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지난 2021년 <단비뉴스>는 1천여 건의 기사, 다큐멘터리, 칼럼을 보도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았거나, 독자들께 다시 한번 추천할 만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언론계가 인정한 단비, 대외 수상·공모 선정만 8차례먼저, 한국 언론계가 공식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지난 1월, <단비뉴스>의 ‘불안정 노동자 두 번 울리는 산재보험’(김정민·윤상은·이나경 기자, 윤재영 PD) 기사가 뉴스통신진흥회가 주최한 제3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
언론에 관한 시민들의 불신이 커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취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이 있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1967년부터 그 해의 좋은 언론 보도를 찾아 상을 주고 있는데 바로 ‘한국기자상’이다.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상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대상과 함께 취재보도부문, 경제보도부문, 기획보도부문 등 7개 부문에서 상을 수여한다. 2017년 <한겨레>가 보도한 ‘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 기획 기사는 그 해 제49회 한국기자상 기획보도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공식 심사평에서는 이 기사를 이렇게
지난 12일, 충북 제천시 ‘문화의 거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시민을 위한 비대면 문화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본공연은 오후 3시부터이지만 12시 무렵부터 10여 명 넘는 인원이 분주하게 마이크, 카메라 등 여러 가지 무대 공연장치와 영상 송출장비를 준비하는 등 제천시민을 위한 ‘유튜브 라이브 문화다(多)방 프로젝트’ 행사 준비로 땀 흘리고 있었다. ‘문화다방’은 제천문화재단이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활동이 어려워진 지역 문화∙예술인과 ‘코로나 우울’로 몸과 마음이 지친 시민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다
초록이 짙은 지난 5월, 산 넘고 물 건너 작은 책방에 도착했다. 좁고 굽이진 산길을 따라 올라가 도착한 이 책방은 충북 제천시 덕산면 신현2리 월악산 자락에 있다. 용바위 마을로 불리는 이 마을에는 약 80가구가 산다. 주민 대부분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다. 마을 인구는 100여 명 정도다. 대부분은 사과나 브로콜리, 치커리 같은 양채 농사를 한다. 전형적인 농촌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이 마을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뒤 도시에 나갔다 다시 돌아온 30·40대 주민 10여 명이 살고 있다. 농촌치고는
‘자연치유도시’를 표방하는 충북 제천시는 매년 관광객만 수백만 명이 방문한다. 제천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도시로서 특히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등 ‘제천 10경’이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무리하게 산을 깎아 택지를 조성해 집을 짓거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난개발이 성행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제천시 난개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단비뉴스> 취재팀은 지난 4월 21일부터 약 한 달여에 걸쳐 제천시 곳곳을 다니며 취재했다. “요즘 저렇게 산 깎아낸 곳이 많아. 볼 때마다 안타깝지. 제천의
지난 가을,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였다. 사실 그 몇 달 전 어느 여름날, 텁텁한 공기가 답답해 외출하면서 기분 전환도 할 겸 봉숭아 물들이기 키트를 하나 샀다. 막상 집에 돌아와 봉숭아 물을 들이려고 하니 귀찮고 괜히 망설여져서 키트를 책상 한 쪽으로 치워버렸다. 몇 달 뒤 영상 편집 실습 촬영을 핑계 삼아 열 손가락 모두 봉숭아 물을 들였다.‘물들인다’는 것은 기억하겠다는 말과 같다. 물들어 가는 건 한순간이지만 순간의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초가을 붉게 물들인 손톱의 흔적은 해를 넘기고 눈이 하얗게 땅을 뒤덮을 때까지
대학 2학년 때 처음 인생에서 방황을 겪었다. 남자 친구 대부분은 군대에 갔고 뚜렷한 목표도 없이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다. 이른바 ‘대2병’에 걸렸던 걸까? 2019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6명은 자신이 ‘대2병’에 걸렸다고 답했다. ‘대2병’은 대학 2학년이 앓는 병을 뜻하는 말로, 대학생이 진로와 취업 걱정 등으로 자존감이 떨어지는 증상을 겪는 것이다. 탈없이 10대를 지나온 내게 ‘대2병’은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와 같았다. 대학에 입학하고 1년이 지나자 강의부터 인간관계까지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자유를 꿈꿨는
어릴 때부터 나는 흰색을 좋아했다. ‘백의민족’이라 불리는 한국인이라서 그런 걸까? 옷장을 보면 흰옷으로 가득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옷과 신발을 비롯해 물건을 살펴보면 흰색이 많다. 옛 중국 문헌에도 우리 민족은 흰옷을 즐겨 입는다는 기록이 나온다. 우리 민족의 흰옷 사랑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고,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의 상징이었다. 해방 이후 서구 문화의 영향으로 흰옷을 즐겨 입는 풍습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한국인이 선호하는 색 가운데 하나다. 흰색은 여백의 상태, 다시 말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뜻한다. 흰색은 순수와 청결, 빛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청년 공약 가운데 주거 관련 정책 다음으로 눈에 띄는 것이 일자리·창업 공약이다. 높아지고 있는 청년 실업률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단비뉴스>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원내 정당 소속인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오세훈(국민의힘), 신지혜(기본소득당) 후보의 청년 주거정책 분석에 이어 청년 일자리·창업 정책공약을 집중 분석했다. 박영선, ‘청년출발자산’ 내세우며 창업·일자리 창출 공약 제시 박영선 후보(더불어민주당)는 청년창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등록한 후보는 모두 13명이다. 이 가운데 국회에 의석을 가진 원내 정당을 기준으로 후보를 압축하면 모두 3명이다. 기호 순으로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오세훈(국민의힘), 신지혜(기본소득당) 후보다. <단비뉴스>는 각 후보 캠프의 공식 블로그에 공개된 자료, 전자우편으로 캠프에서 제공받은 정책 자료집과 보도자료, 그리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등을 바탕으로 각 후보의 정책 공약을 수집하고, 이 가운데 청년과 관련한 내용을 추렸다. 이번 선거에 참여하는 20~30대 청년 유권자는 약 290만 명으로 서울
언론의 자살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 우리 언론의 자살 보도를 살펴보면 한 인간의 죽음이라는 사실 전달을 넘어 필요 이상의 내용까지 보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상황에 기대서 죽음과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을 보도하기도 한다. 언론으로서는 어떤 보도이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단 한 건의 보도라도 그것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과 보도의 윤리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또 보도의 공익적 가치를 기자 스스로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간 자살 보도와 관련해서 언론 보도
취재원은 기자의 취재·보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기자는 취재원의 발언 등에 기초해서 사실관계를 여러 번 확인한 뒤 보도를 한다.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 보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익명의 취재원에 기반을 둔 기사가 많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취재원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언론 보도에는 얼마나 많은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할까? 2020년 11월 23일부터 28일까지의 <한겨레> 지면을 직접
‘멘토’라는 말이 크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안철수∙박경철 씨와 법륜 스님이 청춘 콘서트를 하고 김난도 교수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쓰는 등 우리 사회에 한창 ‘힐링’ 열풍이 불던 때다. 나 역시 인생의 멘토를 찾아 헤맨 적이 있다. 여러 책을 읽고 강연을 찾아가 들었다. 잠 오지 않는 밤 고민이 있을 때면 라디오에 사연을 써서 보내기도 했다. 많은 질문을 하고 답을 구하려 애썼다. 어디서도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좋은 스승은 만날 수 있었지만 명확한 답을 내려주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삶의 모범답안을 찾으려는 강박관념에 사로
[앵커]통유리창으로 된 건물 외벽, 초고층 상업용 빌딩부터 주거, 사무 등 다양한 용도의 고층 빌딩에서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통유리창으로 건물 외벽을 짓는 걸 ‘커튼 월(curtain wall)’ 공법이라고 합니다.겉보기에 화려해 보여서 ‘유리 궁전’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통유리창 건축물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문제는 없는지, 제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리포트]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월드타워입니다. 지난 2017년 4월 문을 열었는데, 지상 123층, 높이 555미터로 국내에서는 최고층, 세계에서는 5번
서울의 거리와 건물은 각양각색의 모양을 뽐내지만 시민들은 대개 무표정하다. 지하철과 버스는 바삐 움직이는데 승객들은 문명의 이기에 몸을 맡긴 채 휴대폰에 빠져 손가락만 움직일 따름이다. 요즘은 모두들 마스크를 쓰지만 지친 시민들 마음까지 감추지는 못한다. 쳇바퀴 돌 듯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멀리 떠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내가 찾아가는 휴식처가 있다. 도심에서 멀지 않고 남산이나 인왕산처럼 높지 않아 오르는 데도 부담이 없는 응봉산이 바로 그곳이다.자연이 만든 81m 높이 전망대 서울지하철 경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운영하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가 서울취재본부를 열고 명실상부한 ‘전국 언론 시대’를 선언했다. <단비뉴스> 김은초 편집국장 등 학생 간부 3명과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등 교수 3명은 6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중원빌딩 5층에 마련한 서울취재본부에서 개소식을 열고 사무실 가동을 본격화했다. 이 사무실에는 기사작성과 영상편집 등을 위한 컴퓨터 2대와 회의·세미나 등을 위한 책상·의자 등 집기류, 빔프로젝터와 스크린 등 강의용 설비가 갖춰졌다. 제천·서울에서 지역과 중앙 뉴스 고루 보도 제
바람이 분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찬 공기가 계절의 변화를 알려온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벌써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마음 한쪽이 아려 온다. 그때마다 나는 시를 읽는다. 대학 도서관에서 빌린 오래된 시집 뒷면에서 도서 대출 카드를 발견했다. 청구번호와 저자명, 서명, 그리고 아래로는 책을 빌린 이들의 소속과 이름이 적혀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들이건만 나와 같은 시집을 읽었다니 친밀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1989년을 마지막으로 아무 이름도 적혀 있지 않다. 도서 대출 시스템이 전산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