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뉴스를 대화로 바꾸는 뉴스레터

지난달 28일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저널리즘 주간’은 ‘뉴스를 대화로 바꾸는 전략’이라는 주제로 첫 세션을 열었다. 강연자로 나선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저널리즘의 대화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뉴스레터 확산의 함의를 들여다봤다. 이성규 대표는 “뉴스레터가 기존 저널리즘의 문법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식으로 독자들과 대화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이성규 대표는 말하듯이 쓰고 구조를 통해 기억력을 끌어당기며, 독자의 반응을 살펴 관심사에 맞춤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뉴스레터의 대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기성 언론의 일반적 뉴스를 읽지 않는 수용자들이 유독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이유도 이러한 ‘대화전략’에 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 ‘2021 저널리즘 주간-다시 저널리즘’의 첫 번째 세션, ‘뉴스를 대화로 바꾸는 전략’에서 ‘저널리즘이 대화가 되려면-뉴스레터의 확산이 던지는 메시지’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용자 파업, 대화 방법 잊은 저널리즘 탓 

뉴스 생산자와 수용자의 대화를 촉진하려면, 커뮤니티와의 통합에 관한 고려도 필요하다. 이성규 대표는 “저널리즘의 목적은 대화”라고 말하며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저널리즘과 독자의 대화뿐 아니라 독자 간의 대화를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이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정보를 독자들끼리 교환하는 ‘독자 간 대화’가 가능하도록 정보의 내용과 형식을 의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독자들이 건강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겠다는 저널리즘의 본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오늘날 대다수 언론은 자신들의 역할을 대화 촉진이 아닌, 비판과 감시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성규 대표는 저널리즘과 독자의 대화가 단절된 이유를 “저널리즘이 변화한 수용자들의 새로운 요구를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론학자인 파블로 보즈코프스키(Pablo J. Boczkowski)에 따르면 오늘날 수용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뉴스에 관해 회의적이고 자기표현 지향적이며 감정적이다. 저널리즘은 이러한 수용자들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문법을 고집해왔다. 이 대표는 그 결과로 “수용자들은 이제 뉴스를 읽지 않거나, 읽더라도 개입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를 ‘수용자 파업’이라고 불렀다. 

이성규 대표는 대화를 구성하는 세 요소로 태도, 형식, 그리고 내용을 꼽았다.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 대화를 만들어가는 형식, 그리고 대화에 담겨 있는 내용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저널리즘은 이 세 가지 측면들을 고려해 독자들과의 연결을 이어나가야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이 세 가지 측면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뉴스레터 구독 의향 조사에 따르면 수용자들은 오늘날의 대다수 언론의 뉴스레터를 ‘스팸 메일’처럼 여기고, 언론이 보도하는 방식이 고루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조사는 현재의 저널리즘이 태도, 형식, 그리고 내용의 측면에서 독자들과의 대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뉴스레터 구독 의향조사 결과. 뉴스레터를 구독하지 않는 이유로 ‘뉴스레터가 스팸처럼 느껴져서’라고 답한 비율이 40.5%로 가장 높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레터의 4가지 대화 전략: 말하듯 쓰고 구조를 바꿔라. 반응을 살피고 틈새를 노려라 

이성규 대표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미디어가 시도해야할 대화 전략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전략은 말하듯이 쓰는 것이다. 이야기하는 듯한 말투는 뉴스레터의 기본적인 대화 방식이다. 이를 ‘구술성의 강화’라고 한다. 구술성이란 언어가 말의 형태로 소통될 때 지니는 성질을 의미한다. 이 대표는 “뉴스레터에서 자주 사용되는 이모티콘과 이모지 역시 언어의 구술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말을 거는 듯한 문체와 이모티콘 및 이모지를 활용한 뉴스레터의 대화 전략을 구술성의 강화라고 본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레터의 두 번째 대화 전략은 수용자의 기억력을 높이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다. 이성규 대표는 이를 ‘청킹(chunking) 전략’이라고 불렀다. ‘청킹’은 정보를 의미 있는 단위로 묶은 정보 덩어리를 뜻한다. 뉴스레터는 일반적으로 4개 정도의 정보 단락으로 구성된다. 이는 넬슨 코완(Nelson Cowan)의 매직넘버 4 이론에 기댄 것이다. 넬슨 코완은 자신의 연구에서 정보 덩어리가 3~4개 정도로 묶여있을 때 인간의 단기 기억에 오래 남아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 뉴스레터는 대개 4개 정도의 정보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인간이 4개의 정보 덩어리를 인식할 때 가장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넬슨 코완(Nelson Cowan)의 매직넘버 4 이론에 기댄 것이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세 번째 전략은 피드백의 일상화다. 대부분의 뉴스레터에는 하단에 피드백란이 있다. 이성규 대표는 이를 “뉴스레터가 대화의 기본 태도와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하며, 월터 옹(Walter J. Ong)의 말을 인용했다. 월터 옹은 그의 저서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말하려면 말을 시작하기 전에 말하려는 상대의 정신과 이미 어느 의미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식작용은 (중략) 참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말하지 말고, 상대의 말을 들을 준비와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뉴스레터의 ‘피드백’이 그런 신호를 수용자에게 보낸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독자의 관심사에 맞춤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이때, 정보의 질과 밀도가 충분히 갖춰져야 하고, 정보의 관점도 독자와 동일해야 한다. 이성규 대표는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행위는 유튜브를 구독하는 행위보다 독자의 노력이 더 요구되므로 독자들은 자기 관심사가 아닌 뉴스레터를 스팸으로 인식하고 삭제해 버린다”고 설명했다. 

커뮤니티와의 연계로 독자들 이어줘야 

독자들이 다른 독자들과 함께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저널리즘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성규 대표는 “해외의 뉴스레터 미디어가 최근 들어 커뮤니티와의 통합을 통해 독자 간의 대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 부분은 한국 뉴스레터 미디어들의 취약점이자 한계”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뉴스레터 미디어를 대표하는 <서브스택>(Substakc)은 최근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서브스택>은 <피플앤컴퍼니>(People&Company)라는 커뮤니티 전문 컨설팅 업체를 인수하고, 커뮤니티 기능들을 추가하고 있다. <루마>(Luma)는 커뮤니티에 뉴스레터를 접목시킨 미디어의 대표 사례다. 이성규 대표는 “뉴스레터가 독자와의 대화 전략의 강점들을 커뮤니티에 연계하면서 독자간의 대화를 끌어올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뉴스레터와 커뮤니티의 결합은 독자 간의 대화를 이어주며, 독자의 이탈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서브스택>(왼쪽)과 <루마>(오른쪽)의 사례.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대표는 앞으로 독자 간 대화를 매개할 수 있는 뉴스레터 기반의 미디어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뉴스레터를 하나의 유통 채널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뉴스레터 안에서 시도되는 것들은 저널리즘의 본질을 다시 일깨우며,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단비뉴스>에서도 ‘단비레터’라는 뉴스레터를 매주 화, 목요일 아침 7시에 발송하고 있다. 단비레터는 <단비뉴스> 소셜전략팀 소속 기자와 PD들이 함께 만든다. <단비뉴스>에서 만드는 양질의 기사를 소개하고 MZ세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자체 기획 콘텐츠를 제공한다. 작년 11월부터 발송을 시작했는데, 1년 만에 구독자 2,700여명이 단비레터를 받아보고 있다. 다음 링크를 클릭하면 구독을 신청할 수 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단비레터 구독하기: http://www.danbinews.com/com/letter.html)


편집: 이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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