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변했다. 파김치, 배추김치 등 온갖 김치를 담근다. 어린 시절 기억 속 아빠는 절대로 부엌 문지방을 넘지 않았다. 잘 차린 밥상을 받던 아빠가 요리를 했다. 한식 자격증을 따겠다며 공부도 했다. 시험은 떨어졌지만, 아빠의 도전은 이어졌다. 반찬 한 점, 국 한 모금만 입안에 넣어도 아빠의 솜씨임을 알 수 있게 됐다. 이모들이 아빠가 만든 김치와 밑반찬을 가져갔다.아빠가 부엌에 머물게 된 건 식구들이 식탁에서 사라지면서다. 엄마의 변신도 큰 몫을 했다.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하던 엄마가 모임에도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고 해외여행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는자리에서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본격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이 생산인구 감소 대응과 노후복지 차원에서 ‘고용연장’을 거론하자 일부 언론이 이를 ‘정년연장’으로 해석하며 ‘총선용 선심정책’ 등의 비판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계속고용제도'를 뜻한다고 반박했다. 이 제도는 이미 노동부가 추진방침을 발표한 것으로, 기업이 60세 이상 중고령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지원하되 재고용,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 방
2011년 IBM 인공지능 '왓슨'이 낱말 맞추기 게임에서 인간 챔피언을 이겼다. 왓슨에게 진 챔피언 제닝스는 "퀴즈 쇼 출전자는 왓슨에 의해 백수가 된 첫 번째 직업이지만, 마지막 직업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예언이 실현됐다. 인공지능은 체스 챔피언뿐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두뇌활동을 요하는 바둑 챔피언도 이겼다.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한 뒤 은퇴를 결심했다. 인공지능은 챔피언뿐 아니라 보통 사람의 자리도 대체하고 있다.인공지능이 '노동 종말' 시대를 열고 있다. 2016년 한국고용연구원은 2026년 뒤에는
모바일컴퓨터와 인공지능 등 정보기술혁명으로 뉴스 소비 행태가 달라지면서 언론 지형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주간지 <시사인>이 발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는 1위 제이티비씨(JTBC)와 3위 한국방송(KBS) 사이에서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가 2위를 차지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는 구독자가 111만 명으로 KBS 뉴스 채널 구독자 59만 명의 2배나 된다.뉴스 수용자들이 '관점'과 '흥미', '편리함'을 찾아 뉴미디어로 떠날 때, 신문과 지상파 등 ‘전통언론(Legacy Med
<키워드 하나, 국민>“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처음 국가란 존재를 느낀 건 초등학교 일학년이던 ‘2002 한일 월드컵’ 때였다. 태극전사들이 골을 넣을 때마다 부모님은 소리를 질렀고, 나도 덩달아 들떠 방방 뛰며 학교 준비물이었던 소고를 탕탕 두드렸다. 한국의 4강 진출이 확정됐을 때 아빠는 내 소고를 빼앗아 들고 아파트 베란다로 달려가 마구 두드리며 “대~한민국, 탕탕탕~ 탕탕”하고 외쳤다. 아빠 목소리는 건너편 아파트에 부딪혀 다시 메아리로 울려왔다. TV화면에는 ‘붉은 악마’들이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외신도
내가 그 ‘가족’에 속하게 된 건 스무 살 때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한 경양식 집에서 그들의 가족이 되기 위한 면접을 봤다. 나는 서빙 아르바이트 직에 합격했다. '가족 같은'이란 말은 사장의 가족이라는 뜻이었다. 계약한 근로시간은 매번 초과했다. '사장아빠'는 손님이 모두 떠난 오후 세 시에 점심을 줬다. 팔다 남은 돈까스였다. 식은 돈까스 한 조각을 우물거리다가도 손님이 오면, 메뉴판과 물 컵을 들고 재빨리 일어서야 했다. 그는 점심시간 한 시간을 근로시간에서 뺐다. 식사 시간도 일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논리였다. 알바생
"인류 역사상 입장권 사서 보는 문화상품 중에 단일 작품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디즈니가 만들었던 <라이온 킹>입니다. 2위도 뮤지컬입니다. 바로 <오페라의 유령>입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마지막 본 기록에 따르면 8조 9000억원에 이릅니다. 3위는? 3위 정도는 영화겠지? 아닙니다. 3위도 뮤지컬입니다. <캣츠>입니다. 약 8조 7000억원을 상회한다는 기록까지 봤습니다. 더 놀라운 것? 끝난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도 벌고 있습니다"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
"나는 가족 전용 현금 출납기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직장의 ‘부장님’ 얘기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저녁 없는’ 치열한 삶을 살았지만, 내 나이대 자식과는 서먹서먹하다고 했다. 용돈 줄 때 말고는 자식들과 얼굴을 마주할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대리님’은 아기가 자신을 볼 때마다 운다고 했다. 해뜨기 전 나가 밤늦게 집에 가니 아빠를 낯선 사람으로 여긴다고 했다.우리 아빠 얘기이기도 하다. 어릴 적에는 주말마다 소파에 누워 있는 아빠의 다리를 붙잡고 밖에 나가자고 졸랐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몇 시에 집에 오냐”
지난 20년간 150조원 넘게 쏟아 부었지만 한번도 역전시키지 못한 싸움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이대로 가면 0.89~0.90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가 중시하는 원인은 ‘제도권 출산’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남녀가 결혼해 혼인신고를 하고 제도권에 속해야 한다. 출산 정책이 ‘제도권 출산’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출산정책의 바탕에는 미혼모, 미혼부 등 한부모 가족이나 동거에 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능력'은 매력적인 요소다. 돈, 명예 등 자본주의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 능력을 누가 어떻게 평가할까? 한국 사회에서는 시험을 통한 경쟁으로 측정된다. 오로지 성적에 따라 그 학생에게 등급을 매기고 평가하니 무조건 다른 이보다 나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 좋은 대학이나 직업을 얻는 것이 ‘능력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그 부분에서 우월하지 못하면 실패자로 치부된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는 Mnet의 간판 예능이다
6년 남짓한 기자 생활 중 거의 매년 굵직한 기자상을, 그것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받은 사진기자. 사진취재는 물론이고 기사도 쓰며 영상도 제작하는 멀티 플레이어. 세월호 희생자 유족이 ‘우리 집 막둥이’로 부르며 빵을 챙겨주는 청년. 모두 김성광(33) <한겨레> 기자를 설명하는 말이다.화상을 입은 이주노동자를 조명한 ‘불타버린 코리안드림’으로 지난해 노근리평화상(노근리국제평화재단), 민주언론상 특별상(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상(한국기자협회) 등을 거머쥔 그를 지난 5월 3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나고 지난달 전화
내 취미는 시장 구경이다. 외국여행 때도 사지 않고 보는 ‘눈팅’을 즐긴다. 남들 다하는 ‘해외 관광명소 찍기’ 대신 무르팍 자국 난 트레이닝복을 입고 시장에 간다. 소도시에서 열리는 장은 대개 주말 공터에서 열린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 슈퍼마켓보다 싸고 신선한 먹거리가 넘친다. 주말마다 그 지역 농부가 손수 키운 작물을 소량 가져온다. 농부 겸 상인은 백인만 있는 게 아니다. 히잡을 두른 이도 있고, 나와 닮은 얼굴도 많다. 청년 상인도 보이고 연령층도 다양하다. 장바닥에 다양한 피부 냄새가 가득하다. 도시 주말 장이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