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불패] 네덜란드 ‘푸드밸리’를 꿈꾸며

▲ 신수용 기자

4차 산업혁명은 편향적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한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 가공 능력 등 새로운 직무를 요구하는데, 이 기술 습득과 적응에 성공한 숙련노동자에게만 과실이 비대칭적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개발자는 15명, 페이스북 창업자는 5명이었다. 전성기 때 15만 명 노동자가 있던 필름 제조사 코닥은 파산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규모가 이점을 차지하기보다는 디지털기술 활용과 적응에 성공한 소수 숙련노동자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는 저서 <제2의 기계 시대>에서 이를 ‘슈퍼스타 경제’라 불렀다. ‘슈퍼스타 경제’ 법칙은 농업에도 적용된다.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지 못하는 농부는 물론이고 국가의 농업도 도태될 수 있다. 한국에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농업계 슈퍼스타가 필요하다.

▲ 농업계 슈퍼스타 양성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개인 힘으로는 어렵다. 민간에서는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 Pixabay

농업계 슈퍼스타가 국가의 미래경쟁력도 좌우한다. 농업이 가진 공공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환경과 먹거리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다. 농업은 식량 자급자족을 통해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홍수를 조절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하는 환경 유지기능을 담당한다. 또 농촌공동체 유지와 전통문화 계승을 담당하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공공재다. 전문가들은 한국 농업의 공공재 역할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약 82조(2013년)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미래 경쟁력도 농업에 있다. '농업이 6차 산업'이라는 말은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이마무라 나라오미 도쿄대학교 교수가 처음 언급했다. 농업의 부가가치 유발지수는 0.7로 제조업 0.5, 기계장비 제조업 0.6보다 경제 창출 효과가 크다. 기후변화를 극복할 대안으로 떠오르는 처방 농법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상의 농법을 처방하는 정밀 농법이다. 다국적 농업기업 몬산토(Monsanto)가 이 농법으로 매년 약 25조 원의 수익을 얻는 등 세계농업시장의 10%를 차지하면서 정밀 농법 시장의 큰손이 됐다.

농업계 슈퍼스타 양성에 국가가 나서야 한다. 개인 힘으로는 어렵다. 민간에서는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한국의 농기계·기술은 선진국 수준의 40-60%다. 농민 절반 이상이 연간 농업생산물 판매이익이 500만 원 이하인 고령의 ‘영세농부’다. 설령 기업이 나서서 연구개발에 성공해도, 기술을 독점하거나 비싼 값에 보급해 농부들의 기술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외국에 기업과 기술이 매각될 위험도 있다.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농산품 수출국이다. 그 배경에는 130년간 농업을 연구∙교육하고 이를 농민들과 공유하는 OVO(연구·정보공유·교육)시스템을 구축한 국가 정책이 있다. 농업계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푸드밸리가 여기서 탄생했다. 푸드밸리에서 나오는 수익은 네덜란드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할 만치 막대하다. 농식품 분야 첨단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밀집된 도시로 이 분야 과학자 밀집도가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 농공단지 상당수가 우범지대로 전락한 것과 대조된다. 

한국이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된 것은 산업혁명에 잘 적응하고 기술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페이스북과 아마존은 온라인 플랫폼에만 매달리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바일 시장을 개척하고 아마존은 알렉사라는 인공지능비서와 무인계산대인 아마존고를 개발하는 등 변화에 대응했다. 한국농업계에도 마크 저커버그와 제프 베조스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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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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