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2019 서울환경영화제 23일 개막

미세먼지와 쓰레기대란 등이 주요 뉴스로 등장한 가운데, 영상을 통해 환경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나가자는 취지의 영화제가 오는 23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극장에서 열린다. 올해 16회를 맞은 서울환경영화제다.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이 지난 2004년 시작한 이 영화제는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국제영화제다.

올해는 미세먼지와 ‘같은 뿌리’인 기후변화와 플라스틱, 먹거리, 생명 등을 주제로 24개국 영화 59편을 선보인다. 서울극장 홈페이지와 맥스무비를 통한 온라인 예매가 13일 시작됐다.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한 24개국 영화 59편

“더욱 심각해지는 환경 문제에 맞서 어떤 태도로 환경운동을 전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어요.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동시에 개인이 지속가능한 삶을 고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환경영화제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서소문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코 스피릿(생태 정신)’이라는 올해의 구호와 함께 영화제의 지향점을 소개했다. 참가작 대부분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구조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쓰레기 과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등 ‘무엇을 쓰고, 입고, 먹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 2019년 서울환경영화제의 맹수진 프로그래머는 대량생산·소비구조의 산업사회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쓰레기 과잉 문제 등에 대한 구조적 해법과 개인의 선택을 다룬 영화가 많다고 소개했다. ⓒ 환경재단

개막작은 아시아에 처음 공개되는 ‘아쿠아렐라’다. 러시아의 빅토르 코사코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실제 움직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느린 속도로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에 있는 세계 최대의 호수 바이칼호 등의 모습을 담았다. 허리케인으로 고통을 겪는 미국 마이애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인 베네수엘라 앙헬 폭포 등도 압도적 영상미로 표현됐다고 한다. 영화제측은 “기후변화에 대한 그 어떤 장광설보다 효과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설파하는 역작”이라고 소개했다.

▲ 16회 서울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아쿠아렐라’는 압도하는 물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한다. ⓒ 코리아스크린

4대강 고발한 영화 ‘삽질’도 특별 상영

10여 년간 4대강 사업을 집중 추적한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의 다큐멘터리(기록영화) ‘삽질’도 특별 상영된다. 4대강 사업 추진 배경과 공사 과정 및 생태 영향 등을 담은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이 김 감독과 김종술 시민기자, 이상돈(68·바른미래당) 국회의원 등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 영화는 지난 8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영화제는 이와 함께 심각한 환경 문제로 떠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룬 ‘2019 에코 포커스: 플라스틱 제국의 종말’ 등 주제별로 관련 영화를 배치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다룬 ‘에코 밥상으로의 초대’, 자연친화적 삶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을 다룬 ‘에코 아이앤지(ING)’, 인간이 파괴한 지구의 신음에 귀 기울이는 ‘에코 플래닛’, 세계청년기후운동 등 지구를 위한 투쟁을 조명한 ‘에코 폴리티카’, 환경오염 재앙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아시아인을 조명한 ‘블랙 아시아’ 등의 섹션이 준비됐다.

▲ ‘삽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가 감독으로 만든 다큐멘터리다. ⓒ 엣나인필름

플라스틱의 심각성을 환기해주는 영화 ‘알바트로스’도 특별히 눈여겨 볼만하다. 크리스 조던 감독은 환경운동가 마누엘 마케다와 함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추적하던 중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죽은 새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영화는 사냥을 나간 어미 알바트로스가 1주일 동안 새끼에게 준 먹이가 모두 플라스틱이었다는 충격적 사실을 묵묵히 보여준다.

저마다 ‘친환경 전략’을 내세우는 다국적기업들의 홍보에 ‘믿어도 될까’하고 의문을 제기한 영화 ‘달콤한 플라스틱 제국’도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코카콜라 등 거대 회사의 약속을 면밀히 조사한 후 “이 약속이 그들이 파는 제품만큼이나 달콤한 사탕발림이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 영화 상영 후에는 이집트에서 태어난 프랑스인 저널리스트 상드린 리고 감독과 ‘플라스틱 제로’ 카페로 유명한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가 대기업 주도 환경 캠페인의 허와 실을 짚어보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종이 유인물 없애고 ‘업싸이클링’ 활용하는 영화제

▲ 23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 서울극장에서 진행될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 포스터.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이후에도 여전히 넘쳐나는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담았다. ⓒ 환경재단

서울환경영화제는 ‘쓰레기 제로(Zero Waste)’를 표방하며 우편 발송용 초청장과 메인 카탈로그(안내서)를 제작하지 않았다. 영화제를 위해 필요한 종이는 열대림과 생태계 보호 인증인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 공인 종이만 쓴다. 주최측은 현수막도 최소화하고 일부 제작된 것들은 나중에 모두 수거해 업사이클링(다른 용도로 재활용) 제품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영화제 기간 동안 일회용 식기와 플라스틱 물병 등의 사용도 최소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동안 쓰레기 없는 생활방식을 소개하는 매거진 <쓸>과 함께 식당과 카페 등의 일회용품 사용 모니터링 캠페인 ‘#플파라치’도 벌인다. 식당과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하는 장면을 발견한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어 환경영화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영화제가 끝난 후 관련 정부 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 환경영화제 상영일자와 상영 목록


한국은 보수·진보의 기울어진 언론 지형과 극성스런 가짜뉴스 등으로 건전한 여론형성이 힘든 사회입니다. 제대로 이슈화가 안 되니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갈등이 잠복하는, 이른바 ‘Non-issue, Non-decision Society’가 바로 한국입니다. 주요 정책이나 법을 결정할 때 공론화 또는 숙의 과정이 한국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 또는 소수자의 건강한 목소리조차 기성 언론은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단비뉴스>가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여론광장]을 개설합니다. (편집자)

편집 : 김현균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