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영화 '미녀와 야수'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가 개봉됐다. <미녀와 야수>는 1991년 월트 디즈니사가 만든 30번째 애니메이션으로, 90년대에는 2D 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이끌었다.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 6개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미녀와 야수>는 <해리포터> 헤르미온느 역의 엠마 왓슨이 벨 역을 맡았고, <코블러>에서 주연을 맡았던 댄 스티븐스가 야수 역을 맡았다.

영화는 시골 처녀 ‘벨’이 작은 마을에서 아침을 맞이하며 시작된다. 창문을 열고 노래를 부르는 벨은 활기차다. 한 마리의 지저귀는 새처럼 그녀는 아름답다. 그녀의 노래는 사람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벨을 재미있는 괴짜 아가씨라고 노래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처녀지만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아가씨라고 놀리기도 한다. 벨은 주민들 얘기엔 아랑곳하지 않고 분수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언젠간 이 좁은 마을을 떠나서 더 재밌는 세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드넓은 풀밭을 달음박질치는 벨의 모습은 생기가 넘친다.

▲ 16일 엠마 왓슨과 댄 스티븐스가 주연을 맡은 3D 영화 <미녀와 야수>가 개봉했다. ⓒ <미녀와 야수> 공식 홈페이지

가스통은 벨을 사랑하는 마을 최고 미남이다. 마을 술집에 걸려있는 사슴뿔은 모두 그가 사냥한 것이다. 벨의 아버지 모리스에게 벨과 결혼시켜주지 않는다면 그를 늑대의 먹이로 던져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벨은 힘은 세지만 무식한 가스통을 싫어한다. 가스통은 영화 후반부에 마을 사람들을 야수가 사는 성으로 이끌고 가 야수를 죽이려고 한다. 가스통은 성에서 야수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야수를 총으로 쏴 죽이는 비겁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그의 포악성은 오히려 벨을 그에게서 멀어지게 하고 야수와 가까워지도록 만든다. 벨의 이상형은 책을 좋아하는 남자. 벨은 책이 가득한 서가를 선물한 야수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은 사람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장님으로 만든다”

셰익스피어의 말이다. 야수를 병간호하던 벨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낭만적인 사랑을 꿈꾼다. 감독인 트라우스 데일과 커크 와이즈가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각본에 넣은 이유는 벨과 야수의 사랑 얘기가 고난과 역경을 이기고 사랑을 쟁취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얘기와 닮았기 때문이다. 벨이라는 진취적 여성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단순하다. 벨은 책 속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자유를 잃어버렸을 때 사랑을 느낀다. 성안에 갇힌 그녀는 접시와 촛대, 시계로 변해버린 사람들의 고통을 알게 된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그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며 세상을 알아간다. 그녀는 아버지의 품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유를 잃었지만 역설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은 그녀는 한층 더 성숙해진다.

▲ 벨과 야수는 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고민을 얘기하며 가까워진다. ⓒ <미녀와 야수> 공식 홈페이지

관객은 이 영화를 보고 “디즈니 영화는 감동을 준다”라고 말한다. 페스트에 걸린 벨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헤어지는 장면이나 벨이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고 마을로 달려가는 장면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이유는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말하기 때문이다. 롤랑 바르트는 <사랑의 단상>에서 ‘사랑이란 가장 고결하고 슬픈’ 감정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마법처럼 찰나의 순간에 사랑에 빠진다. 벨이 야수에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야수가 책을 좋아하는 벨에게 책이 잔뜩 꽂힌 서가를 선물했을 때였다. 책을 통해 서로 알아가고 고민을 나눈다. 벨이 야수에게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채 2초도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사랑 얘기, 특히 <미녀와 야수> 같은 아름다운 사랑 얘기에 빠지는 것은 아마 영화가 자신들이 사랑했던 때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은 아닐까. 동화는 사람들을 판타지에 살게 한다. 바쁜 일상을 지내다가 동화를 보게 되면 잊고 지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동화의 단순한 줄거리는 감정을 극대화한다. 세상사와는 동떨어져 있어 더욱 환상적이다. 외면보다 내면을 중요시하고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야수가 저주에서 풀려난다는 다소 고리타분한 레퍼토리는 사실 보편적이다. 진부한 사랑 얘기는 오래간다. 동화 속 사랑 얘기가 세상에서 계속되는 이유다.

▲ 26년 만에 사운드 트랙 제작에 참여한 셀린 디옹과 아리아나 그란데, 존 레전드 등이 <미녀와 야수>의 또 다른 명곡을 탄생시켰다. ⓒ <미녀와 야수> 공식 홈페이지

1756년 프랑스 잔 마리 르프랭스 드 보몽 부인이 쓴 이야기를 각색해서 만든 <미녀와 야수>는 인기 있는 주제가들로도 유명하다. 셀린 디옹이 부른 <Beauty and the Beast>가 가장 유명하며 촛불과 시계 등이 부른 <Be our Guest>, 벨의 주제가인 <Belle> 등도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아름다운 음악들 덕분에 <미녀와 야수>는 뮤지컬로도 각색됐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에서는 26년 전에 사운드 트랙 제작에 참여한 셀린 디옹이 다시 <Beauty and the Beast>를 불러 화제가 됐다. 아리아나 그란데, 존 레전드 등도 제작에 참여해 명곡을 탄생시켰다. 개봉한 지 이틀 만에 누적 관객 수 40만을 돌파한 <미녀와 야수>는 한미 오피스 박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개봉한 <겨울왕국>보다 속도가 빨라 천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녀와 야수>의 명곡은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벨과 야수의 사랑 얘기에 잊었던 풋풋한 감정을 되살려 보는 건 어떨까.


편집 :  김평화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