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 신수용 기자

모바일컴퓨터와 인공지능 등 정보기술혁명으로 뉴스 소비 행태가 달라지면서 언론 지형에 ‘대지진’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8월 주간지 <시사인>이 발표한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는 1위 제이티비씨(JTBC)와 3위 한국방송(KBS) 사이에서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가 2위를 차지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는 구독자가 111만 명으로 KBS 뉴스 채널 구독자 59만 명의 2배나 된다.

뉴스 수용자들이 '관점'과 '흥미', '편리함'을 찾아 뉴미디어로 떠날 때, 신문과 지상파 등 ‘전통언론(Legacy Media)’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비욘드 뉴스>의 저자 미첼 스티븐스는 ‘지혜의 저널리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적이고(intelligent), 해석적이며(interpretive), 통찰력(insight) 있는 분석과 풍부한 정보가 담겨(informed)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illuminating) 보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언론은 스티븐스의 주문과 달리 ‘비슷비슷한 보도’ ‘붕어빵 기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너나없이 똑같은 출입처에 기자를 내보내고, 정부 부처와 재벌 대기업 등 ‘힘 있는’ 조직이 배포하는 발표 자료에 기대 제목마저 똑같은 뉴스를 쏟아낸다. 검찰과 경찰 등의 ‘입’에 매달려 종종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내용을 ‘단독’이란 문패를 달고 경쟁적으로 보도한다. 제한된 인력이 출입처라는 ‘큰 스피커’에 쏠려 있으니 한겨울에 고공농성을 벌이는 해고노동자와 복지제도의 그늘에서 절망하는 빈곤층 등 약자의 이야기는 신문방송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청년의 한숨과 자영업자의 고통에 주목하고 대안을 찾아주는 ‘쓸모 있는’ 기사도 드물다.

게다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의존하는 뉴스 유통구조는 어뷰징(과다전송) 경쟁을 불러 언론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린다. 광고단가와 연결되는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화제성 높은 사안에 비슷한 내용의 기사들을 반복 전송하는 것이 어뷰징 수법이다. ‘단독’이라는 문패를 남용하는 것도 눈길을 끌어 클릭 수를 늘리려는 의도다. 이렇게 클릭 경쟁에 쏠리다 보면 독자는 내용 없는 기사에 실망하고, 정작 깊이 있고 유용한 기사들은 구석으로 밀려 읽히지 못하는 부작용이 커진다.

▲ 영국 옥스퍼드대학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2018)’에 따르면 한국은 22개국 중 선호하는 언론사에 기부하겠다는 의사가 가장 높은 나라였고 가장 낮은 나라는 덴마크였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영국 옥스퍼드대학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2018)’를 보면, 우리나라 시민들은 ‘좋아하는 언론사가 비용을 충당하지 못한다면 기부에 참여하겠다’는 항목에서 조사대상 22개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응답률 29%로 2위인 스페인(28%), 3위인 호주·홍콩(27%)과 함께 '가치 있는 저널리즘'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탐사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는 시민의 후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언론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혁신하면 독자·시청자의 지지와 후원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전통언론들이 나아갈 길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탐사보도다. 출입처에 얽매인 취재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독자가 필요로 하는 기사를 발굴하고 심층 보도하는데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연합뉴스 등이 이미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정형화한 취재 보도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취재진은 사회 문제를 드러내고 대안을 제시하는 '솔루션(해법) 저널리즘'에 집중하는 것이 하나의 돌파구다. 이 과정에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 정돈, 분석, 시각화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노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언론개혁을 위한 도구와 수단은 이미 충분하다. '지혜의 저널리즘'을 향해 과감히 낡은 관행을 깨는, 의지와 실천의 문제가 남았다.


편집 : 신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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