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프롤로그 – 여기에 사람이 산다① 발암물질에 포위된 마을② 불덩이와 냉동고의 집③ 사라진 가축과 스러진 사람④ 오래된 가난의 삶 두 시간 간격으로 하루 여덟 번 버스가 다녔다. 마을은 종점이었다. 경북 경주시 천북면 신당3리. 경주터미널에서 출발한 버스는 사람의 흔적이 드물어질 때까지 40분 남짓 달려 ‘희망마을’에 도착했다.차량방역소를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화물트럭이 도로를 훑으며 지나갔다. 높이가 3미터(m)쯤 되는 방역소는 마을 안과 밖을 나누는 관문처럼 서 있었다. 그 옆으로 마을을 오가는 차량을 주시하는 ‘가축방역
충북 제천에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센터가 들어선다. 제천명지병원(병원장 김용호)은 24일 제천시 고암동 제천명지병원에서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센터’ 기공식을 열었다.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제천에 처음 설립되고, 심뇌혈관센터는 의료진 부족으로 지난 3월 운영을 중단한 심장혈관센터에 뇌혈관센터를 추가해 확대된다.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센터는 내년 12월 준공되어 제천과 단양을 포함한 중부 내륙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질 예정이다. 제천명지병원에 들어설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음압병상 2병상, 감
지난 8월 출간한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오월의봄) 취재팀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만나 지방대 차별과 소외 문제에 관한 생각을 물었다. 이 책은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와 단비뉴스가 '지방대 위기와 혁신'이라는 기획 시리즈로 지난 2년간 보도한 기사를 엮은 것이다. 제1야당의 30대 수장인 이 대표는 최근 ‘능력주의’와 ‘절차적 공정’ 담론을 주도하며, 공정 문제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의 주목을 끌어왔다.취재팀은 이 대표에게 지방대생이 교육 분야에서 겪는 구조적인 불공정, 즉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격차와 같은 ‘기회의 불공정’,
2016년 5월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에 높이 3미터(m)인 하얀색 손 조각상이 설치됐다. 조각상 손가락은 ‘ㅇ’과 ‘ㅂ’을 그리고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었다. 당시 홍익대학교 4학년 홍기하 씨가 만든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라는 조형물이었다. 조형물은 설치하자마자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홍 씨는 입장문에서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에 실체를 부여하고, 논란과 논쟁의 발생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각상은 설치 이틀 만에 시민 세 사람에 의해 파괴
'PD'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김태호, 나영석 PD 같은 '대 PD'를 떠올린다. 그다음은 예능이나 유튜브에 나오는 저연차 PD다. 이들은 모두 KBS, MBC, SBS, JTBC 같은 중앙방송사에서 일한다. 달리 말하면 대중은 주로 중앙사에서 일하는 저명한 PD를 기억한다. 하지만 그들이 전부가 아니다. 대중이 주목하지 않는 PD 가운데 지역방송사에서 일하는 PD가 있다. 그동안 소외되어 온 지역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고, 이 시대에 지역 콘텐츠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지역 PD에 주목하는 이유다.지난달 15일 안윤석
충청북도의 여러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들에는 없는 진료과가 많다. 단양, 괴산, 보은에는 이비인후과가 없고, 단양, 음성, 증평, 괴산, 보은, 옥천, 영동에는 피부과가 없다. 단양, 음성, 증평, 괴산, 보은, 옥천에는 분만시설이 없어서 지역민은 '원정출산'을 가야 한다. 지역에 병원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다. 민간이 적자를 보면서 병원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지역민의 건강권이다. 수요가 적어 병원이 문을 닫으면 지역민은 어쩔 수 없이 '원정진료'를 받는다.정부와 지자체들은 지역 의료격차를 메우기 위해 이런저런
충청북도는 의료 취약지다. 2017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의료실태조사'를 보면 충북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자 수'가 58.5명으로 가장 높다(전국 평균 50.4명). '치료 가능 사망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면 숨지지 않았을 사람이라는 의미다. 충북에 노령 인구가 특별히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노령 인구가 많아서 생기는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기준으로 봐도 2019년 충북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은 335.8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30.4명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사는 이애란 씨는 임신 9개월 차다. 괴산에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기 때문에 그녀는 매번 50분 씩 걸리는 거리를 다니며 정기 검진을 받았다. 차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대전에 사는 정예경 씨도 괴산에서 임신 기간을 지내면서 매번 대전으로 산부인과를 다녔다. 그녀는 저출산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병원부터 잘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흔히 지역 의료 격차를 얘기하면 노인 세대의 의료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이 겪는 의료격차는 지역에 사는 모든 세대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경쟁은 흥미롭다. 누군가와 경쟁하는 일은 긴장과 동시에 쾌락을 일으킨다. 많은 이가 게임을 하며 얼굴 모르는 상대와 경쟁을 즐긴다. 다른 이가 벌이는 경쟁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올림픽과 월드컵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스포츠 대회 관람을 즐긴다. 어르신이 많이 모이는 공원에서도 바둑 한판이 벌어지면, 그 주위에 구경꾼이 모여든다.경쟁은 승패가 명확하게 갈려야 재미있다. 시합 내내 열심히 축구공을 쫓아 뛰어다녔는데, 경기 뒤 선생님이 ‘모두가 승자’라고 선언해서 김이 빠지는 경험을 해본 이
“밥그릇 문제에서는 이념의 문제보다 누가 내 울타리 속에 있는 사람인가, 누가 내 가족인가가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4월 8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에서 ‘가족주의: 한국인의 에너지’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한국의 가족주의에 관해 본인의 경험담부터 털어놨다. 그는 ‘가족’이 한국 사회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걸 많이 느꼈다고 한다. 김 교수는 80년대 운동권 안에서도 연고에 따라 사람들 노선이 달라지는 걸 목격했다. 그는 사회과학자로서 한
촛불이 만들어 낸 정치혁명2016년 10월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순례길에서 만난 29살 형이 한국 소식을 전해줬다. JTBC가 최순실 씨가 쓰던 태블릿 PC를 입수해서 보도했고, 분노한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몰려나왔다는 이야기였다. 두 달 가까이 유럽에 있던 나는 무덤덤했다. 세월호 참사, 국정교과서 사태, 위안부 문제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사안마다 시민이 분노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11월 중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정치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던 친구가 술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새해 벽두를 뜨겁게 달구던 ‘사면론’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7년 2월 17일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5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지만, 지난 1월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다. 재수감 직후에도 ‘이재용 사면론’은 있었다.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 및 가석방 국민청원, 부산 기장군수 호소문 등이 있었지만, 한 달 사이 제기된 사면론만큼 크지 않았다
3년 전, ‘한국CLC’(Christian Life Community)라는 가톨릭 단체에서 진행하는 ‘목요신학강좌’를 들었다. 6주차 강의가 끝날 무렵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강사에게 질문했다.“신부님들, 정치적인 이야기 좀 안 하시면 안 되나요?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는데, 기분 나빠요.”그날 강의 주제는 교회와 사회의 관계였다. 1년쯤 뒤, 동아리 선배한테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정의구현사제단인가? 그거 성당 맞지? 야, 신부들 그렇게 정치색 드러내도 돼?”성당에 다닌다는 말을 했을 뿐인데, 선배는 나한테 화풀이를 했다.
인천 계양산에 개 158마리가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동물권단체와 시민이 모여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들입니다. 시민들은 시민단체를 결성하고, 개농장을 보호소로 바꿨습니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개들은 하나둘씩 입양되었습니다.문제가 있습니다. 보호소가 있는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입니다. 지난달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계양구청은 ‘계양산 보호소’ 강제 철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시민단체는 이에 맞서 견사를 유기동물보호시설이나 사설보호소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계양산 보호소’를 둘러싼 갈등에는 롯데까지 얽혔습니다. 보호소가 있는 땅이 롯
초등학생 때 텔레비전에서 ‘스크린 쿼터’라는 말을 들었다. 자국 영화 의무 상영 제도를 말한다. 2006년 1월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연간 국내 영화 상영일 수가 146일에서 73일로 줄었다. 스크린 쿼터 축소는 미국 정부의 요구였다. 영화계는 반발했다. 영화배우 안성기 씨가 마이크를 잡은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한국 영화가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오늘날에는 먼 이야기로 들린다.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27편 중 19편이 국내 영화다. 2018년 기준 국내 영화 점유율은 50.9%다. 국내 시장에서 한국
“기본소득에는 여러 가지 성격들이 있죠. 예를 들면 소득재분배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어떤 분들에게는 증세를 위한 수단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탄소세와 연동된 탄소세 기본소득 같은 경우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저는 기본소득이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지난해 1월 ‘평균연령 27세의 정당’으로 탄생한 기본소득당의 용혜인(30) 의원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굉장히 간단한 아이디어이면서도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데 효과적’이
꼭 하나가 남는다치킨 한 조각이 남았다. 중학교 동창 모임, 네모난 나무 테이블에 나까지 넷이 앉아 있다. 술은 방금 시킨 소주가 2병, 마시던 맥주가 반 병 남았다. 맞은편 친구가 소주잔을 든다. 곧바로 나머지 세 사람 손이 소주잔을 향한다. 짠. 안주는 기본으로 나온 마카로니 뻥튀기와 먹다 남은 치킨무다. 친구가 “사장님”을 외친다. “여기 뻥튀기랑 치킨무 좀 더 주세요.” 누구도 한 조각 남은 치킨에 손대지 않는다. 치킨 한 조각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남아 있다.딸기 하나가 남았다. 큰 고모 식구와 만난 가족 모임,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