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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요”

기사승인 2020.09.26  13: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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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 기자 bjhb0514@naver.com

- [단비현장] 청소년기후행동 전국 온라인 결석시위

“우리도 늙어서 죽고 싶어요. 기성세대는 늙어서 죽겠지만 지금 청소년세대와 미래세대는 늙어서 죽지 못하고 기후위기와 이상기후로 죽게 될 것 같아요.”

25일 오전 10시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서 성시현(14·서울 송파구) 활동가가 모니터 화면에 손팻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0여 명의 활동가들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 서울 마리나컨벤션센터 테라스에 모이고, 100여 명 청소년들이 전국에서 줌(ZOOM) 화상회의로 참여한 행사였다. 참가자들이 각자 위치에서 들어 올린 손팻말에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 ‘국회야, 말보단 행동’ ‘기후위기는 인권침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즉시 중단’ 등의 구호가 적혀있었다.

“우리도 늙어서 죽고 싶어요” 

   
   
▲ ‘우리도 늙어서 죽고 싶어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발언하는 청소년기후행동 성시현 활동가(위)와 각자의 구호 손팻말을 들어올린 참가자들(아래). © 청소년기후행동

성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단순히 과학적인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후세에게 큰 위협을 가하는 인류 생존의 문제”라며 “이 문제가 절대 국회의원들에게 귀찮은 일, 하찮은 일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며 발표한 그린뉴딜에 가장 중요한 구체적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배출제로 목표 설정이 빠져있는 것을 보며 기후위기를 진짜 위기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고 비판했다. 

울산에서 참여한 윤현정(16) 활동가는 “지난여름 태풍이 온 다음날, 무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틀지 못하고 불도 켜지 못한 어두운 교실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해 교과서만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들어야 했다”며 “그날은 불편함으로 끝났지만, 기후위기가 심해진 미래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울하고 공포감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 외에 ‘청소년이 바꾸는 지구’ 활동도 하고 있다는 노민주(19·경기도 화성시) 씨는 “자연은 이제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관에서 보던 재난영화의 주인공이 우리가 될 수 있다”며 “재난영화가 아닌 힐링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호소했다. 

성경운(20·경기도 수원시) 활동가는 “우리가 미래세대가 아닌 재난세대가 될 위기에 처했는데 우리의 목소리는 국회의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며 “기후위기에 말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 통제, 석탄발전 중단 등 법을 통해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기후정의행동의 날’ 각국에서 청소년들 시위 

김도현(17·경기 수원시) 활동가는 “비록 줌이라는 온라인 공간으로 모여있지만, 우리는 다 함께 연결되어 있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또래 청소년들이 함께 공동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이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은 환경운동가들이 정한 ‘세계 기후정의행동의 날’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전 세계 청소년들이 154개국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국내 참가자 중 중고생들은 학교에 결석계나 현장학습신청을 내고 행사에 참여했다. 김 활동가는 “기후위기는 코로나와 달리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도 결코 막을 수 없는 재난이기에, 오늘 시위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고 더 많은 사람들을 행동에 동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25일 ‘세계 기후정의 행동의 날’을 맞아 국제 환경운동 결사체인 ‘미래를 위한 금요일( Fridays For Future)’ 홈페이지에 게시된 홍보물. © Fridays For Future

참가자들은 이날 행사 순서 중 하나로 ‘국회 메일총공’도 약 5분간 진행했다. 각자 개인 이메일로 ‘21대 국회에 보내는 행운의 편지’라는 제목의 글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 15명에게 전송했다. 대상 의원은 기후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산업통상위, 환경노동위, 기획재정위) 소속 중 정당별로 1명씩 선정했다고 주최측이 밝혔다. 편지 내용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즉각 중단’ ‘금융기관 석탄투자 금지’ ‘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 ‘(지구온도 상승) 1.5도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한 법안 마련’ ‘석탄발전 중단 및 법제화’ 등 5가지 요구사항이었다. 

래퍼 공연, 뮤직비디오, 4행시 등 발랄한 행사 

이날 행사는 다 같이 손팻말을 들고 한 기념촬영, 비건(동물성 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완전 채식)으로 알려진 래퍼 슬릭의 온라인 공연,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의 자작곡 뮤직비디오 상영 등 다채롭게 진행됐다. 2시간가량 이어진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참가자들 모두 ‘기후위기’로 지은 4행시를 화면에 공유하는 것이었다. 유영우 활동가가 쓴 ‘기후위기는 머나먼/후손들이 겪을 문제가 아니라/위험한 상황에 처한 우리의 문제입니다/기후행동 지금 시작해야 합니다’ 등 진지한 4행시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10여 명의 발언자가 말하는 동안 목소리가 끊기거나 진행자의 요구사항을 참가자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등 돌발 상황도 있었지만, 참가자들 모두 온라인 행사에 쉽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채팅창에 응원과 공감의 글이 이어졌고, 음악공연에는 ‘박수치는 손’ 모양의 이모티콘이 쏟아졌다. 이날 시위 준비와 진행에 참여한 김보림(27) 활동가는 행사 후 <단비뉴스> 전화인터뷰에서 “첫 온라인 대규모 집회라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끝난 후 많은 참가자들이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문자를 많이 보내와 뿌듯했다”고 말했다. 

   
▲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자작곡 ‘가끔’의 뮤직비디오를 준비한 김지영 활동가. © 청소년기후행동

국내 첫 온라인 결석시위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모두 화상회의실에서 나갈 때까지, 화면의 뮤직비디오에서 김지영(19) 활동가의 자작곡 ‘가끔’이 흘러나왔다.

“가끔 두려움에 잠기곤 해
내가 바라는 대로 살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중략>

이미 아픈 사람이 너무 많아
왜 피해는 낮은 곳에서부터...”


편집 : 유희태 PD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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