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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견의 감시견’은 더욱 깨어있어야

기사승인 2018.08.14  17: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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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널리즘특강] 이정환 <미디어오늘> 사장
주제 ① 미디어비평의 이론과 실전

“저희는 ‘워치독(Watchdog)의 워치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얘기하는 게 뉴스의 이면, 사실 너머의 진실을 찾는 게 우리 <미디어오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성역이 사라지고 모든 권력이 감시와 비판, 사회적 견제에 놓여있다. 하지만 감시받지 않는 영역이 한 군데 있다. 바로 언론이다. 우리나라 언론은 권력화해 있다. 권력이 된 언론은 언론의 부패 문제뿐 아니라 저널리즘 자체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언론들을 과연 누가 감시할 것인가?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이정환 사장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미디어오늘>이 언론 감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조선일보> 등 언론과 기자를 취재하고, 미디어를 비평한다. 한국 사회에서 권력이 된 언론과 기자를 취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저널리즘에서 페이지뷰는 광고 수입과 연결되는데, 미디어 관련 기사는 페이지뷰도 잘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디어오늘>은 계속해서 미디어를 취재하고 비평한다.

이 사장은 사람들이 뉴스를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거나 뉴스 자체를 의심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뉴스의 이면을 짚어보고 뉴스 너머 진실은 무엇인가를 추적하는 미디어비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 언론에서 미디어비평이란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한겨레>가 어디 땅을 파서 월급을 주지 않는 이상 결국 광고를 못 받으면 월급을 줄 수 없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입니다. 완전히 광고 영향에서 자유로운 비영리매체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건 한국에 정말 몇 개 안 되죠.”

   
▲ 한국 언론에서 미디어비평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미디어오늘> 이정환 사장 © 이연주

<미디어오늘>은 언론노동조합이 대주주여서 상대적으로 공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소유와 경영과 편집이 모두 분리되어 있어 주주가 지면에 간섭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언론사가 대부분이다.

언론은 기자 자신이 먹고 사는 문제, 즉 이해관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 사장은 어떤 이해관계에 복무하느냐에 따라 매체 논조가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기자들이 사명감이 투철하고 정의감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국장이나 부장이 시키는 것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누가 국장과 사장을 임명하느냐에 따라서 언론사의 논조가 바뀌는 게 주식회사 언론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비평이라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상비평을 하기는 쉬워요. <한겨레>가 뭐라 말했고, <조선일보>가 뭐라 말했는데 둘이 서로 다르다, 대충 이렇게 모니터링 기사를 쓰긴 굉장히 쉽습니다. 굉장히 무책임하거나 누구나 쓸 수 있거나 아무것도 건드리지 못하는 보도일 가능성이 크죠. <한겨레>는 바른말을 했는데 <조선>은 거짓말을 했다고 두 개를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쉽거나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요.”

이 사장은 미디어비평을 잘할 수 있는 기자들을 길러내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상비평에 그치거나 사건의 겉만 훑고 지나가는 미디어비평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미디어비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자들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비평은 결코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만 보고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비평을 하려면 기자는 폭넓은 정보를 쥐고 있어야 하고, 현장에 있는 기자들보다 현장을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는 미디어비평을 하려면 현장을 다시 검증취재하고, 데이터를 가지고 반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을 잘 읽으면 진실이 드러난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이 사장은 정보의 99%가 신문에 실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문의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99%의 정보를 조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의 정보, <조선>의 정보 등 신문별로 여러 가지 정보가 있는데 그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건 오히려 독자의 힘이라며 독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현장에서 갖는 기자 본인만의 인식에 갇히거나 정파성의 함정에 갇히기 쉽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러 언론사 기사를 묶어서 보면 보이지 않는 입체적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고 말했다.

“누가 ‘여기 한 10억 원어치 사진 장비가 올라가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이 많은 기자들이 모두 무슨 사진을 찍고 있을까요?”

   
▲ 수 십대 카메라가 모두 같은 곳을 찍고 있다. © 미디어오늘

이 사장은 미디어비평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진 한 장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30명이 넘는 카메라 기자들이 한 방향을 향해 대포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는 같은 현장에 있는 수십 명 기자들이 똑같은 사진을 찍는 이 사실이 한국 언론이 갖고 있는 딜레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본질을 파고들지 않는 한국 언론

“한국은 최저임금이 낮은 편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사실 <한겨레>나 <경향>이나 <미디어오늘>에서 그런 주장을 하기 쉽지 않아요. <미디어오늘>에서 그런 주장을 하면 저희는 미디어비평지인데도 만약 최저임금 기사를 가지고 ‘이거는 전체 임금 평균이 아니라 중위소득하고 비교해야 된다’고 얘기하면 <미디어오늘> 맛이 갔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상당히 있을 겁니다.”

   
▲ 2017년 7월 최저임금 결정 후 <동아>와 <경향> 사설 제목 © <동아일보> <경향신문>

이 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최저임금 1만원’에 관한 한국 언론의 보도를 예로 들며, 본질보다 이미지가 한국 사회를 바꾸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오랫동안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중위소득의 50%로 맞추고 이어 중위소득도 계속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선 중위소득이란 어려운 개념 대신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정치적 구호를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쉽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언론은 ‘최저임금 1만원’에 프레임을 맞추어 너도나도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언론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죽이기’라 비판했고, <한겨레> <경향> 등 진보 언론은 ‘가난한 노동자의 희망’이라고 칭찬했다. 이 사장은 ‘최저임금 1만원’ 논란을 대하는 진보와 보수 진영 언론 모두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자신들이 속해 있는 진영 논리에 부합하는 안전한 기사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이나 그럼에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성 없는 한국 언론

“과연 이 사람들이 판사 부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았을까요? 한국 언론에서도 미국에서는 범죄자 얼굴 무조건 공개하게 되어 있다는데, 사실이 아닙니다.”

이 사장은 괌 법조인 부부 사건 보도를 예로 들며 반성 없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꼬집었다. 미국 괌으로 여행을 간 법조인 부부가 잠든 아이들을 차에 잠깐 방치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 한국에서 300건 넘게 보도됐다. 부부 중 한 명은 판사, 한 명은 김앤장 변호사여서 더욱 논란이 된 사건이다. 이 사장은 한국 언론의 보도로 목숨까지 끊으려 했던 아이들 아버지가 쓴 글을 언급하며 ‘몰아가기 식’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같은 종류의 사건을 다룬 <워싱턴포스트>의 ‘치명적인 방심’이라는 보도를 예로 들며 한국 언론의 수준을 안타까워했다. 무심코 아이를 차에 방치했다 죽음에 이르게 한 부모들을 인터뷰하고 정신분석학자 이야기도 자세하게 실은 이 기사는 퓰리처상까지 받았다. 사람은 무엇이든 어떤 부분에 집중하게 되면 순간 다른 것들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인용해 미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차 속 아동 방치 사건들을 분석했다. 이 사장은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언급하며 괌 법조인 부부 보도를 반성하지 않는 한국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언론비평을 할 때 살펴봐야 할 것들

“어떤 기사가 사라지는가를 잘 봐야 되는데요. 사실 어마어마한 기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나타났다가 고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장은 미디어비평의 한 방법으로, 어떤 기사가 사라지는지를 추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기사를 찾기 위해 다음 날 신문에 어떤 기사가 실릴지 미리 볼 수 있는 온라인 초판을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초판은 기업 홍보담당자나 공보 담당자들이 주로 구독한다. 무슨 기사가 나오는지 먼저 알고 그 면을 통째로 사기도 한다. 이 사장은 <미디어오늘>도 <한겨레> <조선> 등 10대 일간지 온라인 초판을 구독하려 했으나 결국 구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간지가 구독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특정 기업과 조직에만 온라인 초판을 구독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끈질긴 취재와 탐사보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 포스코 자회사 부당거래 건과 관련해 <매일경제>에 실린 기사가 사라졌다는 제보를 받았다. 당시 <매일경제> 편집국장에 연락했으나 사실 확인이 필요해서 보류한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매일경제>에서 포스코 관련 기사가 나왔다가 사라져 석연치 않다’라는 내용의 기사만 썼다. 나중에 이 사건은 포스코 전 회장의 거대 권력형 비리와 연관돼있음이 밝혀졌다.

이 사장은 자신이 ‘왜 이 기사가 사라졌는지’ 더 취재 했더라면 어마어마한 권력형 비리를 캘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자기들 논리대로 뭔가를 왜곡하고 감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비평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끈질기게 탐사보도를 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취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마’를 벗어야 한국 언론이 산다

언론계의 오래된 속어로 기사의 주제의식을 흔히 일본어인 ‘야마’라고 부른다. 그는 ‘야마’가 갖는 이중적 함정을 지적했다. ‘야마’라는 건 스트레이트 기사의 힘이다. 주제가 ‘무엇이다’라고 이야기를 먼저 하면 기사에 힘이 실려 끝까지 읽게 된다. 하지만 ‘야마’는 독자에게 ‘이게 핵심이야’ 또는 ‘이게 정답이야’라고 주제의식을 단정하거나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기사를 쓴다는 것은 기자들이 어떤 내용은 선택하고 어떤 내용은 배제하는 과정이다. ‘야마’가 선명할수록 세상을 보는 필터는 좁혀질 수 있다. 그는 기사에서 기자가 내세우려고 하는 의도(야마)를 읽어내고 그 뒤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읽어내는 것이 미디어비평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한승동 김영미 오연호 강정수 이정환 최경영 박인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윤종훈 기자

이연주 반수현 PD 박지영 기자 joann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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