 국산 스마트폰을 쓴다는 사람이 많다. 아이폰도 별도 앱을 사용하면 녹음이 가능하긴 하지만
다음의 몇 장면들이 기억날지 모르겠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던 언론은 한동안 유병언 일가를 뒤쫓았다. 유병언 일가의 도피를 돕던 여성들 얘기는 급기야 한 여성을 ‘호위 무사’로 지칭하며, “킬러 교육을 받았다”는 방송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2012년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나 일기장 등을 보도하고, 피해자의 주거지 내부를 무단 촬영한 여러 언론사들이 결국 손해 배상 책임을 졌다.자살한 정치인과 여성 연예인의 시신 운구 과정이 생중계됐고, 유가족의 비공개 요청에도 빈소를 ‘단독’ 보도한 언론이 있었다. 자살보
기자·PD들의 고민스런 속사정…‘물 먹지 말고, 제작도 잘 해야’ 시청자나 독자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기자들이 일상적으로 어떤 압박과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는지 말이다. 남들은 알아낸 것을 나만 알아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압박감. 똑같은 것을 남들은 똑 떨어지게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을 나는 밋밋하게 둘둘 말아낸 것이 아닌가 하는 스트레스. 경력이 쌓여도 이런 본질적인 부담감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현역을 떠난 지금도 느낌이 생생할 정도다. 시사적 사안을 다루는 PD들도 이런 점에서
동네북 신세가 된 저널리즘 저널리즘이 동네북 신세다. 저마다 언론이 문제라는 세상이 된 지 오래다. 외국에서 누군가 우리나라를 들여다보고 있다면 마치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가 언론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으로 언론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 언론이 처한 상황은 그 중에서도 좀 유별나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언론이 겪었던 비판과 최근 언론이 받고 있는 공격과 불신은 차원이 다르다.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기레기’라고 불리며 비판을 받은 것은 궁극적으로는 언론의 품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