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자들의 시선 ⑮]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1 - ‘반려동물’

한국사회의 문제를 ‘청년기자들의 시선’으로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이 기획은 언론을 바로 세워 세상을 바꾸겠다는 젊은 언론인들의 염원을 담아 기성사회에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다. 세상은 여전이 암울하고 임기 중반을 넘긴 현 정권의 사회개혁 역량도 의심스럽지만 ‘진보 대통령’의 진정성을 아직은 완전히 저버릴 수 없기에 이 시리즈는 ‘대통령에게 쓰는 편지’ 4편으로 마감한다. 네 편지의 키워드는 ‘반려동물, 여성혐오, 재벌개혁, 저출산’이다. 젊은 언론학도들의 제언에 대통령이 작은 메아리라도 화답해주길 기대한다. (편집자)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저는 턱시도무늬 길냥이를 데려와 9년째 함께 살고 있는 ‘까망이 언니’입니다. ‘마루’ ‘찡찡이’ ‘토리’는 잘 있나요?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 속 동물 친구들과 대통령님을 보면 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대통령님의 눈길에서 동물친구에게 주는 사랑과 이들에게서 받는 위로가 느껴져서요. 저 또한 까망이에게 큰 위로를 받고 있거든요.

 
2011년 나의 '반려묘'가 된 까망이의 한 쪽 귀는 TNR(길고양이 중성화) 표식으로 잘려 있다. ‘12살 할머니’ 고양이는 근엄한 표정으로 '무릎냥이'가 되어 어리광을 부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퇴근 뒤 '퍼스트 애니멀'과 보낸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풍산개 마루와 젖소 무늬 찡찡이 그리고 동물보호단체에게서 입양한 토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 장은미, 청와대 SNS

까망이로 새로운 세계를 만났습니다

까망이와 살고 보니, 예전에는 몰랐던 세계의 문이 열리더군요. 지난 13일 서울 서부지법에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때려죽인 정모 씨 항소심이 열렸거든요. 동물학대 죄목으로는 처음으로 6개월 실형 판결이 나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죠. 이후 실종 반려견을 죽인 20대 남자와, 수원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죽인 50대 남성에게도 8개월과 4개월의 실형 선고가 이어졌지요. 동물보호법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부과 조항이 유명무실했던 것을 생각하면 다행스럽지만, 생명의 무게에 견주어 여전히 형량은 가볍습니다. 동물학대 소식이 계속 들려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2018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선 동물판매업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습니다. 성남, 부산, 대구 3대 개시장 중 두 곳이 폐쇄됐지요. 동물보호단체의 숙원사업이 하나씩 이뤄져가는 과정엔 ‘반려인’ 대통령님의 존재감이 있습니다. ‘동물가족 반려인’ 대통령님이 만들어내는 동물뉴스가 각계각층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이 당선되셨을 때 광화문으로 달려갔죠. 국민에게 정책제안을 듣는 ‘광화문 1번가’에 동물정책을 제안하기 위해서였어요.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복지 종합계획’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 항목이 대표적입니다. 논란이 일자 이틀 만에 “확정된 것이 아니고,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하셨죠. 찬성한다는 사람들은 세금으로 책임감 있는 동물 입양이 늘어나 유기동물이 줄어들 것이라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2011년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가 도입됐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입법이었지요. 이 세금은 얼마나 걷히고,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요?

사실 반려동물 보유세는 시행중입니다. ‘보유’세라는 이름도 이 정부가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대로 드러냅니다. 2018년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유기동물은 연간 12만 마리로, 하루 331마리 꼴입니다. 지난해 동물보호센터 운영비가 200억정도 소요됐고, 매년 증가 추세인 것으로 압니다. 보유세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동물보호를 ‘동물을 잘 키우고 있는’ 사람한테 전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마루, 찡찡이, 토리가 ‘사치품’인가요? 자기 이름으로 등록해놓은 진돗개를 청와대에 버려 두고 나온 전직 대통령과는 달라야 합니다.

세금을 걷으면, 유기동물을 제대로 보호하고 치료와 입양까지 책임지는 이름 그대로인 ‘보호소’를 정부가 실현해 낼 수 있을까요? 현재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보호소에선 10일이 지나면 합법적으로 안락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동물구조단체나 의식 있는 개인들은 지자체 보호소로부터 구조를 합니다. 현재 동물 구조와 보호는 정부가 아닌 민간에 의해 돌아갑니다. 동물구조단체는 오직 개인 후원금으로 운영됩니다. 국세청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기부금은 동물자유연대 43억원, 카라 23억원, 케어 20억원입니다. 거리의 동물을 자기 집에 들이지 못하지만, 동물들이 배곯거나 학대당하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인 겁니다. 이 중 대통령님께 검은개 ‘토리’의 입양을 주선한 케어는 대표의 비리로 올해 논란을 빚기도 했지요. 믿을 만한 공적 기관과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체계적인 동물 보호 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주세요

지금 방법은 틀렸습니다. 유기동물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 동물권의 핵심은 이들이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존중받는 겁니다. 죽을 때까지 좁은 철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 죽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없어야 합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불법으로 동물 판매를 하는 미등록업체가 2천~5천 곳 정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속적인 단속과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펫샵을 통한 ‘구입’이 사라져야 합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유기동물 입양이 5.5%인데, 펫샵 ‘구매’는 31.3%였습니다. 쉽게 사니까, 쉽게 버리는 겁니다. 생명의 책임을 무겁게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적인 유기동물센터에서 체계적인 입양이 진행돼야 합니다. 먼저 입양자의 환경이 동물을 키우기 적합한지를 검토하고, 동물 양육 지식을 사전에 배우고, 동물 등록을 필수로 하게 하는 등 입양조건이 까다로워야 합니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사육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입양을 한 경우가 24%에 이릅니다. 개가 한 주인에게 계속 길러진 경우가 12%에 불과하다는 동물자유연대 통계도 있습니다. 동물 습성을 모르는 채 ‘예쁜 인형’쯤으로 여기는 무책임한 입양은 유기 가능성을 높입니다. 함부로 키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근본대책이 되어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동물을 판매한다. 그들 중 다수는 유기동물이 되어 길을 떠돌다가 동물보호소에 들어가게 된다. 다른 한쪽에선 '밑빠진 독'처럼 구조를 한다. 국내 최대 사설 보호소였던 애린원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지옥'으로 불렸다. 지난해 9월 보호소가 철거되고, 뜻있는 개인들의 후원과 봉사로 개와 고양이 1300마리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 중이다. 이런 불행의 악순환은 무책임한 반려문화와 함께 쉽게 사고파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정부는 민간에 책임을 전가한 채, 뒷짐을 지고 있다. Ⓒ 장은미, 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병원 진료비의 어려움도 해소되어야 합니다. 대통령님의 마루와 찡찡이도 사람으로 치면 노년쯤 된 것으로 압니다. 제 까망이도 12살로, 60대 중반 할머니입니다. 까망이와 산 지 2년쯤 됐을 때, 고양이전문병원에서 치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당시 대학생이던 제가 두 달치 생활비를 몽땅 털어야 했을 정도로 치료비가 나왔어요. 길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해 키우던 수의사 선생님은 ‘형편 되는 대로 지불하시고, 나머지 금액은 형편 풀릴 때 주셔도 됩니다’ 하고 배려해 주셨죠. 그 병원은 캣맘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반려동물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병원과 진료비를 고민하는 글이 가득합니다. 표준진료비 도입과 부가가치세 폐지를 통해 합리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버려진 동물들은 대부분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합니다. 유기동물 문제 역시 비싼 병원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동물을 입양할 때 보험을 필수적으로 들게 하는 것도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보유세’가 정부기관 차원의 동물병원 의료보험을 만드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려인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라면 기꺼이 낸다는 거지요.

세상에 나쁜 개와 고양이는 없습니다. 현재 일어나는 모든 동물 문제는 결국 사람이 만든 문제임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동물을 유기하고 학대하는 것은 인간이 저지른 문제이므로 인간이 풀어야 합니다. 동물은 '권리'가 없습니다. '말하지 못하는' 그들은 어떤 '주인'에게 선택되느냐에 따라 자기 삶이 바뀝니다. 죽을 때까지 안락하게 살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동물권이 향상되면 우리사회의 생명존중 가치관이 더 넓게 공유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 공감능력을 더 크게 발휘하는 사회라면,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향한 포용은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는 사회 속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동물 보호를 생명 그 자체의 존중으로 채워나가야 합니다. 우리 까망이, 대통령님의 마루, 찡찡이, 토리까지 동물친구들이 더 나은 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반려인 대통령’으로서 마음 써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편집 : 박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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