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9일 저녁 6시 30분쯤, 강원도 영월군 북면의 한 주택에서 이진철(50·가명) 씨가 어둠이 내린 거리로 나왔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얻은 그가 집 밖으로 나선 것은 사흘 만이었다. 검은색 야구모자를 쓰고 바닥을 바라보며 터덜터덜 약속장소로 걸어 온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공황 증상이 심해 매주 한 번씩 병원에 갈 때 빼고 집에만 있어요. 사람들과 마주하는 게 힘들어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인적 드문 길로만 걸어왔죠.”이 씨는 지난 2013년 영월군 환경시설관리사업소에 입사해
지난해 9월 15일 오후 4시쯤, 충청도의 한 대형 철강회사 하청업체에 다니는 박성국(34·가명) 씨는 작업장에서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그는 산소절단기로 뜨거운 철판을 자르는 작업을 하는데, 일을 마치고 부스(기계조작실)로 돌아가다 안전화 밑창이 녹아내려 미끄러지면서 무릎과 허벅지를 철판에 부딪쳤고, 절단면에 손이 닿으며 2도 화상을 입었다. 현장 관리자의 연락을 받고 달려 온 안전보건실장은 구급차를 부르는 대신 자기 차에 타라고 했다. 허벅지 전체가 쓸려 걷기가 불편하고 손바닥은 화상으로 물집이 올라온 상태였지만, 박 씨는 그의
한 대형 학습지회사 소속 교사인 윤성희(59·가명) 씨는 지난 2018년 9월 수업하러 가던 길에 골목길에서 차를 빼다가 사고를 당했다. 골목을 돌아 내려오던 차에 받히면서 윤 씨의 차가 앞으로 튕겨 나가 다른 차들을 들이받은 것이다. 핸들에 눈을 부딪힌 윤 씨는 현장에서 기절했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윤 씨는 검사를 기다리는 중에도 수업이 걱정돼 사무실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자신이 담당하는 30여 명의 학부형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수업을 못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눈이 시퍼렇게 멍들어 붓고 뒤통수에는 큰 혹이 났다. 온몸
산업재해 피해자들은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산재보상 신청을 망설인다. 회사 측의 회유로 산재가 아닌 공상 처리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공상은 산재를 공식 기록에서 사라지게 하며, 피해자의 장기적 후유증 치료 등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산재보험이 부담해야 할 치료비 등을 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으로 전가한다.산재 신청을 결심한 피해자들은 자신의 사고 혹은 질병이 일 때문이라는 것을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진단서와 소견서, 증언기록 등 서류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위협과 동료들의 따돌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