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스러웠던 기억, 그리고 후회나 역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 야간자율 학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골목길이었다. 자전거를 탄 젊은 남자가 내 엉덩이를 만지고 지나갔다. 나는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 남자는 내 얼굴까지 확인하며, 미소까지 짓는 여유를 보였다. 무사히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정신없이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해서는 긴장이 탁 풀려 엉엉 울었다. 또 한 번은 부산역에서 마주오던 중년 남자가 그랬다. 두 번 다 단순 성추행으로 끝나지 않을까 무서웠다. 나는 어렸고, 상대는 나보다 힘이 센 남
‘가족같이 일할 직원 구합니다.’한국 사람들은 3D업종에 이민자를 고용하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을 애용한다. 고용노동법에 정의된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을 지키지 않는 고용주는 단골 뉴스 아이템이다. 지난해 12월 광주 CBS는 ‘농어촌 외국인 노동자의 눈물 – 코리안 드림은 없다’는 뉴스를 내보냈다.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를 고발한 내용이다. 이들은 씻을 공간도 없는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했다. 세 끼를 라면으로 때우거나, 소금 간을 친 생선으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많았다. 최저임금 8,350원은커녕, 시간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재벌3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흔쾌히 ‘못난이 감자’ 30톤을 사들이면서 “안 팔리면 제가 먹죠”라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틀 뒤, 전국의 이마트에서 900g당 780원에 판매한 감자는 2일 만에 전부 팔렸다. 지난해 12월 13일 네이버 포털 사이트의 경제면에서 많이 본 기사 12개 중 7개가 이 내용으로 도배됐다. 기사들은 정용진 신세계백화점 부회장의 ‘키다리 아저씨’ 면모를 강조하며 칭송했다. 수 천 개의 댓글도 앞다퉈 그를 칭찬했다. 다음 날에는 그가 감자옹심이를 만들었다는 SNS 내용이 많이
“당신의 집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아파트 광고 문구로 귀에 익은 이 말은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담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기택네 반지하 집과 너른 잔디 정원을 둔 박사장네 이층집은 두 가족의 실질적 ‘신분’과 ‘삶의 질’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같은 맥락에서 대도시 대학가와 도심의 쪽방들은 이 시대 청년들이 울분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삶의 조건을 드러낸다.<한국일보>는 지난해 10월 ‘대학가 신(新)쪽방촌’ 기사에서 서울 사근동 한양대 일대의 불법 ‘쪼개기’ 원룸 실태를 고발했다. 건축물 대장에는 1가구로 돼
부산의 한 국립대 정치외교학과를 지난해 졸업한 허원혜(26·취업준비)씨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에 대해 “시험을 위한 교육이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학교 시스템이 전부 수능에 맞춰져 있었고 1년에 2~3번씩 있는 전국 모의고사와 시·도 교육청 모의고사뿐만 아니라 별도로 사설 입시학원 모의고사도 수시로 봤다”고 회고했다. 이어 “시험에 따라 등급이 나눠지고 미래가 결정될 거라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극심해 기숙사에서 한 번 기절한 적도 있고, 깜깜한 운동장에서 혼자 울며 소리를 질렀던 경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경남지역 농어촌 자율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저는 턱시도무늬 길냥이를 데려와 9년째 함께 살고 있는 ‘까망이 언니’입니다. ‘마루’ ‘찡찡이’ ‘토리’는 잘 있나요?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속 동물 친구들과 대통령님을 보면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대통령님의 눈길에서 동물친구에게 주는 사랑과 이들에게서 받는 위로가 느껴져서요. 저 또한 까망이에게 큰 위로를 받고 있거든요. .cycle-slideshow, .cycle-slideshow * { -webkit-box-sizing: border-box; -moz-box-sizing: border-box; box
우리나라 교육은 순위 경쟁에 매달리는 스포츠가 됐다. 1등부터 꼴등까지 아이들을 성적으로 줄 세운다. ‘변별력’을 높인다며 ‘뭘 이런 걸 다 묻나’ 싶은 요상한 문제도 낸다. 내신, 수능 등 각종 시험은 삶에 필요한 지식이나 독창적 관점을 묻는 대신 ‘누가 더 많이 외웠나’를 파악하는데 열을 올린다. 이렇게 측정한 ‘차이’는 ‘차별’로 이어진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교내 경시대회 상 몰아주기, 집중 진로상담 등 노골적인 특혜를 주어 명문대 진학을 돕는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은 외면당하고 학교생활의 ‘들러리’가 된다. 올림픽에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climate emergency)’을, 영국 콜린스 사전은 ‘기후 파업(climate strike)’을 선정했다. 이 단어들의 사용빈도가 1년간 10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 여러 국가와 세계 수백 개 도시가 지난 한 해 ‘기후 비상’을 선언했다.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시작한 ‘기후파업(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은 유럽, 미주, 호주 등 전 세계 10대들의 시위로 번지고 있다. 미국의 원로배우 제인 폰다(82)는 금요일마다 워싱
경남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유경희(23·경남대)씨는 고교시절 전교 10등 이내만 특별관리 했던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반’을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공립고였는데도 소수 학생만을 위해 스카이 캠퍼스 투어부터 단기 외국탐방 프로그램, 외부강사 논술 강의 등 학교 예산을 들여 명문대 진학을 도왔어요. 이런 특혜가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예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 사례를 들어보면 이게 오히려 약과던데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친구들에게 유무형의 특권을 제공하는 게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일어나요. 제 친구
“얘가 돈 무서운 줄 모르네.”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 아니 성인이 되어서도 종종 엄마에게 이런 핀잔을 들었다. 용돈을 받으면 저금해 두었다가 쓰는 동생과 달리, 나는 늘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았다. 나는 욕망의 노예였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이 겪는 결핍과 욕망의 딜레마는 크게 다르지 않다.'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방이 있다면 무명 예술가 맷(케빈 얀센스 분)과 생계형 번역가 케이트(올가 쿠릴렌코 분) 부부가 외딴 시골 마을로 이사 온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낡고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상방출하려는 이유는 결국 비용입니다.”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수 해상방출 왜 위험한가, 대책은?’ 토론회에서 이정윤(61)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일본 정부가 돈을 덜 들이고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해 바다에 버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일본 마쓰야마대 장정욱(경제학부) 교수가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80만톤(t)을 처리할 때 해양방출은 34억엔(약 340억원)이면 되지만 ‘희석을 통한 지하매설’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법은 6200억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20개 도시 중 19개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습니다.”1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청정대기국제포럼’ 기조연설에서 이자벨 루이스 유엔환경계획(UNEP)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부소장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심각한 공기오염 상황을 꼬집었다.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등의 ‘2018 세계 공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선양이 세계에서 대기질이 가장 나쁜 도시 1위였고 방글라데시 다카(2위)에 이어 서울과 인천이 3위, 4위를 차지했다. 세계 20위권에 중국과 인도 도시들이 가
“환경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래디컬(급진적) 하죠. 제가 <한겨레>에 입사한 80년대부터 쭉 살펴보면 환경이슈도 달라져왔고요. 그중에서도 동물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정말 최근 일이죠.”조홍섭 환경전문기자는 정년을 넘었지만 전문성이 인정돼 <한겨레> 애니멀피플팀에서 동물 관련 기사를 계속 쓴다. 그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 두 번째 강연 주제를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공존’으로 잡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알래스카에 사는 나무가 한라산에 있는 이유“한반도는 금수강산이라는 말 많이
“길고양이 밥을 주러 가면 밥그릇에 담배꽁초, 가래침, 아이스크림 막대 같은 쓰레기부터 치킨, 족발처럼 양념된 음식물 찌꺼기까지 있어요. 심지어 쥐약도 놓였던 적이 있어서 너무 걱정되고 마음이 아파요.”부산시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캣맘(고양이엄마)’ 박미경(52)씨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일부 주민들 때문에 근심이 많다. 밥그릇에 쓰레기를 버리는 정도를 넘어 동물학대 의도로 보이는 행동도 있어 다른 캣맘들과 함께 경찰에 신고한 것도 여러 번이다. 서울시 강동구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고 돌보는 사례도
img { cursor:hand;}경북 구미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박혜은(23·성균관대 글로벌경영)씨는 학교 수업 틈틈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긴다. ‘그냥 재밌어 보여서’ 무용학원에서 ‘걸스 힙합 댄스’를 배우고, 카페에서 여는 일일 요리강좌에도 가본다. 고향 친구들이 서울로 놀러오면 관광 안내원을 자처해 ‘요즘 뜨고 있는’ 맛집과 카페 순례에 앞장선다. 박씨는 “서울에는 다양한 콘텐츠의 소극장 연극이 많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가 되는 맛집이나 카페들을 쉽게 찾아갈 수 있어서 고향 친구들이 부러워한
부산지역 사립대에서 국제무역경제학을 전공한 진혜정(25‧가명)씨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 공기업에 취업하길 희망한다. 입사경쟁이 심하지만 민간 대기업에 비해 지방대 차별이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서다. 진씨의 동기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교수님들도 ‘기분 나빠할 일이 아니라 이게 현실’이라며 ‘민간 대기업은 너희 같은 애들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대기업은 서류에서 면접단계까지 학교별로 레벨을 나눠서 점수를 준다는 말도 주변에서 들었어요. 공기업은 블라인드 채용을 많이 한다고 하니 사기업보다는
좋아은경(34·본명 김은경)씨는 야간 자율학습을 강요하는 고등학교가 싫어 입학 3일 만에 때려치웠다. 집에서 교육방송(EBS) 강의로 공부하던 좋아씨는 TV강연에서 ‘그린 디자이너 1세대’로 꼽히는 환경활동가 윤호섭(76·시각디자인) 국민대 명예교수를 발견했다. 윤 교수는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헌옷에 환경관련 그림을 그려주는 등의 독특한 활동을 했다. 그는 88서울올림픽 디자인에 참여하고 펩시콜라의 한글 로고 등을 만든 유명 상업 디자이너 출신이다.자기가 잘 하는 것으로 세상에 기여하기윤 교수가 매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