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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몰아주고’ 하위권 ‘버리는’ 학교

기사승인 2019.12.08  20: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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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대 위기와 혁신] ⑫ 입시가 만드는 서열화 교육

경남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유경희(23·경남대)씨는 고교시절 전교 10등 이내만 특별관리 했던 ‘스카이(SKY, 서울대‧고려대‧연세대)반’을 떠올리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공립고였는데도 소수 학생만을 위해 스카이 캠퍼스 투어부터 단기 외국탐방 프로그램, 외부강사 논술 강의 등 학교 예산을 들여 명문대 진학을 도왔어요. 이런 특혜가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예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 사례를 들어보면 이게 오히려 약과던데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친구들에게 유무형의 특권을 제공하는 게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일어나요. 제 친구네 학교에선 공부 못하면 친구들한테 인기가 많아도 학급 대표를 하지 말라고 했대요.”

“다른 학교도 다 그런 거 아닌가요?”

   
▲ 경북지역 한 고등학교 정문에 SKY 대학 합격자 수를 자랑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명문대 진학 성과가 고등학교의 평판을 좌우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 장은미

경남 창원의 남녀공학을 나와 이화여대에 다니고 있는 이혜진(22‧가명)씨는 전교 1,2등만 쓸 수 있었던 화이트보드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복도에 있는 이동식 칠판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적어놓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풀이방식을 찾게 하는 활동이 있었다. 하지만 전교 3등이었던 이씨를 비롯한 나머지 학생들은 쓸 수 없었다. 전교 1,2등 학생이 자기 주도적 학습 활동으로 학생부에 기재할 내용을 학교에서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었다.

경기도내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이한숙(47‧가명)씨도 ‘최상위권 몰아주기’ 현실을 체감했다. 과학실험 수업에서 조별로 보고서를 쓰는 수행평가를 과제로 내줬는데, 이씨의 딸만 준비를 해갔다고 한다. 당연히 나머지 학생들이 감점을 당해야 했지만 전교 1등 학생이 과제를 안 해온 것을 보고 과학교사는 보고서 제출일을 미뤄주었다. 이씨는 “저희 딸에게 가산점을 주겠다고 하셨다지만, 전교 1등 학생이 과제를 해왔다면 제출일이 미뤄지지 않았을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7일 문화방송(MBC) 뉴스는 <딱 30등까지만 몰아줍니다>라는 제목으로 경북 경산의 한 사립고가 운영하는 ‘서울대 준비반’의 실태를 고발했다. 이들을 위해 교내 동아리를 운영하고 서울권 대학탐방과 교내 대회, 봉사활동도 몰아줄 뿐 아니라 전교회장‧부회장도 성적에 따라 1,2등을 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관리를 위해서였다. 반면 내신 4등급 아래 학생들은 동일한 내용의 생활기록부를 받아들 정도로 배제되고 있다고 했다. 이 뉴스를 올린 온라인 게시판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다음과 같았다.

“이 학교만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
“고등학교마다 저런 반 다 있어요. 저 반 못 들어가면 좋은 대학 못 가는 거 다들 알고요.”

‘될 아이들’ 정성 쏟아 ‘명문고’ 평판 얻기 

고등학교들이 상위권 학생을 특별대우 하는 이유는 서울대, 혹은 스카이에 몇 명 보냈느냐가 명문고와 비명문고를 가르는 암묵적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문고는 ‘똥통학교’ ‘꼴통학교’로 조롱당하는데, 지방대에 쏟아지는 혐오와 비슷한 맥락이다. 270만명이 가입한 네이버 카페 <수능날 만점시험지 휘날리자>에 ‘똥통고’를 검색하면 ‘공부 못해도 똥통고 가면 안 되는 이유’ 등 최근 3년간 올린 130여 개의 글이 나온다. 지방대를 ‘지잡대(지방의 잡스런 대학)’로 비하하는 것과 비슷한 차별·혐오 발언이 가득하다.

스카이 대학 중 한 곳을 나와 대구 수성구에서 수학학원을 하는 한지혜(32‧가명)씨는 “학원가에서도 작년에 누가 서울대 보냈다고 하면 광고를 안 해도 학부모들이 줄서서 상담하러 온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원생 하나도 집에서 1시간 걸리는 고교로 진학했는데 ‘서울대 갈 애’로 학교에서 특별 관리 대상”이라며 “내가 10년 전 입시를 겪었을 때보다 상위권 몰아주기가 더 노골화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수성구는 ‘대구의 강남 8학군’으로 불리는 곳이라 상위권 내신 점수를 얻기 힘들고 특별대우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씨의 학생은 일부러 집에서 먼 학교를 골라 갔다는 얘기였다. 내신 또는 지역균형 할당제 등의 입시제도에 맞춰 장거리 통학을 하거나 서울에서 지방으로 ‘역유학’ 하는 것도 공공연한 대입전략이 되고 있다.

   
▲ 2020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이었던 지난달 13일 서울대학교 정문 풍경. ‘서울대 합격자 수’는 명문고를 가르는 암묵적 기준이 되고 있다. ⓒ 장은미

연세대 사회학과 김왕배(60) 교수는 <한국의 교육열>(2014)이라는 논문에서 고등학교들이 명문대 보내기에 매달리는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대학의 평판 서열이 그 어떤 나라들보다 극단적으로 획일화되어 있어 지위 성취와 재생산을 위한 견고한 상아탑이 세워져 있다. 한국 사회에서 단순히 학력이 아니라 연고주의적 학벌의 개념이 적절성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대학의 특성은 사라지고 중고등 공교육 기관은 서열화된 대학으로 학생들을 진학시키는 것이 제1순위 목표가 되어 있다. 교양과 예술, 인격 수양과 민주 시민의 양성이 아니라 오로지 대학, 그것도 서열화된 대학으로 학생을 진출시키는 것이 명문 학교로 평가받는 길이다.”

성적에 따른 차별을 내면화하는 다수

   
▲ 지난 6일 인천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모습. 교육전문가들은 모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박선영

학교가 ‘될 아이들’만 골라 기회를 몰아줄 때, 나머지 학생들은 배제된다. 학생들은 ‘억울하면 공부 잘 하라’는 논리에 입을 다물고, 성적으로 인한 차별을 내면화한다. 고등학생 때 영어를 못해 A~D반 중 D반이었다는 이가영(24)씨는 “선생님께 구박을 많이 받았는데, ‘공부 못하면 여자로서 매력도 없다’ ‘사회생활도 못할 거다’ 식의 인격 모독적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선생님들이 예체능 계열 학생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라’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했어요.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잘못됐다고 생각 못했어요. 좋은 대학 나와야 안정적인 직장에 가고, 그래야 결혼도 잘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에 동화되어 있었죠. 학교가 학생들을 좋은 대학 보내는 것을 목표 삼으니까, 배제와 차별을 합리화한 것이 아닐까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제이티비씨(JTBC)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는 ‘상위권 몰아주기’를 위해 차별과 반칙을 자행하는 학교에 이의제기를 하는 혜나(김보라 분)가 등장해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성적, 빽 다 갖춘 애들만 모아서 특별반 만들어놓고 스펙 몰아주는 거 애들이 모르는 줄 아세요? 교내 경시대회 정보도 걔들한테만 미리 알려주고, 상도 몰아주고, 나머지 애들은 들러리인가요? 아무리 학교가 입시 공장이 되었다지만 눈앞에서 대놓고 반칙하는 거 참을 수가 없어서요.”

   
▲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흙수저’ 혜나(김보라 분)는 학생들이 사교육 받는 것을 전제로 수업을 부실하게 하는 교사에게 항의하고, 소수 학생만 대상으로 운영하는 특별반에 이의를 제기한다. ⓒ JTBC

그러나 현실에서는 혜나와 같은 아이들을 찾기 힘들다. 대부분 현실을 받아들이고 수긍한다. 경남 김해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방대에 진학한 강인혁(28)씨는 “성적 우수자들만 모아서 만든 특별반이 우리학교에도 있었는데 (당시엔) 그걸 차별이라고 여기지 않았다”며 “고등학교가 입시 결과로 평가받다보니 한정된 선생님이 모든 학생을 다 신경써줄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차별하는 교육은 범죄’라는 인식 필요

경남대생 김병곤(24)씨는 “좋은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학교 홍보에 활용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공교육이 소수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교대 교육학과 박상완(51) 교수는 지난달 12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교육자인 선생님들이 성적에 따라 학생들을 줄 세우고 차별하는 것이 잘못임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며 “중하위권에게도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게 올바른 교육”이라고 지적했다.

“하위권을 배제하는 교육은 교실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죠. 교사가 부족하다, 예산이 모자란다는 건 핑계예요. 그럴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편성해서 하위권을 안을 수 있어요. 학생들 스스로도 교실 내 불공정 행위에 대해 적극 항의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교실 내 모든 아이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찾아줘야 하는 공교육의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됩니다.”

시민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찬승(71) 대표는 지난달 13일 <단비뉴스> 이메일인터뷰에서 명문대에 갈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은 ‘명백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졸업장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커서 그런 범죄가 일어난다”며 “학부모와 교사 모두 교육적 사명감과 윤리성을 회복하는 한편, (차별 교육에 대해서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적 도움이 필요한 것은 오히려 중하위권”이라며 “관련 연구에 따르면 상위권보다 중하위권에게서 교육의 효과가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학습 부진자를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학교가 적극 편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시민단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찬승 대표는 ‘상위권 몰아주기’ 교육이 명백한 범죄라고 지적하면서 학부모와 교사 모두 교육적 사명감과 윤리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 대표는 “수능이든 내신이든 점수로 촘촘하게 줄을 세워 선발하는 것이 졸업장의 차이를 만든다”며 “줄 세우기식 선발을 중단하고 ‘유자격자 추첨제’와 같은 특단의 조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제안하는 추첨제는 내신과 수능을 5등급의 절대평가로 설계하고, 모집 단위별로 해당 등급구간 내 있는 유자격자 중에 추첨으로 대학신입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줄 세우기’ 경쟁 대신 모두를 위한 학교로

교육당국도 ‘몰아주기’ 교육의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7일 ‘고교 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학습 부적응,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위한 학습치유센터나 대안교육 확대 등을 약속했다. 또 학생의 학습수준을 감안하고 개개인의 잠재력을 살리기 위해 진로에 맞춰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연구원 교육연구부 미래교육연구팀 남미자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11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학벌주의’가 고등학교 교육의 중심에 있는 한 하위권 배제 교육이 오히려 가속화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고등학교가 좋은 대학으로 가는 통로로 활용되는 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교사들은 지금처럼 상위권에게 계속 관심을 쏟을 것이란 얘기다. 반면 중하위권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했을 때, 선생님들이 꼼꼼하게 살펴봐 줄 수 있을지 의문이고, 결과가 나쁘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학생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 순위를 매기는 스포츠처럼 서열화한 교육 대신 학생 모두가 민주시민으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하자고 강조하는 남미자 위원.

“요즘 교육담론은 ‘공정성’만 가지고 이야길 해요. 정시(수능)가 공정하냐, 수시(내신)가 공정하냐... 제가 덴마크에 있는 자유학교(프리스콜레)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육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의 교육경쟁과 시험제도를 말하니까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교육은 배우고 성장하는 건데, 왜 꼭 경쟁을 해야 해?’라고 묻더군요. 그 말에 머리가 ‘띵’했어요. 우리는 교육을 스포츠처럼 여겨요. 순위를 매기고 줄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상위권만 안고 가죠. 나머지 다수를 버리고요. 이것은 교육의 공적 책임을 방기하는 겁니다. 다수가 민주시민으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교육의 근본적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해요.”

경기도교육청 ‘꿈의 대학’ 담당자인 김형신(48) 장학사는 지난달 12일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대학 진학 그 자체보다, 자신의 관심사와 적성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진로를 올바로 탐색하고 그에 맞는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도 의정부 영상미디어센터에서 고등학생들이 연극과 영화를 위한 호흡, 발성법을 배우는 모습. 고등학생들이 야간학습 대신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다. ⓒ 경기꿈의대학 홈페이지

경기도교육청은 2017년 중고등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고, 진로탐색 프로그램인 ‘경기꿈의대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도내 대학과 전문기관 등이 참여해 고등학생들에게 진로체험학습과 직업정보를 제공한다. 웹프로그래밍, 과학실험, 항공스튜디오 체험, 영상촬영, 미술 심리상담 등 2019년에 2352개 강좌가 개설됐다. 김 장학사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들이 보다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와 미국의 하버드 등 선진국 명문대학은 대부분 수도가 아닌 지방의 작은 도시에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방에 있는 대학을 교육의 품질과 상관없이 ‘지잡대’ 등으로 싸잡아 부르며 멸시하고 차별하는 풍토가 심하다. 지방대생들이 편입 등을 통해 서울로 ‘탈출’하는 행렬도 끊이지 않는다. 저출산 추세로 학생 수가 점점 줄면서 지방대 중 상당수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와 <단비뉴스>는 심층기획 ‘지방대 위기와 혁신’을 통해 서울 중심의 불균형 발전과 왜곡된 학력 경쟁 등이 낳은 지방대 소외의 실상을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편집 : 권영지 기자

장은미 박선영 권영지 기자 josinrunm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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