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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보는 시선은 '국격의 시험대'

기사승인 2020.09.15  19: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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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혁 윤상은 기자 bjhb0514@naver.com

- [저널리즘특강] 고경태 <한겨레> 오피니언 부국장
주제 ② 베트남전의 거울: 그 끝없는 이야기를 찾아서

“왜 우리는 1975년에 종전된, 어떻게 보면 철 지난 베트남전쟁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고경태 <한겨레> 오피니언 부국장은 세명대 저널리즘특강에서 두 번째 주제를 질문으로 던졌다. 명확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베트남전쟁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 부국장은 약 15년 동안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베트남전쟁을 취재했고, 많은 기사들을 남겼다. 베트남전쟁 취재 기록은 <1968년 2월 12일> <한 마을 이야기 퐁니퐁넛: 한국, 베트남, 퐁니퐁넛 고경태의 기록>이라는 2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고 부국장은 현재 한베평화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 지난 6월 18일 베트남전쟁을 주제로 강연하는 고경태 <한겨레> 부국장. © 방재혁

왜 베트남전쟁인가?

고 부국장은 우리가 베트남전쟁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한국이 참전국이라는 점을 들었다. 우리나라는 미국 요청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으며, 미국 다음으로 참전 병력 숫자가 많다. 베트남 전쟁에 투입된 우리나라 병력은 연인원 약 32만, 기술자와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40만에 이른다. 고 부국장은 “많은 인원이 투입됐지만 언론은 잠잠했다”고 말했다.

고 부국장은 베트남 전쟁을 ‘이상한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군인과 군인이 싸운 전쟁이 아닌, 군인, 민간인을 구분할 수 없이 누구와 싸우는지 알 수 없었던 전쟁, 그러면서도 참전군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상병과 포로도 없이 늘 이기기만 했다고 선전된 전쟁이었고, 20년이 지나도 전쟁을 벌인 지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보를 위해 파병했는데 안보 위기를 더 키웠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베트남전쟁 시기에 있었던 김신조 사건(1.21사태),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을 예로 들었다.

베트남전쟁, 현장에 가다

고 부국장은 베트남 전쟁 사진 몇 장을 화면에 띄웠다. 그는 “해외에서 찍은 사진 중에 처참한 부상병 사진 등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사진이 많다”며 슬라이드를 넘겼다. 그는 “한국군 사진은 진군하거나 아이를 구하는 등 연출된 사진이 대부분”이라고 화면에 나온 사진들을 설명했다.

   
▲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홈페이지 메인에 게시된 사진은 아이를 구출하는 한국군의 모습을 담고 있다. ©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홈페이지

“32만명이나 참전한 전쟁에서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정말 아무 일도 없었을까요? 상대 병력은 5만명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민간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전쟁에 관해 입을 다물거나 미화하는 당시 언론을 보며 문제의식을 느낀 고 부국장은 베트남 전쟁 취재에 뛰어들었다. 그가 소속된 <한겨레21> 기자들과 함께 취재원이 있는 곳이라면 한국, 베트남을 가리지 않았다.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파헤치고, 그 잔인함과 현장의 참혹함을 적나라하게 보도했다. 독자들 반응은 뜨거웠다. 고 부국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게 침략만 당했고, 다른 나라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교육받은 시민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고,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제보를 받으면서 취재를 더해서 많은 기사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취재 경위를 설명했다.

<한겨레21>은 1994년 4월 베트남 판랑시와 퀴논시에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현장을 취재해 보도했다. 국내 언론이 베트남전 학살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생존자의 증언을 전한 첫 사례였다. 1965년 12월 22일 퀴논시에서 한국군은 어린이 22명, 여성 22명, 임산부 3명, 노인 6명 등 50여명 양민에게 총을 쐈다. 1969년 10월 14일 한국군은 판랑시에 있는 작은 절 린선사에서 스님 4명도 학살했다.

<한겨레21>과 <한겨레>는 베트남전의 진실에 관한 취재를 이어갔다. 2001년 고 부국장은 70여명이 학살당한 베트남 중부 퐁니퐁넛 마을을 찾았다. 그곳은 미군이 참화 현장을 기록해 유일하게 사진 자료가 남아있는 곳이다. 

“학살 현장 사진에 있는 사람들 모두 이름이 있고, 가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시신이라고 통칭하기엔 너무나 아까운 그들의 가족과 인생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고 부국장은 학살 피해자들의 사진을 들고 퐁니퐁넛 마을 회관으로 가서 사람들을 모았다. 베트남은 공동체가 강고한 농경사회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가족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었다. 통역사를 통해 피해자들의 이름과 인생사를 들었다. 당시 학살 현장에서 기적같이 생존한 사람의 증언도 나왔다. 생존자의 잘린 손가락, 옆구리에 크게 남은 총상 흉터가 지옥 같은 학살을 기억하고 있었다.

베트남 인민은 죽어서도 외면받았다

   
▲ 베트남전 폭로를 담은 2000년 4월 27일 <한겨레21> 표지. © <한겨레21>

베트남전쟁 취재보도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국군 참전자들의 항의가 거셌다. <한겨레21>이 베트남전쟁을 집중보도한 2000년 여름에는 대한민국고엽제후유증전우회가 한겨레신문사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고 점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해 겨울 고 부국장은 참전군인들과 토론회를 가졌는데 “자기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삿대질하고 고함을 지르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런 사건들을 겪으면서 꺾이기보다는 베트남전쟁 보도의 중요성을 더 느끼고 기자정신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참전군인만 양민 학살을 전하는 기사에 등을 돌린 건 아니었다. 1995년 5월 김숙희 교육부 장관은 "베트남전에 용병으로 참여했으므로 올바른 전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해임됐다. 베트남전의 진실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네가 전쟁 해봤어?” “그래서 경제가 발전했잖아.” 베트남전의 어두운 진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마다 호통치듯이 들려오는 말이었다. 고 부국장은 “베트남 인민을 모두 타자화한 사회”라고 지적했다. 

경제성장 동력 됐지만 진솔한 사과는 해야  

고 부국장은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계속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로 “우리 국격의 시험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베트남 전쟁은 한국 현대사를 만든 하나의 뿌리가 되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박근호 일본 시즈오카대학 교수가 펴낸 <박정희 경제 신화 해부>에 담긴 가설을 소개했다. 베트남전 참전을 발판으로 우리 경제가 70-80년대에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주장이다. 한국 경제성장 신화 원동력으로 성실하고 근면한 시민의 노력,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 등이 거론된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베트남전 참전으로 얻은 미국의 각종 지원이다. 

“미국은 원래 60년대에 인도를 자본주의의 성공을 보여주는 모델 국가로 선정했어요. 한국이 베트남전에 참전하면서 새로운 쇼윈도 모델이 되죠. 미국으로부터 산업 관련 혜택, 국방 지원을 받아요. 재벌은 각종 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고 우리 경제는 이렇게까지 성장한 거죠. 개별 시민들도 더 잘살게 되고요. 베트남전에서 이어진 성장 신화 가설을 연구한 책입니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베트남전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역사에 관해 유감을 표시했다. 고 부국장은 “문 대통령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문제를 베트남 외교부와 상의한 걸로 알려졌다”며 “베트남에선 한국의 사과를 계기로 전쟁 피해 사례들이 우후죽순 터져 나올 것을 염려해 정부 대 정부의 사과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베트남 피해자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가 사과하는 것 등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20년 1학기 [저널리즘 특강]은 김언경, 김양순, 곽윤섭, 정연주, 강진구, 고경태, 민경중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지연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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