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나는 졸라맨이 되어 있었다. 내 손도 선, 발도 선, 얼굴도 선뿐이었다. 내가 졸라맨이 되었다는 것에 충격과 신기함을 느끼는 순간, 깨지는 소리와 고성에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온갖 낙서가 되어 있는 벽과 바닥, 10평도 되지 않는 방안엔 100명의 졸라맨이 있었다. 그들은 다 같은 졸라맨처럼 보였지만, 한쪽은 치마를 한쪽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같은 옷을 입은 사람끼리 편을 나눠 싸우고 있었다.“뭐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 거요?” 내가 말을 건네자, 시장통 같았던 방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졸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 프레스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10월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을 하게 되었는데요!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기는 이연주 PD와 양영전 기자의 소소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으려고 합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다녀와서 만나요! 편집 : 최준혁 기자
"프랑스 케이크 만원 세일합니다. 50개 한정이에요!"마트 한 가운데 펼쳐진 매대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케이크 상자가 진열되어있다. 매대 옆에는 유리상자 안에 견본 케이크가 들어있다. 매대 위 현수막에는 'A기업 세일! 프랑스 파티쉐의 레시피로 만든 케이크 단돈 만원, 한정수량 50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낭랑한 마트 직원의 목소리에 몰려드는 사람들.그때 숨을 헉헉대면서 수미가 마트 안으로 들어온다. 머리는 대충 묶어 풀리기 직전이고 아래는 냉장고 바지에 위에는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를 입어 이상한 꼴이다. 수미는 길을 헤매는 듯
“저희는 ‘워치독(Watchdog)의 워치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얘기하는 게 뉴스의 이면, 사실 너머의 진실을 찾는 게 우리 <미디어오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현재 한국 사회는 성역이 사라지고 모든 권력이 감시와 비판, 사회적 견제에 놓여있다. 하지만 감시받지 않는 영역이 한 군데 있다. 바로 언론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권력화해 있다. 권력이 된 언론은 언론의 부패 문제뿐 아니라 저널리즘 자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언론들을 과연 누가 감시할 것인가?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사장은 세명대 저널리즘스
“손님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곧 이륙하겠습니다.”창밖을 내다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활주로도 공항 건물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활주로 저 멀리 물 머금은 희미한 불빛뿐이다. 불빛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마치 내 인생 같다.재작년, 5년 동안 준비한 시험에 떨어졌다. 붙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실망감이 컸다. 처음으로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게 건방지지만, 시험도 잘 쳤고 면접에서 대답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모든 게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떨어졌다. 면접을 함께 본 사람이 합격
아파트 1003만호 시대다.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47.8%에서 2016년 60.1%로 상승했다. 절반 이상 인구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는 많은 세대를 수용하면서 치안과 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높아진 아파트 층수만큼 우리는 이웃과 무관심의 층을 높이고 있다. 고독사와 이웃 간 다툼 등 이웃 간의 정은 없어진 지 오래다. 이런 아파트를 배경으로 5월 20일 종영한 4부작 EBS 파일럿 프로그램 <조식포함 아파트>는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의 정을 찾기 위해 작은 이벤트를 벌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이만한 데이트 신청 멘트가 또 있을까? 부담스럽지도, 거절할 수도 없게 만드는 질문이다. ‘이별의 슬픔’을 뜻하는 어려운 한자말로 제목을 단 영화 <이수>(離愁). 이 영화에서 스물다섯의 청년 시몽은 마흔의 커리어우먼 폴라에게 그렇게 접근한다. 그녀는 시몽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었을까? 영화 <이수>는 오래된 사랑과 새로운 사랑에 혼란스러워하는 여자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선택을 보여준다.이 영화는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이 스물넷에 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원작으로 한다. <카사블랑카>의 주연 잉그
겨울은 사람에게도 힘든 계절입니다. 각종 봉사 활동과 모금이 겨울에 더 많은 것도 추위를 함께 이겨내기 위해서인지도 모릅니다. 칼날 같은 바람에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날씨, 집이 없는 길고양이는 더 살기 어렵습니다. 잠잘 곳은 물론이고 물조차 구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길고양이를 위한 따듯한 손길이 있습니다. 국민대학교 길고양이(국냥이)들의 겨울나기를 통해 어떻게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고양이들이 겨울철에 걸리기 쉬운 질병과 그 예방법도 알려줍니다. 보기만 해도 포근한 길고양이들의 겨울 일기.편집 : 박
올해 휴스턴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은 KBS의 <임진왜란 1592>가 차지했다. 영국 BBC 드라마 <셜록> 같은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얻은 쾌거다. <임진왜란 1592>는 KBS가 2016년 9월 3일부터 23일까지 총 5부작으로 방영한 국내 최초 팩추얼 드라마(Factual Drama)다. 사실에 입각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미로 국내외 시상식에서 인정받았다. 휴스턴영화제 특별상 말고도 한국방송대상 대상, 뉴욕TV&필름페스티벌 작품상 금상과 촬영상을 받았다.휴스턴영화제 수상 직후 쏟아진 세 유형의 질문“처음엔 휴스턴국제영화제에
<개인사 편찬위원회>, <내 인생의 스탑오버>, <리얼토크 날>을 아시나요? 전주MBC, UBC울산방송, KBS광주가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서울이 아닌 각 지역에서는 지역방송 편성 시간대에 지역 제작 프로그램이 방송됩니다. 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세계죠. 지역민 중에는 서울 방송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역방송은 지역방송만의 매력이 있답니다.서울 중심 소재 프로그램 속에서 지역의 이야기는 소외됩니다. 그래서 지역방송은 지역민들에게 생생한 지역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합니다. 지역의 문화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불편하다” JTBC <전체관람가>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전체관람가>는 상업 영화감독들이 제작비 3000만원을 가지고 단편영화를 만드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각기 다른 영화감독의 색깔이 들어간 단편영화도 보고, 베일에 싸여있던 영화 제작 현장도 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 예능이다. 현장에서 신처럼 군림할 것 같던 감독이 비굴하게 배우들에게 사정하는 모습이나, 예산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간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전체관람가>는 영화판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체관람
잠들기 전 웹툰을 즐겨본다. 최근 보는 웹툰은 작가 켄타의 <우리 집에 곰이 이사 왔다>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웹툰 주인공인 털북숭이 곰 토토의 인상은 귀엽다. 하지만 곰 토토의 인간생활 생존기는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우리 집에 곰이 이사 왔다>는 곰 토토의 인간 세계 적응기를 그린다. 인간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곰 토토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 ‘을(乙)’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다.‘을’ 곰 토토의 인간세계 ‘갑질’ 적응기인간들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털북숭이가 사는 마법의 숲 ‘테바’. 곰 토토는 어둠의 숲에 사
“역시 그랬었군.” 료타가 자신이 6년간 키운 케이타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뱉은 말이다. 6년간 키워왔던 아이가 출생 병원에서 뒤바뀐, 자신의 핏줄과 무관한 아이였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주인공 료타가 피가 섞인 아이를 되찾느냐, 길러온 아이를 계속 키우느냐를 놓고 고민하는 영화다. 료타는 성공한 건축가이다. 그는 이성적이고 엄격하다. 이런 성격이 일할 때는 효율적이지만 가족에게는 가부장적으로 나타난다. 료타는 가족에게 완벽함을 강요한다. 특히 아들인 케이타에게 완벽할 것을 강요한다. 케이타는 료타의 기
문재인 대통령께. 안녕하세요. 저는 한때 영화 제작을 꿈꾸던 영화과 졸업생입니다. 저의 꿈이었던 영화 제작자의 길을 포기한 건 대학에서 겪은 현장 경험 때문입니다. 여학생들은 보통 영화를 제작할 때 연출, 미술, 제작, 편집 분야에서 일합니다. 촬영, 조명부에서는 여성 스텝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일명 ‘남초’라고 불리는 촬영부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촬영부 일을 하려면 남자들과 어울려 술과 담배를 하고, 음담패설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10kg이 넘는 조명 장비도 척척 들어야
찰칵- 소리가 전시장의 고요를 깨트린다. 관람객들은 미술품에 핸드폰을 들이밀고 사진을 찍는다. 핸드폰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SNS에 사진을 올린다. 아예 전시된 작품을 이것저것 만져보기까지 한다. 미술전시회에서 작품을 만져본다? 일반적인 전시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작품을 만질 수 있는 전시회가 있다. 바로 전이다. 전시회에서는 작품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다. '절대로 끝나지 않는 전시'가 있다 전시회는 가장 오래된 전시회이자,
보편적이고도 특별한 색(色)색(色, Color)은 세상 어디에나 있다. 색의 존재는 너무나도 당연해서 우리는 색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색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우리의 무의식에 큰 영향을 준다. 색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를 지닌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빨간색을 보고 ‘경고, 열정’의 의미를 떠올리고, 파랑색을 보고 ‘시원함, 청량함’을 느낀다. 하지만 색은 개개인의 주관적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누군가는 빨간색을 보고 고독을 느낄 수도 있고, 사랑을 느낄 수도 있다. 색의 의미는 정형화된 것이 아니다.영화 속
2016년 5월 강남역의 한 노래방. 한 남성이 남녀 공용 화장실에 들어가는 여성을 뒤따라 들어간다. 잠시 뒤, 남성만 빠져나온다. 먼저 들어갔던 여성은 칼로 난도질 된 시체로 발견된다. 사건 직후 체포된 살인범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당해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여성들은 '여성 혐오 범죄'에 분노하며 강남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국화를 놓으면서 피해 여성을 추모했다. 이후 여성 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하여 적용하는 ‘미러링’을 사회 운동 전략으로 삼은 메갈리아의 활동이 높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