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신수용 기자

지난 20년간 150조원 넘게 쏟아 부었지만 한번도 역전시키지 못한 싸움이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이대로 가면 0.89~0.90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가 중시하는 원인은 ‘제도권 출산’이다.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남녀가 결혼해 혼인신고를 하고 제도권에 속해야 한다. 출산 정책이 ‘제도권 출산’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출산정책의 바탕에는 미혼모, 미혼부 등 한부모 가족이나 동거에 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이 깔려 있다. 출산정책이 도덕에 좌우되고 있는 것이다.

▲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게 도와야 한다. ⓒ Pixabay

‘제도권 출산’에 초점을 맞춘 출산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혼인 등에 의한 ‘제도권 출산’ 자체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3년째 감소했지만 이혼율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아이를 갖고 싶을지라도 ‘제도권 출산’의 혜택은 받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현상의 이면에는 결혼 의사가 없는 비혼 인구 증가도 자리한다. 여기에 1인가구 수도 늘어나고 있다. 2년 뒤에는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할 만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제도권 출산’ 말고도 사실혼 등 보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제도권으로 껴안아야 한다. 특히 독신 육아를 택하는 나 홀로 엄마와 아빠를 위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국내 한부모 가족은 154만 가구다. 이들 중에는 경제적으로 힘든 상태에 놓여 있는 가구가 많다. 홀로 육아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미혼모의 55% 이상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지만, 이들을 위한 맞춤 정책과 예산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입양수출국과 낙태율 1위 통계의 바닥에는 홀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있다. 결혼과 같은 제도권 출산만 인정하는 국가는 출산율도 낮다. 한국을 비롯해 그리스, 폴란드, 터키, 일본이 그러하다. 반면 혼외자 비율이 인구의 절반 이상인 프랑스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인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는 1970년대부터 이런 출산 장려 정책을 펴 효과를 거뒀다. 누구든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편집 : 이나경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