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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을 달리하는 투쟁과 체념의 공존

기사승인 2017.11.07  23: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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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사드(2) 경북 성주군 성주읍

정서적 반대와 현실적 체념의 이율배반

일요일 오전 성주 읍내 천주교 성당. 마당에 30여 명의 신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웃에 차를 나눠주는 배 모(59·금융업)씨에게 사드에 대해 물었다. 망설임 없는 답이 쏟아졌다. “사드 철회해야 합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무시했어요. 성주포대 배치되는 거랑 소성리에 오는 것은 같은 성주 땅에서 조금 멀리 보냈을 뿐이에요. 전쟁이 터지면 성주에 난리 나는 것은 같습니다.” 인구가 많은 군청 소재지 읍내에서 인구가 적은 소성리로 옮긴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 성주성당 전경. © 이민호

그러면서도 성주읍 내에서 찬성 의견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이나 군(郡)에서 배치를 추진하면 어쩔 수 없이 그냥 가는 겁니다. 군청 예산 사업과 연계된 단체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이율배반(二律背反)의 현실론이다.

언론 보도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 이어졌다. “사안을 제대로 보도해야 합니다. 요즘도 성주군청 앞에서 반대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어요. 그런데, 사드가 배치되던 그 순간만 보도하고 말았어요. 얼마 전에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자살한 분도 있는데 거의 보도되지 않았어요. 국민들은 누가 죽었는지도 알 길이 없지요”

“사드 배치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대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서 어떻게, 왜 필요한지 설명을 해줘야 했다”

성주성당 사무장 김 모(28)씨는 정부의 주민 설득 노력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무기를 일단 배치해 놓고 추후에 문제점을 논의해서 해결하겠다고 하니 의구심이 드는 겁니다. 사드 기지의 문제점이나 개선 방안을 상세하게 밝혔어야 합니다. 지금은 (사드 배치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이 달라서 삭막해졌어요. 서로 눈치를 봅니다. 사드 배치 찬성하는 쪽 단체에서 몰려와 읍내 길을 막고 혼잡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답답한 속내가 엿보인다.

“정부가 한다는데 어쩔 수 있나?” 주민 간 불협화음도

이날(10월 22일)은 성주 5일장(2일, 7일)이 서는 날이다. 성당에서 나와 성주시장으로 가봤다. 장터에 자리를 깐 상인들은 대구를 비롯해 외지에서 온 노점상이다. 가게를 가진 성주읍 상인들을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꺼냈다. 대부분 말을 아끼고 조심스러워 하는 눈치다.

   
▲ 22일 성주시장 모습, 사진 왼쪽 가게 ‘성주특산물판매장’은 장날인데도 문을 닫았다. 가게 주인이 사드반대집회에 나갔기 때문이다. © 이민호

분식점을 운영하는 박정규(55)씨는 “나는 반대해요. 그런데, 나라에서 하는 일에 여론 반영이 제대로 되겠어요? (적극적인 사람들은) 겨울에도 시위하고, 엄마들은 애기 업고 나갑니다. 작년에는 거의 대부분 가게 문 닫고 반대하러 나갔는데, 지금은 예민한 문제라 반대를 해도 겉으로 말하기 힘들어요. (우리 분식집에서도) 사람들이 사드 얘기하다가 몇 번을 싸웠습니다. ” 고요하던 소도시에 갈등의 골이 파였음을 보여준다.

박 씨는 전자파 이상이 없다는 정부 측 주장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드 배치되기 전에 몇 년에 걸쳐 환경영향평가라도 했으면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 하다못해 전자레인지 돌릴 때도 그 앞에 서있지 않으려 하잖아요” 거부감이 역력하다. “성주읍에 들어와서 전원주택 지으려다 취소되는 일도 있었어요. 땅값도 떨어지고, 매물도 많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정부 지원이라도 많이 받아야지”

또 다른 상인 이 모(50)씨는 조금은 다른 목소리를 내놓았다. “찬성도 반대도 안 합니다. 그래도 (성주군민들이) 손해를 볼 수는 없잖아요. 대통령도 못 막는 걸 어떻게 막나요. 대신 우리도 얻어야지요. 사드 배치가 어쩔 수 없다면 정부 지원이라도 당연히 받아야지요. 성주군민 중에 투쟁하러 나가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가는 사람도 정해져 있다고 봅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모(57)씨도 거들었다. “당장 친척 중에 누가 아프다고 하면 그때만 ‘어떡하노’하고 걱정하지 시간이 가면 무뎌지는 거랑 같아요. 나도 처음 성주읍 내와 가까운 성산포대에 배치가 결정되었을 때만 해도 시위에 나갔지요. 이제는 초전면 소성리로 가버렸으니...” 같은 군이라도 입장이 달라 단합이 안 된다는 얘기다. “반발이 적을 법한 지역을 골라 배치한 거예요. 그 주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혜택이라도 많이 줘야 합니다.”

성주초등학교 근처 한 자전거 점포 주인 신남식(66)씨의 입장도 비슷했다. “성산포대에 배치된다고 했을 때 시위에 나가 삭발도 했습니다. 지금은 읍내 사는 입장에서 그냥 담담할 뿐이에요”

   
▲ 성주읍내 자전거 가게 주인인 신남식(66)씨가 자전거를 수리중이다. 그도 처음에는 삭발하고 반대투쟁에 나섰다고 한다. © 이민호

사드반대 6개 단체 연합에서 탈퇴한 성주투쟁위

성주군청 건너편, 평화나비광장에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성주투쟁위)가 바자회를 열었다. 성주투쟁위는 지금은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6개 단체 연합에서 빠진 상태다. 당초 1)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2)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 3) 원불교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 4)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5) 사드배치반대대구경북대책위, 6) 사드배치반대부산울산경남대책위, 이렇게 6개 단체가 모여 ‘6주체’라고 불렸다.

지난 8월 8일 성주투쟁위가 탈퇴하면서 현재는 남은 5개 단체가 ‘소성리 사드철회 성주주민대책위원회(소성리대책위)’로 개편된 상태다. 김충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이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알려졌다. 사드 반대가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기조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탈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돈 이유다.

이에 대해 류동인(54) 성주투쟁위 대변인은 “6주체 내 회의에서도 투쟁 방식의 차이 때문에 성주투쟁위의 의견이 무시되기도 했습니다. 소성리 주민과 연대하는 분들과 성주투쟁위에 참가하는 분들은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목표는 같지만, 방식이 달라 탈퇴한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류동인(54) 대변인, 그는 “우리들 대로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면서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 이민호

성주투쟁위, 새로운 삶의 방식을 활용한 즐거운 투쟁

류 대변인은 “지난 1년간 투쟁하면서 자발적으로 투쟁에 참여하는 성주 군민들에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운동권이 갖지 못한 자유로움이나 창의성, 그런 색다름을 봤습니다”. 그런 동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즐겁게 투쟁하겠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존에 운동권, 즉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의 방식이 아니라 지금 당장 민주주의를 누리면서 즐겁게 싸우는 방식을 보면 사람들도 (성주 주민들도) 동참할 것으로 봅니다.”

그는 앞으로 성주투쟁위는 비폭력 투쟁을 지향할 것이라 밝혔다. “폭력행사는 우리 능력의 부재를 드러내 줄 뿐입니다. 합법·비폭력 투쟁을 해도 이길 수 있습니다. 광화문 촛불에서 보듯이 민주주의는 먼 곳에 있지 않아요. 서로 도우면서 투쟁해 나가자는 것이죠. 이성도 좋지만, 감각도 존중하면서요. 우리들 나름의 방식을 만들어가면서 계속 이어갈 겁니다. 사드는 소성리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소성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관심 영역을 넓힐 겁니다. ”

성주투쟁위, 평화를 위협받는 사람들과 더 넓은 연대

성주투쟁위는 지난 9월 ‘파란나비 원정대’를 출범식을 열고 버스로 전국을 다니며 연대 투쟁을 시작했다. 한반도에서 사드를 철수시키려면, 평화를 위협받는 사람들과 더 넓은 곳에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원정대는 안산시 세월호 분향소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조은화·허다윤양 영결식, 안동 문화방송 파업 문화제, 故 백남기 농민 1주기 추모제 등 전국 원정을 떠났다.

   
▲ 10월 22일 성주군 성주읍 군청 앞 평화나비광장 풍경. © 이민호

그렇다면 사드가 배치된 마을 소성리는 아무래도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것 아닐까? 류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소성리 대책위와는 사안 별로 연대를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드 공여 부지 승인 무효 소송도 연대 단체들과 계속 진행할 겁니다.”

   
▲ 10월 22일 성주군 성주읍 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서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바자회가 열렸다. © 이민호

인터뷰를 마칠 무렵 평화나비광장에서 노래자랑 대회가 열렸다.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사드 배치가 완료된 뒤, 성주읍내는 체념과 보상을 조심스럽게 거론하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된다. 그러면서도 과거와 정도 차는 있지만, 여전히 방식을 달리하는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같은 성주군이지만 소성리 사드부지에서 멀어진 거리 만큼 온도차가 나기 때문일까.

2016년 9월 30일. 국방부는 경상북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 골프장(이하 롯데골프장)을 사드 체계(THAAD·종말단계 고고도지역방어체계) 배치부지로 최종결정했다. 이후 주한미군은 두 번에 걸쳐(2017년 4월 26일·9월 7일) 사드 포대 임시배치를 마쳤다. 그사이 국정 농단의 박근혜 정부가 촛불 민심으로 물러나고 국민의 새로운 선택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사드 배치를 온몸으로 막고자 했던 소성리 주민들에게 지난 1년은 어떤 의미였을까? 정권 교체는 무슨 의미를 가질까? 현지 주민들을 만나 취재한 진솔한 이야기를 2회에 나눠 싣는다. 사드가 배치된 초전면 소성리(1편)에 이어 성주읍 사람들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


편집 : 양영전 기자

안형기 이민호 기자 wordian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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