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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할수록 멀어지는 것

기사승인 2018.01.06  17: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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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돈

   
▲ 윤연정 기자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대개 거부반응을 보인다. 감히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의 귀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심 돈만 있으면 못할 게 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한다. 돈은 권력을 가져다주고,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기도 하며 욕망을 이루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은 천의 얼굴로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돈은 우리 욕망을 경고하는 뜻을 담고 있다. 영어 ‘머니(money)'는 ‘경고’라는 뜻의 라틴어 ‘Monete’에서 유래했다. ‘Monete’는 본래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로마 여신 ‘주노 모네타(Juno Moneta)’를 뜻하는데, 적이 로마를 공격하려 할 때마다 주노 여신 주변의 신성한 기러기 떼가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서 경고해줬다는 신화가 단어의 배경이다.

돈이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한 경고라면 옛 사람들은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봤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이식 수술처럼 돈만 있다면 생명도 연장할 수 있고, ‘결혼해 듀오’처럼 돈만 있다면 결혼도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돈만 있으면 기부처럼 착한 일도 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도 옆에 둘 수 있다. 돈은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의 욕망을 비집고 들어온다. 돈은 이 모든 욕망을 쉽게 이뤄준다.

   
▲ 다양한 욕망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다. ⓒ flickr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욕망이 많아진 사회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랑, 헌신, 노력, 신념 등은 우리가 돈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어서 귀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 ‘돈’의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사물과 정신의 가장 고유한 가치들이 손상돼 한순간 사고팔 수 있는 대상이 되어 버린다. 돈은 모든 대상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귀결시키는 능력이 있는데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이를 ‘수평화의 비극’이라 불렀다. 돈이 모든 것에 대한 등가물이기 때문이다.

돈은 인간의 모든 욕망을 이뤄주는 것 같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욕망을 흔하고 가치 없는 것으로 전락시킨다. 영국 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우리가 욕망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아름다움과 힘 그리고 지혜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즉 고귀한 존재가 되기 위해 권력과 지혜를 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이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돈에 의존할수록 ‘고귀하고자’하는 본원적이고 궁극적인 욕망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훌륭하고 귀중함을 뜻하는 고귀함은 돈으로 산 권력과 지혜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사물과 가치들이 더 많아진 사회일수록 우리는 더 ‘고귀한 인간’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욕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고하늘 PD

윤연정 기자 coolpooh0727@naver.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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