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월드] 아베 내각의 평화헌법 개정 동력 상실

"1人でさせてすいません。どうぞ安倍晋三からです」という風におっしゃって、寄付金として、封筒に入った100万円をくださいました。昭恵夫人は全く覚えていないとおっしゃっているようですが、私たちには大変名誉な話なので鮮明に覚えております."

“‘저 혼자라 송구합니다. 아베 신조로부터 전달하는 것이니 모쪼록...’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며 기부금으로 봉투에 100만 엔을 넣어 주셨습니다. 아키에 여사가 전혀 기억나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시는 모양이지만, 저희로서는 대단히 명예로운 일이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본판 ‘최순실 스캔들’이라 불리는 모리토모 스캔들이 23일,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학교법인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의 국회 증언으로 전기를 맞았다. 그의 증언은 총리 부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지금껏 본인과 부인의 관련 의혹 자체를 부인해 왔던 아베 총리의 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 사건의 진실에 전 일본의 이목이 쏠렸다.

국유지를 10분의 1 가격에 헐값 매입

이 스캔들은 아사히 신문 2월 9일 특종에서 비롯됐다. 오사카시 킨키 재무국이 작년 6월, 정부 감정가 9억 5,600만 엔의 국유지(8770㎡)를 불과 1억 3,400만 엔에 수의계약을 통해 모리토모학원에 팔았다는 내용이다. 2010년 토요나가시에 매각한 근처 국유지(9492㎡)의 가격은 약 14억 2,300만엔. 넓이차를 고려해도 약 10배 이상 차이 난다. 재무국은 해당 토지에 묻혀 있던 쓰레기 처리비 1억 3,176만 엔도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재단은 단돈 224만 엔으로 감정가 9억 5,600만 엔의 국유지를 구입하는 특혜를 입은 셈이다.

▲ 문제가 되고 있는 초등학교 부지. ⓒ Flickr

얼핏 보면 민관의 흔한 유착으로만 비친다. 하지만, 헐값에 땅을 사들인 사학재단이 총리부인과 관계를 맺어 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일본판 최순실 스캔들’로 커졌다. 구입한 토지에 설립하려는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은 다름 아닌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 그녀는 이 사학재단 소속 쓰카모토 유치원에서 수차례 강연하는 인연을 맺었다.

‘슈칸분춘(週間文春)’ 보도에 의하면 아키에 여사는 강연료 또한 받아간 것으로 보인다. 또 가고이케 이사장은 평소 아베 총리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새 소학교(일본의 초등학교) 설립기금을 모집할 때, ‘아베신조기념소학교’라는 이름으로 모금활동을 벌였다. 이로써 가고이케 이사장이 총리부인과의 인연을 배경 삼아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였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가고이케 이사장은 첫 보도 직후부터, 아베 내각에 타격이 되는 발언을 이어왔다. 아베 부인 일도 그렇지만 현 방위상 이나다 도모미와의 인연, 전 방재상 고노이케 요시타다에게 진정을 넣었던 사실 등을 폭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마뱀 꼬리자르기나 죄를 덮어씌우거나 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홀로 범죄자가 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아베 관련 내용 부인, 지지율은 급락 위기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 달 17일, “아내는 공인이 아니며, 나와 아내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만일 사실이라면 총리직과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야당인 민진, 공산당은 즉각 카고이케 이사장과 문제가 된 킨키 재무국 관료에 대한 증인소환을 추진했다. 재무국 관료 소환은 여당인 자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가고이케 이사장은 23일, 국회 증인대에 세울 수 있었다. 그 증인대에서 직접, 아베 총리에게 기부금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 국회증언대에서 아키에 여사와 주고받은 팩스자료를 보이고 있는 카고이케 이사장. ⓒ Asahi Digital

가고이케 이사장의 표현대로, ‘오사카 벽촌의 한 초등학교에서의 일이 전국에 매스컴을 탄 이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 NHK, 교도 통신 등 일본의 거의 모든 유력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5~10% 정도 하락했다. 이 여론조사들은 23일 가고이케 이사장이 국회 증인석에서 아베총리에게 기부금을 받았다는 발언을 하기 전이어서 아베 내각에 대한 신뢰도 하락폭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다른 국고 사유화 의혹

가고이케 이사장의 증언과 아베 총리부부의 변론은 정면 충돌양상이다. 만약 이사장이 위증을 했다면, 고발되어 처벌받는다. 하지만 반대로 가고이케 이사장 증언에 대한 물적 증거가 확보된다면, 정 반대의 결과로 치닫는다.

국고 사유화 의혹은 다른 곳에서도 터졌다. 23일 도쿄 신문에 따르면, 비영리단체 일본국제민간협력회 이사인 마쓰이 산부로 교토대 명예교수가 한 강연에서 아키에 여사와 면담을 한 날, 곧바로 8천만 엔이라는 거금을 예산으로 받았다고 털어놨다. “총리 부부의 핫라인은 매우 좋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외무성과 협력회는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협력회는 마쓰이 교수가 아키에 여사와 상담한 사실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지율이 흔들리고, 본격적으로 물증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묻혀 있던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들려 나온다. 이런 익숙한 풍경은 아베 내각의 안정성을 흔들고, 올해 실행하려던 개헌 계획에도 차질을 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올해 평화헌법 개정을 꿈꾸는 아베 내각

"新しい時代にふさわしい憲法はどんな憲法か。今年はいよいよ議論を深め、だんだん姿かたちを表していく、私たちが形づくっていく年にしていきたい。そのために、それぞれが責任を果たしていくことが求められている."

“새 시대에 어울리는 헌법은 어떤 헌법인가. 올해는 마침내 깊은 논의를 거쳐 점점 형태를 갖추고, 우리들이 만들어 나가는 해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를 위해 각각이 책임을 다할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올 초, 자민당 시무식에서 아베가 한 말이다. 올해는 2차 대전 후 일본 헌법 시행 70주년이다. 평화헌법 개정은 사실상 아베가 정치인생을 걸고 매달리고 있는 목표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의원, 참의원 양원의 3/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 후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 이상을 얻어야 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보수 우익 성향이 짙은 자민당이 전후 일본정치사를 거의 지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평화헌법 개정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본 국민들은 평화헌법 개정에 부정적이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와 유사한 전후 일본의 ‘단카이 세대’는 대부분 학생운동 경험이 있고 평화헌법에 대한 자긍심이 강해, 일본의 우경화를 저지하는 방파제 역할을 해 왔다. 역사교과서 개정 등에 영향을 받아 국가주의에 물드는 젊은 세대들이 늘지만, 전체적인 여론은 아직 호헌 쪽에 가깝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올해는 헌법시행 70주년이라는 의미를 차치하고라도 아베 총리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다. 자민당이 2014의 중의원 선거, 2016년의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힘을 합칠 경우 양원 모두 개헌선 2/3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야당의 개헌파까지 고려하면 더 여유롭다. 개헌에 부정적이라는 일본국민들은 어째서 평화헌법을 뜯어고치려는 자민당에 표를 준 것일까?

양적완화에 임금인상 ‘아베 노믹스’ 지지율 높여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2013년 4월 76%로 가장 높았지만 2015년 7월에는 38%까지 낮아지고, 그 후 다시 상승을 거듭해 60%까지 올라오는 U자형을 그린다고 짚었다.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2013년 특정비밀보호법, 2015년 집단자위권 법 날치기 통과를 계기로 한 때 30%대까지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 하지만 양원 선거는 모두 지지율이 높았던 2014년과 2016년 치러져 자민당의 압승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아베 내각의 높은 지지율은 강력한 양적완화를 동반한 공격적인 경제정책, 즉 ‘아베노믹스’를 통해 20년간 불황이던 일본 경기를 활성화시킨 데서 온다. 지지율 침체 후에도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전면에 건 아베노믹스 2기 정책을 쏟아내며 경제에 집중한 것이 먹혀들었다. 극우적 발언을 하거나 특정비밀보호법, 집단자위권법 등 안보법안, 평화헌법 개정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지지율을 잃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기활성화와 과감한 복지정책으로 지지율을 회복해 왔다. 이를 발판으로 6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아베 총리에게 2017년은 벼르던 개헌의 호기다.

모리토모 스캔들, 사익 없이 국익이라는 아베 주장 무너트려 

하지만, 이번 모리토모 스캔들은 다르다. 이 사학재단 소속 쓰카모토 유치원에서는 원생들에게 천황에게 목숨을 바칠 것을 다짐하는 내용의 교육칙어(敎育勅語)를 암송시켰다. 작년 9월 ‘안보법안’이 통과되었을 때는 히틀러 유겐트를 연상시키는 포즈로 “아베총리 힘내라! 안보법안이 통과되어 다행입니다!”라는 내용을 외치게 해 많은 일본인이 놀랐다. 교육칙어 암송 등을 강제하는 사학재단에 총리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용납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실제로 떨어진 지지율은 이 문제가 보도된  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베의 우익 행보가 개인 욕심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를 위해서라는 허상도 깨졌다.  자민당 의원들이 변호하는 것처럼, 아베수상은 더치페이를 생활화하는 등 개인비리에 있어서 깨끗한 이미지를 지켜왔다. 하지만 아키에 여사 등을 통한 권력의 남용과 예산의 자의적 집행 등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런 이미지는 여지없이 깨진다.

▲ 모리토모 재단 산하 쓰카모토 유치원의 원생들이 "아베총리 힘내라!'고 외치고 있다. ⓒ Asahi Digital

지지율 하락 시 중의원 해산, 아베 재집권 장담못해

가고이케 이사장의 국회 증언에 대한 물적 증거가 확보되면 아베 총리와 일본 우익세력들이 오랫동안 계획했던 개헌시도는 당분간 물거품이 될 지도 모른다. 우선 지지율이 더 폭락하기 전에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극우계열의 산케이 신문은 자민당내부에서 4월 중의원 해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기부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원직과 총리직을 사임하겠다고 했으나 중의원을 해산하면 자동으로 해당 직위는 잃는다. 일본에서는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면 즉각 다시 총선거를 치른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이미 당내에서 아베총리의 라이벌로 떠오르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중의원을 해산한다면 아베 총리가 다시 총리직을 맡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보수 우익 행보로 과거사 문제에서 특히 한중과 갈등을 빚어 온 아베 정부 지지도 하락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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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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