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는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현실성이 없었다. 고속도로나 철도로 연결돼 있지 않은 섬 옆 바다에 활주로 길이만 4km인 땅을 간척해 공항을 짓는 일은 애초에 무리였다. 무엇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짓는 공항이 영남권 전체가 아닌 부산만을 위한 공항이 될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부산 정치권은 가덕도란 환상을 만들었다. '김해공항 뺏긴다'며 위기를 자극하고 가덕도로 지역민심을 모으면 표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입논란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친 서병수 부산시장은 시장직을 내걸고 가덕도에 올인했다
세계에서 공영방송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27년 영국의 BBC가 설립되면서다. BBC 트러스트는 왕실칙허장에 따라 BBC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청자와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 예산 편성과 집행을 규제 감독하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BBC는 시청자의 다양한 시청권 보장과 불편부당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KBS 역시 70년대 방송공사화와 80년대 언론통폐합 조처를 거치며 탄생한 공영방송이다. 방송 민주화 투쟁으로 방송법상 '국가 기간방송'으로서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진다. 정연주
“독자와 교감하는 서민 교수, 이서희 작가가 미래 저널리즘의 모형”최진순 <한국경제> 기자는 저널리즘의 미래가 ‘신뢰’, ‘콘텐츠’, ‘커뮤니티’ 세 키워드에 있다고 내다봤다. 세 키워드는 서로 물려 있고 쳇바퀴처럼 얽혀서 돌아간다. 우선 커뮤니티. 기자와 뉴스간부들은 독자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지고, 나와 관련이 높다고 여긴다. 독자의 피드백이 콘텐츠 내용에 반영돼 기자와 독자가 함께 만드는 ‘협력적 기사’로 발전하게 된다. 정리하면, 기자와 독자의 커뮤니티 네트워크가 콘텐츠를 만들
올해 KBS의 미션은 ‘가장 신뢰받는 창조적 미디어’다. 첫 강령은 ‘국가기간방송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건데, 과연 KBS가 TV환경이 아닌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서도 대표방송이 될 수 있을까? 조준상 KBS 이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두 번째 특강에서 KBS가 지상파 디지털방송, IP 기반 스트리밍 방송, VOD 등을 통합한 하이브리드 스마트 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현재 공영방송은 무료∙보편 서비스 아니다“1994년이 기점입니다. 1994년부터 KBS수신료를 전기료와 같이 받게 됐어요. 이전에는 수신료 징수를 위해서라도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장에서 보여준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의 행위는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0여 일 굶은 유가족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먹었다. 음식을 유가족 텐트 앞에 던지기도 했다. 그들은 이 반인륜적인 행위에 명분을 붙여 ‘폭식 투쟁’이라 이름 붙였다. 일부는 ‘906 광화문 대첩’이라 자찬까지 했다.공감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단지 세상의 관심을 끌기 위해 퍼포먼스를 벌인 것도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시위방식의 하나로
“처음에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1년이 다 돼가네. 아직 이러고 있으니 참….” 지난 3월 22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만난 이영호(47)씨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이씨는 세월호 실종자 이영숙(52)씨의 막냇동생이다. 그는 지난 1년간 팽목항과 서울 집을 오가며 돌아오지 않는 누나를 하염없이 기다렸다.지난해 4월 16일 참사 후 수색작업이 한창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누나의 주검조차 찾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5월이 되자 불안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곧 찾을 것이란 기대가 더 컸다. 9월이 되니 ‘
매해 꽃망울이 터지는 3월 하순을 유백형(55ㆍ주부)씨는 늘 기다렸다. 결혼기념일인 22일과 남편의 생일인 23일이 이어져 부부에게 둘 만의 축제기간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22일과 23일은 예년과 달랐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수학여행을 떠났던 남편 양승진(56·사회) 교사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세월호 사고로 실종상태인 남편의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지난달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았다. 눈부시게 화창한 하늘 아래, 남편이 좋아하던 인절미와 미역국으로 생일상을 차려 놓고 하염없이 바
내달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된다. 많은 이들에게 세월호의 아픔은 흐려졌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아직도 실종상태에 있는 아홉 사람의 가족들에겐 하루하루가 절망을 더하는 시간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인양과 사고 진상규명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명쾌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실종자 수색의 유일한 희망으로 꼽히는 선체 인양에 대해서는 '공론화하겠다'는 의사만 밝혔고,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은 제정됐으나 세부사항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비뉴스>는 지난 19일에서 22일까지
슬로우푸드는 빨리 만들어 먹는 패스트푸드에 대항하는 음식이다. 효율을 위해 건강을 희생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선한 식재료를 골라 제대로 조리해 먹자는 정신을 담고 있다. 뉴스산업에서도 분초를 다투는 ‘속보’에 목숨 걸지 않고 다른 시선, 곱씹은 생각을 느리게 전달하겠다는 대안매체가 나왔다. 이름 자체가 <슬로우뉴스>(slownews.kr)다. 자극적인 글과 영상이 없는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목받고 있다. <슬로유뉴스>에는 편집위원 20여명이 정치·사회·문화·테크·미디어·문화 분야 등의 글을 올린다. 대부분
글을 쓸 때 어느 작가도 ‘우리는’이란 주어를 쉽게 쓸 수 없다. ‘우리는’은 작가와 작가가 상정하는 독자가 이해관계가 일치하거나 동일한 방향성을 가질 때 가능하다. 그러나 독자층은 계층, 나이, 성별, 정치적 관점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에, 이들을 아우르는 글을 쓰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알랭 드 보통은 ‘우리는’이라는 주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가 말하는 ‘우리’는 ‘현대인’쯤으로 읽힌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에 살며, 일하고, 사랑하고, 결혼도 하는 이들이 ‘우리’들이다. 알랭 드 보통의 글 특징은 현대인과 외부
공영방송 보도국장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우리나라 최고라는 대학의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고, 급기야 여당 정책위의장은 세월호 사고는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정부도 세월호 참사를 해상교통사고 정도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교통사고는 규모가 크든 작든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다. 이런 시각이면 세월호 사고도 청해진해운과 피해 승객의 문제가 된다. 사고 초기부터 구조작업을 선사가 계약한 민간업체가 주도하고, 해경은 뒤로 빠져버린 것에서 정부가 이 사고를 어떻게 규정했는지를 짐작할
샤넬의 카를 라거펠트,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 구치의 톰 포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패션 디자이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게이라는 것이다. 게이들이 패션계에 몰려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스콰이어> 심정희 패션 디렉터의 말을 들어보면, 게이 디자이너는 ‘여자가 보지 못하는 여자의 아름다움’과 ‘남자가 보지 못하는 여자의 아름다움’ 모두를 포착하기 때문이란다. 이들이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시선은 ‘스트레이트(이성애자)’들이 봤을 땐 신선한 자극이고, 그 자극을 패션계가 목말라한다는 것이 이유다.이 신선함이 뜻하는 건 ‘낯섦’이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나고 실종자 수가 크게 줄면서 사고해역과 가까운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등에 파견됐던 기자들도 현장을 많이 떠났다. 지난달 23일 <단비뉴스> 자원봉사팀이 처음 갔을 때 진도군 실내체육관 2층 복도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취재차 다시 갔을 때는 서너 명의 기자들만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시민들로부터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지탄을 자초한 취재진의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실종자 가족 상처 더하는 오보와 추측보도 여전“기자분들이 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