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 소녀는 다른 소녀보다 중요한가두 소녀가 있었다. 2007년 5월 마들렌 맥캔은 침대에서 잠을 자다 사라졌고, 2008년 2월 섀넌 매튜스는 수영강습을 받고 오던 길에 실종됐다. 두 소녀 모두 저항할 힘이 없는 어린애들이었지만, 세간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다국적기업들은 ‘마들렌을 찾아주세요’라는 광고를 웹사이트에 실었고, 아이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가 영국 전역에 내걸렸다. 의회의원들은 아이가 부모 품에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노란 리본을 달았다. 하지만 섀넌 매튜스를 위해서는 아무도 노란 리본을 달지 않았고 그 어떤 광고 포스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는 12일 제천시민 일부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하남시 제2캠퍼스 건립 계획은 제천지역과 상생발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밝히고 시민들의 협력을 당부했다.권회복 세명대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학령인구가 급감해 지방사립대학은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릴 전망이어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수도권에 거점을 확보해 명문대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제천 캠퍼스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상생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학 신입생수가 급감하며 상당수 대학은 위기
지난 8월 4일 오전 9시 서울 상도동 중앙하이츠빌 앞길. 유흥희(44)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분회장 등 노조원 3명이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우비를 입은 채 손팻말을 들고 섰다. ‘8년을 기다려 복직했다. 기륭전자 최동열은 체불임금 지급하고 생산라인 설치하라!’고 쓰인 팻말 앞을 행인들이 무심하게 지나쳤다. 한 시간이 넘는 동안 “이게 효과가 있어요?”라고 묻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30일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이 회사 짐을 몰래 빼서 ‘도둑 이사’를 한 뒤, 노조원들은 평일 아침마다 이렇게 회장집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교 교실마다 초상화 5개가 걸려있었는데 앞쪽 칠판 위에는 마오쩌둥, 뒤쪽 벽에는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스탈린이 주인공이었다. 머리칼 길이로 남녀를 구분하곤 하던 한 소녀가 귀를 뒤덮을 정도로 풍성한 마르크스의 머리칼을 보고 “얼굴 가득 수염이 자란 게 이상하긴 하지만, 마르크스는 여자다”라고 주장했다. 감히 위대하신 마르크스 동지를 보고 ‘여자’라고 한 죄로 소녀는 반혁명분자로 몰렸다. 어린 아이의 순진무구한 상상력이 마르크스를 욕보인 ‘싸가지’없는 언행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한 소녀
드디어 나는 아버지보다 나이 많은 아들이 되었다. 이십 대 중반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사진 속의 젊은이로 남아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처음 만나던 시절,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분노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식 없이 쏟아내던 아버지의 눈빛에 반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정적이고 순수한 청년이었다.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에 맞선 저항은 대개 실패로 끝났기에 아버지는 무력하고 외로웠을 것이다. 어느 봄날,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짧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민주주의를 외치며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고
인천시 계양구 오조산공원에 가면 분주히 움직이는 전동 휠체어 여섯 대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뇌병변, 청각, 언어장애 등을 함께 지닌 중복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야학교사에게 사진 찍는 법을 배운 날은 여섯 학생이 각자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데 몰입한다. 지체장애가 심해 휴대전화를 손으로 쥐기 어려운 이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는다. 공들여 찍은 사진의 주인공은 대개 야외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다.불편한 두 손을 모아 일그러진 얼굴로 휴대전화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오명진(40)씨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그는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사내는 서울특별시 어디에도 붙박여 있지 못했다. 노모와 어린 딸, 만삭의 아내를 데리고 전세방을 떠돌았다. 이번 집만 해도 두 달을 채우지 못해 떠나는 것이었다. 애초 팔려고 내놓은 집인 줄 알면서도 이사했던 게 잘못이었다. 주인은 사전 통보도 없이 집을 계약해 놓고 사내에게 방을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에서 살 곳을 찾지 못한 사내는 열여덟 평짜리 연립주택을 마련하여 부천으로 떠났다. 쫓겨가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생각하며 그는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遠美洞) 사람이 되었다.’양귀자의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한 장면이
지난 여름, 밀양에 갔을 때 일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엄청난 경찰력의 비호 아래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자, 주민들은 길목에 지은 움막에 상주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여럿이 스타렉스차를 빌려 갔는데, 밀양 할머니들은 ‘허차’가 왔다며 긴장했다. 한전에서 부리는 용역들이 까맣고 커다란 렌터카를 타고 오는데, 렌터카는 ‘허’로 시작하는 번호판만 부착할 수 있어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작고 주름진 얼굴들이 움막에서 나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인사했다. 타지 사람을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할머니들 모습이 안타까웠다. 안개가 자욱한 날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