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잃고 신부님과 수녀님을 뵀을 때 처음으로 하신 말이 ‘준형이 어떤 아이였냐’고 물어보신 거였어요.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알려달라시며. 다들 아이 얘기 꺼내기 어려워하고 언제부턴가 TV에서나 주위에서나 다들 잊으라고 할 때도 계속 아이 얘기를 해달라고 하세요.”장소희(36·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씨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조카 장준형(단원고2)군을 잃었다. 준형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생모가 집을 나간 후, 일 때문에 바쁜 아버지를 대신해 할머니와 두 고모가 아이를 돌봤다. 아들 같던 준형이를 잃은 장씨를 더 힘
월드컵이나 올림픽 시즌에도 한국을 응원하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특별히 자랑스러워하지도 않았고, 싫어하지도 않았다. 내가 한국 땅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점 외에 국가와 나의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웠다. ‘국가’라는 존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면서부터였다. 세월호 침몰과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방송에서, 주변 사람들 입에서 ‘국가’란 단어가 자주 나왔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재난이나 위기 때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가 직무를 유기할 때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점점 확산되는 기후변화 질병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인식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의 경우 2010년부터 매개체전염병 종합감시체계 ‘벡터넷(vector-net)’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력과 예산 문제에 가로막혀 진행이 매우 더딘 상황이다. 이 시스템은 영호남 등 전국 주요지역의 거점센터에서 진드기 매개 질병과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등의 발생 경로, 방제 위치 및 환자 정보를 실시간 관리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말라리아나 일본뇌염 등의 질병 감시만
“여기 두 탑이 이 설비의 핵심 부분이에요. 흡수탑에선 흡수제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재생탑에선 흡수제와 이산화탄소가 분리됩니다.”지난 4월 28일 충남 보령군 오천면의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박지은(33·환경관리팀)주임이 건네 준 안전모를 쓰고 50미터(m) 높이의 탑이 보이는 건물 내부에 들어섰다. 건물 내부의 후끈한 열기는 이 설비가 장시간 운전 중임을 실감케 했다. 밖에선 탑이 하나만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그보다 10m 가량 낮은 탑 하나가 더 보였다. 철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탑의 높이가 더욱 실감이 났다. 화력발
“여기 널려 있는 게 나무잖아요. 기름 대신 나무 찌꺼기로 난방하면 좋겠다 싶었죠. 그리고 우리 마을 집들은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중앙난방 설비에도 적합하다 생각했고요.”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유촌1리와 2리를 아우르는 ‘느릅마을’에는 125가구가 산다. 이 중 멀리 흩어져 있는 자연부락 집들을 뺀 80여 가구가 산자락 아래에 모여 있다.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심하고 한겨울엔 영하 25~3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동네라 마을주민들의 생활에는 난방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이종석(47)이장은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등
부산시 강서구 생곡동의 생곡지구. 조만강을 지나 2분 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니 창고와 공장이 드문드문 보였다. 쓰레기 트럭이 오가는 게이트 부근에서 차를 내리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스쳤다. 자원재활용센터 건물 뒤편으로 4~5층 높이의 쓰레기 더미가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이곳은 매립가스발전시설, 자원재활용센터, 폐비닐유화(폐비닐을 열분해해 석유로 만드는 과정)시설, RDF(고체폐기물 연료화)발전시설 등이 모여 있는 생곡순환단지다. 종합건설회사인 서희건설은 지난 2001년 국내 최초로 쓰레기 매립장에서 발생하는 가스(Land Fill
“그냥 친절하게만 대해주세요. 인성지도는 집에서 하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니까요. 우리 애 스트레스만 안 받게 해주시면 돼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정미경(37·여·가명)교사는 지난해 말 퇴근 후 밤 10시 쯤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 날 낮에 교실에서 심한 욕설을 하며 싸우는 것을 보고 주의를 줬던 두 학생 중 한 명의 어머니였다. 정 교사는 당시 통화가 “한마디로 ‘담임선생이 뭔데 그렇게 설치냐’는 것이었다”며 “몹시 불쾌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잘못 대꾸하면 다음날 교장실로
“아까 어떤 엄마가 1000원이라고 해서 온 거예요. 그냥 1000원에 주세요.”“아유~ 그럼 재료비도 안 남아요. 대신 여기 스카프 같이 드릴게.”29일 오전 11시 충북 제천시 왕암동 한방바이오엑스포 공원. 노란 수선화가 한 떨기씩 심어진 화분 판매대에서 흥정이 한창이다. 가격을 깎으려던 젊은 주부는 ‘단돈 2000원’에 수선화 화분과 스카프를 손에 넣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와 달리 장이 시작되기 20분 전인 9시 40분 무렵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천시 취소’라는 공지사항은 아랑곳없
“학교 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했다는 게 사실 평가가 애매해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기 쉽죠.”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9년째 근무하고 있는 유선영(33·여·가명)교사는 지난해 12월 말 부랴부랴 승진가산점 신청서 하나를 작성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육부)가 도입한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 등 기여교원 승진가산점’을 받기 위해서다. 유 교사는 교육청에서 지침으로 내려온 ‘친구끼리 사과하는 날(애플데이)’ 행사를 한 것을 학교폭력 예방교육이라고 기재했다. 학교폭력 예방 위한 가산점제, 현실은 졸속 운영“수업시간
지난해 9월 7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국제축산영농조합 농장. ‘한경대학교 바이오가스 연구센터’라고 적힌 표지판을 지나자 높이 6미터(m)에 면적 170m²(약 50평)가량의 막사가 나왔다. 철제구조물을 콘크리트 외벽으로 둘러싼 막사 안에는 돼지분뇨(돈분)가 2m 높이로 쌓여있었다. 돈분을 갈아엎는 기계가 지날 때마다 분뇨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수분이 80% 이상인 돈분을 말려 비료로 만드는 과정이다. 국제축산영농조합이 기르는 돼지 6700마리의 분뇨는 이렇게 비료로 만들어지거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데 쓰이고 있었다. 축
“박근혜 정부 1년은 공약파기, 민생파탄, 민주주의 파기로 점철된 나날이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우리 노동자, 농민, 빈민, 상인들이 일어선다.”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4시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시민단체가 구성한 국민파업위원회 주최로 ‘이대로는 못 살겠다’ 국민파업대회가 열렸다. 서울 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4만여 명(경찰추산 1만3000여 명)이 모였고 광주, 부산 등 전국 11곳에서도 지역별 대회가 열려 총 10만여 명이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추산됐다.국정원 등
“이번에는 권씨를 뽑아줘야겠어. 마을 사람들 동네 온천 이용료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다고 하네. 그리고 박씨는 작년에 한 일이 없잖아.” 얼마 전 고향집에 들렀을 때 아버지는 이른 아침 동네 주민들을 만나고 들어오며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곧 실시될 이장 선거에서는 지난해 선거공약을 지키지 않았던 박씨보다 권씨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이장 후보자들에 대해 인물과 공약을 따지던 아버지가 올 6월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아직 이름도 모르는’ 새누리당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북의
다음달 3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프로그램인 ‘한국영화의 오늘’ 에는 완성도가 높은 독립영화 10편을 소개하는 ‘비전’ 부문이 있다. 여기에 첫 장편영화 <셔틀콕>을 걸게 된 이유빈(32·여) 감독은 한국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인 중 한 사람이다. 국내 상업영화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성장영화(청소년이 어른이 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이 감독을 <단비뉴스>가 지난 23일과 지난 6월 두 차례 인터뷰했다. <셔틀콕> 제작 어려워 연출 그만둘 생각도“그땐 내가 천재인 줄 알았어요. 스물다섯 살 때죠
“흩날리는 꽃잎, 꽃 치장을 한 소, 이게 뭔가 했더니 마침 내가 도착한 날이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낯선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행사를 만난 모양이다. 카메라는 가던 길을 멈추고 축제 안으로 들어간다. 대본을 읽는 성우의 목소리도 들떠 있다. 시청자인 나도 축제 현장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지역 사람들과 여행객의 표정, 말씨가 바로 눈앞의 현실 같다. 한국방송(KBS1)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보고 나면 ‘저 곳에 가서 저 것을 꼭 봐야겠군’이 아니라 ‘저 곳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지를 상품소개 하듯 보여주지
“한 명의 아이를 온전히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 들어보셨어요? 이 도서관은 우리 애들 잘 키워보고 싶어 만들었어요.”초등학교 4학년 쌍둥이 자매를 둔 김소영(44)씨는 서울 상도동 성대골어린이도서관 관장이다. 지난 2009년 주부 5명이 책읽기 모임을 시작했다가 동작구의 풀뿌리 단체인 희망나눔동작네트워크(희망동네) 등과 힘을 모아 이듬해 10월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다. 주민들 왕래가 많은 성대시장 근처에 자리 잡은 도서관은 가까운 거리에 초등학교가 없어 먼 길을 통학해야 하는 아이들이 방과 후 모여 책도 읽고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