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른 시일 내 지정을 완료하겠다는 태도를 확고히 했다. 극심한 갈등에 휩싸인 바른미래당 내부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민주당은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거법 개정안’은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위한 ‘마중물’이다. 100%가 아니라 ‘50% 준연동’ 방식에 그친 점은 아쉽다. 군소정당뿐 아니라 국민이 보기에도 그렇다. 하지만 개혁을 향한 그동안의 열망을 고려하면, 이 정도 성과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개혁안이 정착할 수 있도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지난 4월 불거진 ‘쓰레기 대란’을 대하는 시각은 어떤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 다를 듯하다. 진보와 보수의 논조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사안이었지만 강조하는 프레임이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언론이 쓰레기 대란의 원인을 강조하거나, 대책을 제시하는 등 보도의 관점은 다양할 수 있다. 이를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을까? ‘프레이밍’(framing), 곧 ‘틀짓기’의 관점에서 언론 보도들을 비교해 보았다.중국 환경보호부가 페트병 등 24개 재활용 품목의 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적으로 재
‘지·옥·고’를 아시나요. 지옥고(地獄苦)? 지옥에 가면 받게 된다는 극심한 고통을 말하는 걸까. 견디기 힘들기로는 지옥의 고통만 한데 뜻은 다르다.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축약한 말로, ‘지옥고(地屋考)’다. 집없는 많은 청년들이 방세를 아끼려고 전전하는 곳이다. 그런 ‘지·옥·고’ 출신 청년들이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올해 서른세살 무주택자인 우인철(33·우리미래당) 후보와 ‘여성 1인 가구’ 신지예(27·녹색당) 후보.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청년들이 직접 청년 주거문제
'국경없는기자회'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표한 2018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4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작년보다 20계단 뛰어올라 개선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세계의 언론자유는 점차 퇴보하고 있는 등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의 언론 상황은 우리가 겪고 지나온 열악한 상황으로 퇴보하고 있다. 이날 세계언론자유지수 발표 후 이어진 ‘아시아 언론자유 현주소’ 토론회에서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언론인들이 자국의 언론자유 현황을 소개했다.‘댓글부대’ 동원해 언론자유 위협
세계 4위 인구 대국, 세계 최대의 섬나라“자바섬 내에서도 서자바, 중자바, 동자바 사람들의 종족과 성격, 사투리가 다 달라요. 저는 성격이 급한 동자바 마두라족 사람이라 말도 짧고 목소리도 큰 편이지만, 중자바에 사는 순다족 사람들은 배려심도 깊고 말도 곱게 쓰죠.”자바섬 동부 수라바야시에 사는 대학생 비토 헤르마완(20·남) 씨의 고향 소개다. 자바는 인도네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심지로 한국의 수도권과 같다. 인도네시아 언론 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2억6280만여 명 중 58%가 자바에 산다. 여
미련한 영국인의 우화 어떤 영국인이 여관에 머물렀다. 여관 주인은 바가지요금을 씌우려 했다. 대부분의 손님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냈다. 그런데 이 영국인은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그 때문에 영국인은 며칠 더 묵어야 했다. 원래 일정을 틀어가며 여관에 더 머문 영국인은 분명 손해다. 사람들은 영국인의 행동을 어리석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고 든 영국인 덕분에 이후의 손님들은 바가지요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 사회 전체로 본다면 이득이다. ‘미련한 영국인’ 이야기는 독일 법학자 예링의
“정형식 판사에 대해서 이 판결과 그 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 감사를 청원합니다!” 2018년 2월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이다. 서울고법 정형식 부장판사가 이재용 부회장의 2심 재판에서 원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날이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은 한 달 안에 20만을 넘으면 청와대의 답변의무가 생긴다. 이 청원이 20만을 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3일이었다. 언론은 청와대의 답변내용을 ‘청원 내용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재판에 관여하거나 판사를 징계할 권한은 없다’로 압축했다. 하지만 답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 전국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이다. 결혼 시장에서 밀려나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으로 눈을 돌린 한국남성들을 유혹하는 문구다. 당국이 나서 금지했지만, 우리사회 인종차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 사례다. 한국인이 무작정 외국인을 혐오하고, 배타적으로 대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인종적, 문화적 배타성은 매우 선택적으로 움직인다. 미국, 유럽계 백인들을 보는 시선은 언제라도 관대하다. 같은 영어강사라도 출신국가, 인종에 따라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런 의식구조
폐건물에서 ‘물건’과 돈을 주고받는 범죄조직을 정보∙수사기관 요원이 급습하는 연출은 진부하다. 현실은 다르다. 돈 가방을 건넨 쪽은 정보기관 간부다. ‘눈먼 돈’이라 불리는 특수활동비 40억원을 매년 10억원씩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국정원 이야기다.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3명 중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이 구속됐고, 남은 이병호 전 원장 역시 불구속 기소가 유력하다. ‘문고리 3인방’ 중 이재만 청와대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홍보비서관은 특수활동비 문제로 다시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지지기반인 러스트 벨트(철강 자동차 등 중공업지역)를 의식해서 말을 그렇게 하지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근간이 흔들리면 거기 영향 받는 미국 산업들이 가만히 안 있죠. 당장 한국에 쇠고기 수출하는 몬태나주부터 시작해서 지적재산권 관련 콘텐츠 산업들, 한국에 있는 미상공회의소(암참)도 굉장히 반대할 겁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내고,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를 이끌었던 윤대희(68) 전 장관이 28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유엔 안보리의 만장일치 대북 결의안 채택이다. '가장 강력한 제재'라는 수사가 화자만 바뀌어 되풀이된 뒤에는 북한의 또 다른 군사모험이 이어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지난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국제사회는 유례없이 강력한 제재내용의 2375 결의안을 채택했다. 북은 화성-12형 미사일을 3천600km 날려 보냈다. 유감스럽지만 2006년 첫 핵실험 이후 제재가 북을 주저앉히는 성과를 거둔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핵과 미사일 실험은 매번 진전을 보였고 이제는 최소 5
“이번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이 왜 400억 넘는 금액을 출연하게 되었을까요?”<한겨레>에서 20여 년간 재벌 문제를 파헤쳐온 곽정수 선임기자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에서 “삼성의 뇌물 공여는 편법적 경영승계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재벌의 미래가 “경영승계 문제를 포함한 합리적 경영 시스템의 구축 여부에 달렸다“며 지금이 그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곽 기자는 <재벌들의 밥그릇> <한국경제 새판 짜기> 등의 저서를 통해 재벌과 한국 경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규명해왔다.한국 재벌의 두 가지 폐해곽 기자는 우리나라
"부산은 부산사람들도 모르는 매력이 많이 숨어있는 곳이죠. 저희와 같이 여행을 떠나는 분들은 여정이 끝났을 때 부산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특공대가 됩니다."각 지역의 대표 관광지들을 몇십 분 만에 훑고는 사진 몇 장 찍어오는 게 고작인 여행상품이 넘치는 요즘, '각별한 체험'을 내세운 부산여행특공대의 손민수(40) 공동대표가 자신 있게 하는 말이다. 그는 부산이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역사성과 지역성을 갖췄다는 확신을 하고 4년 전부터 부산특화 여행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에 있는
‘흠잡을 데 없다.’ 누구에게든 이만한 찬사가 있을까? 흠이라는 말은 ‘모자라다’, ‘빠진다’는 뜻의 한자 흠(欠)에서 왔다. 사람들은 흠 없음에 열광하면서도 질투한다. 흠은 사회 일반을 관통하는 ‘올바른’ 기준에 의해 ‘잡아내거나’ ‘잡힌다’. 웬만큼 잘나 보이는 사람도 매서운 눈으로 관찰하면 하나쯤 빠지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저 사람은 다 좋은데 무엇이 흠이야’라며 험담한다. 여자가 조신하지 못하다거나, 융통성이 없다거나, 장애가 있다거나, 수입이 적다거나 하는 개인의 특성들은 비정상, 곧 ‘흠’으로 수렴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사 연구와 복원에 불을 지폈다. 지금까지 미진했던 가야사 연구가 역사복원은 물론 영·호남 화합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반기는 측도 있지만, 우려의 시각 또한 만만찮다. 그동안 되풀이되었던 역사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새 정권에서도 반복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수 없는 논쟁과 검증을 거친 학계의 다양한 성과가 손쉽게 부정되는 경우를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친일우익들은 지나치게 좌편향 되었다고 비판하고, 재야 역사학자들은 ‘식민사학’이라고 깎아내리기 일쑤다. 8년간 수많은 학자들이 공을 들인 동북아역사지도가
한 사람이 교체되었다. 온 사회는 그를 중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의 실천 의지를 내비쳤다.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올해 안에 비정규직 노동자 1만 명을 정규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격세지감이다. 공항노조는 지난 2008년부터 공항의 비정규직 위주 운영에 대해 비판하고 싸워왔는데 단 몇 시간 만에 결론이 났다. 삼성, SK, 롯데 등 30대 대기업들도 정부의 정책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뿐만 아니다. 결코 열릴 것 같지 않던 4대강 수문도 대
지난 2013년 6월, 터키 최대의 도시 이스탄불의 탁심광장(Taksim Square)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한 강경 진압에 나섰다. 빵 심부름을 가던 소년 베르킨 엘반(15)은 그 시위 현장을 지나다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베르킨은 이듬해 3월 8일,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지 269일 만에 옥메이다느 종합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분노한 터키 국민들은 소년의 이름을 연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베르킨은 영원하다.” “어머니의 분노가 살인자를 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