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9년 조선을 찾은 명나라 사신 화찰(華察). 그는 압록강과 대동강을 차례로 지나며 빼어난 자연경관에 감탄했다. “조선의 풍경이 여기 다 있구나!” 그 때 화찰의 옆에 있던 조선인 통역관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반드시 한강이어야 합니다.“ 통역관이 말한대로 화찰은 한강의 풍경에 푹 빠졌다. 서울에 도착한 화찰 일행은 배를 타고 한강 유람에 나섰다. 양화도를 지나갈 즈음 바람이 거세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배를 멈추게 하고 술을 따라 노래를 부르며 연회를 열었다.“남산이 눈앞에 보이고 북악산이 뒤에 있으며 용산과 필
왜 대중은 마치 그것이 자신의 행복이라도 되는 양 스스로 예속을 욕망하는가? 스피노자가 던진 질문이다.자연계에는 열역학 법칙이 있다. 열로 치환되는 에너지가 어디에 얼마만큼, 어떻게 이동하는지 설명하는 법칙이다. 이 중에 제 2법칙, 엔트로피의 법칙이 있다. 엔트로피(S)라고 하는 무질서의 척도를 나타내는 법칙이다. 에너지는 자연 상태에서 무질서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방 안에 책을 쌓아두면 점점 어지럽혀지는 것과 같다. 무질서는 자연 현상이다. 하지만 인간은 엔트로피 법칙을 거스르는 존재다. 밥이라는 연료를 먹고 방 정리를 한다.
박근혜 집권 당시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가 인기를 끌었다. 농촌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옥수수를 베어 한 끼를 마련하는가 하면 어촌편에서는 그물을 던지고 발을 쳐 물고기를 잡았다. 시청자들은 나영석 피디가 연출하는 목가적 풍경에 환호했고 ‘힐링’ 열풍으로 이어졌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는 ‘눕방’이 등장하기도 했다. 직접 배추를 따서 겉절이를 만드는 장면은 소박하고 정겨웠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힐링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위안을 얻는 도피처였다.목가적 작품은 대립이 심한 현실에서 탄생한다. 일제 강점기가 그랬고
영화 <어벤져스>의 주인공 퀵 실버의 주제가는 이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멈출 수 있는 주인공에게 유리병 속에 시간을 넣어 영원을 얘기하는 은 얼핏 안성맞춤으로 비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주인공은 시간을 멈추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몇백 배 빨리 움직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깨어나 보면 죄수는 탈옥했고, 간수의 열쇠는 사라졌다. 병 속에 담긴 영원의 시간은 주인공이 공간을 활보하는 것과 정반대다.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엘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가 개봉됐다. <미녀와 야수>는 1991년 월트 디즈니사가 만든 30번째 애니메이션으로, 90년대에는 2D 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이끌었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6개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미녀와 야수>는 <해리포터>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이 벨 역을 맡았고, <코블러>에서 주연을 맡았던 댄 스티븐스가 야수 역을 맡았다.영화는 시골 처녀 ‘벨’이 작은 마을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시작된다.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는 벨은 활기차다. 한 마리의 지저귀
<앵커>최근 일본 관방장관이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되풀이 되는 망언은 한일 갈등을 고조시키는데요. 위안부 문제를 고발하는 수요 집회는 매주 어김없이 열립니다. 12.28 합의 전면 무효는 물론 일본의 공식적인 사죄와 합법적인 배상도 요구했습니다. 고륜형 기자가 지난 수요 집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기자># 학생들 수요집회 사전 공연 열기일제 위안부 만행을 규탄하는 수요 집회 현장. 추운 날씨에도 문화 공연을 펼치는 학생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본 행사에 앞서 시민들 관심을 모으는 데
좋은 언론이 뭔지 궁금했다. ‘좋은 언론’에 대한 정의부터 필요했다. 마침 해직 기자들이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는 꽤 감정적이었다. 해직 이후 별 거 아닌 일에도 화가 난다는 조승호 YTN 해직 기자, “지금 오디오 체크하고 데스크에서 뛰어다녀야 할 너희들이...”라고 집회 현장에 모인 후배들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최일구 MBC 아나운서, 해직 분노를 삭이기 위해 무박 2일 마라톤을 3번이나 완주한 노종면 YTN 해직기자까지. 영화는 ‘좋은 언론’에 대한 명확한 정의보다 감정으로 먼저 다가왔다.
글을 읽으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어법을 통해 글쓴이가 보인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사용하는 선과 붓의 터치, 색채, 양감과 질감으로 화가가 누구인지 그려진다. 화풍으로 결정된다. 논리적 전개 구조와 단어 선택이 빚는 문체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면 전시 목적과 화풍은 화가의 세상 참여 방식을 담는다. 한편 글을 읽어 한 작가를 만나는 것처럼 그림 작품을 보며 화가에게 다가선다. 두 명의 화가를 만나러 떠나보자. 20세기를 화려하게 연 신 예술 아르 누보(Art Nouveau)와 그 뒤를 이은 1920-30년대
<앵커>기발한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딜까요? 전문 디자이너들의 정교한 제품부터 신진 작가들의 톡톡 튀는 시제품까지. 실생활용품은 물론 산업 현장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한자리에 모은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고륜형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아이디어 상품조그만 상자 안에 월요병을 극복할 수 있는 6가지의 물품이 들어 있습니다.인터뷰> 김재영 대전 유성구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에 대해 조사하고, 분석하고 그리고 이런 고민류에 맞는 힐링 아이템을 약 60여 가지를 개발을 했어요."월요병뿐 아니라 우울증이나 취
<앵커> 지난 26일 150만여 명이 참여한 광화문 촛불집회. 톡톡 튀는 해학적인 문구와 이색피켓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대통령 퇴진이라는 엄중한 요구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시민들 아이디어가 빛났습니다. 집회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피켓 문화를 고륜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색 문구150만 명이라는 기록적인 인파가 몰렸던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촛불 집회장. 삼삼오오 짝을 이룬 참가자들은 특색 있는 문구를 적은 팻말을 들고 서로를 격려하며 구호를 외칩니다. "매일밤 힘들어서" "저승사자도 못살아" 등의 풍자 글귀가 적힌 팻
<앵커>지난 12일 100만 명이 넘게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는 문화제도 함께 치러졌습니다. 철학자 도올과 개그맨 김미화, 김제동을 비롯해 가수 크라잉넛, 전인권 등이 참여해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국민 요구에 발을 맞췄습니다. 고륜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기자>촛불 문화제의 백미는 촛불 파도타기. 광화문에서 남대문까지 100만 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빚어낸 촛불 파도가 감동의 물결을 이뤘습니다. 늦은 시간에도 유명인들이 자유발언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열기를 더욱 고조시켰습니다.스탠드업>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깊어가는 가을바람이 거리의 낙엽을 몰고 가던 지난 5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림 미술관. <닉 나이트 사진전-거침없이, 아름답게> 사진전에 삼삼오오 호기심 어린 눈빛의 탐방객들이 모여든다. 교사, 학생, 연인, 친구....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지만 공통점이 느껴진다. 스킨헤드와 빨간 원색으로 강렬하게 타오르는 포스터에서 한동안 눈길을 떼지 못하는 것. ‘거침없이, 아름답게’라는 도발적인 문구에 빨려든다. 사직 작가 닉 나이트의 생애를 보여주는 듯한 포스터 그림들이 탐방객의 발길을 자연스레 미술관 안으로 이끈다.
핸드폰 화면 위에서 커피가 춤을 춘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스타벅스가 내놓은 새 광고다. 광고에 사용된 기술은 홀로그램. 즉 핸드폰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45도 각도의 홀로그램 필름에 비춰 공중에 커피를 띄우는 기술이다. 공중에 띄워진 커피는 3D로, 가상의 물체다. 홀로그램이 차세대 광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광고계 동향> 10월호에서 유승철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는 “3D 디스플레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Virtual Rea
A와 B씨는 오랜 친구 사이다. A씨는 24시 편의점 총괄 사장, B씨는 카카오 사장이다. 웹툰 체험 전시관에서 우연히 만난 둘, 대화는 역시 사업 구상 관련이다.A: 오랜만일세. 저번 ‘카카오 프랜즈’ 사업 괜찮았어. 소비자들이 카카오 톡에서 많이 보던 캐릭터가 그려진 빵을 자주 사먹어.B: 응, 카카오 톡에서 자주 보던 캐릭터들이 일상에서 보이니깐 소비자들이 친숙함을 느끼는 것 같아. 우리 전략도 그랬고. 강남에 <카카오 프랜즈 샵> 매출도 상당해. A: 그래, 기사 봤어. 카카오 샵에 들어가려고 30분은 기다린다며. 자네 카카
앵커멘트> 난지 하늘공원의 억새풀이 요즘 장관을 이룹니다. 가족, 친지단위 나들이객들이 억새 숲을 거닐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데요. TV 뉴스팀 고륜형 기자가 생태공원으로 거듭난 난지 하늘공원의 늦가을풍경을 취재했습니다.리포트> 가을바람이 살랑일 때마다 솜털 같은 억새가 물결치듯 흔들립니다.시민들은 맑은 웃음을 지으며 억새 곁으로 다가섭니다.비단처럼 고운 억새밭에 연인과 친구들이 삼삼오오 즐거운 한 때를 보냅니다.환하게 짓는 미소는 가을의 추억으로 아로 새겨집니다.인터뷰> 조의령 / 대학생“시험보기 전에 데이트 나왔는데 여기 하
아름드리 고목 한 그루가 세월의 무게를 이고 우뚝 솟았다. 나뭇잎들은 선선한 가을바람에 살랑이듯 잔물결을 일으켰다. 은은한 조명을 받는 고목 아래로 작은 연단과 의자 50여 개가 빙 둘러 놓였다. 특유의 헝클어진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한 남자가 연단에 올랐다. 낯익은 얼굴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의 진행자 신병주 교수. 재치 있는 입담과 정확하고 객관적인 근거자료로 <역사저널 그날>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신교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관객의 눈과 귀가 열렸다. 지난 21일 밤 ‘북촌의 날’ 행사 중 북촌의 역사를 설명하는 ‘
은빛 솜털이 춤추듯 하늘거린다. 그 앞으로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이 들뜬 표정으로 다가선다. 손에 들린 카메라는 덩달아 흔들린다. 비단처럼 고운 억새밭 속의 연인, 가족, 친구들이 삼삼오오 맑은 웃음을 자아낸다. 환하게 짓는 미소는 그렇게 또 하나의 가을의 전설이 돼 추억으로 남는다. 밤이 되자 은은한 달빛 아래 조명까지 받은 억새는 또 다른 정취를 빚는다. 잿빛 억새가 빨강, 보라, 연두, 노랑... 한밤에 무지개로 피어난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슴 시린 시민들 마음을 포근히 감싸준다. 올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