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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도가 만드는 부동산 프레임

기사승인 2017.12.25  20: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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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비평] 지상파 3사의 서울 중심주의 배양효과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난 10월 24일. KBS 뉴스 9, MBC 뉴스데스크, SBS 8 뉴스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절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출총액의 원리금 상환액을 따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시행 시기를 1년 앞당기고, 금융취약계층의 대출상환을 유예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 지상파 3사는 앵커 뒤 화면으로 아파트, 은행 창구, 돈, 정부 브리핑 장면을 선택했다. 그 중에서도 아파트와 은행이 많은 것은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선 대출이 필수가 되어버린 현실을 반영한다. ⓒ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 9, SBS 8 뉴스

배경화면은 은행, 아파트, 지폐 순

MBC는 4, 5번째 순서로 <다주택자 돈줄 죈다…'신DTI·DSR' 전방위 대출 규제>와 <원금상환 유예, 취약계층 빚 탕감…맞춤형 지원책도>를 4분 6초에 걸쳐 보도했다. SBS는 19번째 순서로 <다주택자 돈줄 더 죈다…신DTI가 부동산에 미칠 영향은>을 1분 46초 동안 내보냈다.KBS는 관련 내용을 두 꼭지 보도했다. 첫 꼭지는 <집은 한 채만…주택 대출 ‘죄고’ 취약층은 ‘지원’> 리포트로 정책 내용을 브리핑했다. 두번째 꼭지는 <[앵커&리포트] 거래위축 등 충격파 어디까지?…부동산 시장 ‘촉각’>으로 역시 리포트물이었다. 두 꼭지를 4분 21초 동안 내보냈다.

최근 방송국들은 '프라임 타임'대 메인 뉴스 프로그램 세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메인 뉴스와 낮 시간대 뉴스는 앵커 어깨 위치에 제목과 작은 배경화면을 올려놓았었다. 현재는 앵커 뒤 스크린에 해당 꼭지와 관련된 화면을 깔아둔다. 앵커 뒤 배경화면은 시청자들이 해당 보도에 어떤 관점으로 접근할지 암시를 주는 장치다.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관련된 보도에서는 아파트와 은행창구, 돈과 관련된 이미지 등을 배치했다.

   
▲ 가장 많이 등장한 은행은 대출 창구를 클로즈업해서 찍고, 고객과 상담하거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화면이었다. 아파트는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찍거나 헬기를 이용해 아파트 숲을 조망했다. ⓒ 유선희

표는 보도에 등장하는 화면의 종류를 컷 개수로 나타낸 것이다. 두 꼭지인 방송사는 하나로 합쳐 계산했다. 조사 결과 아파트와 은행이 가장 빈번히 나타났다. 아파트를 제외한 다른 주거 시설은 등장하지 않았다. 가계부채 종합대책 브리핑 현장화면은 3사가 공통으로 사용한 요소였다. 주택 관련 뉴스에서 주로 사용되는 화면인 은행대출창구, 지폐, 식당, 부동산 간판 등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특징적인 것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는 그래픽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KBS <[앵커&리포트] 거래위축 등 충격파 어디까지?…>에서는 앵커가 그래프로 나타낸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을 손으로 짚으며 설명했다. 뒤이어 가계부채 대책이 서울지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분석한 기자 리포트에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화면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기자는 강남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와 인터뷰하기도 했다. SBS <다주택자 돈줄 더 죈다…> 보도에서도 강남구의 아파트 재건축 건설 현장에 찾아가 공사 장면을 첫 화면으로 내보냈다. 리포트는 이 재건축 아파트에 당첨된 가구가 주택대출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배경화면은 아파트, 서울 중심주의를 배양시킨다

아파트의 지속적인 노출은 거주하고 있는 집의 유형을 ‘아파트’로 고착시키고, 그 상징적 가치를 높인다는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016년 발표한 국민생활실태조사에서 아파트 거주 가구는 2015년 기준 전체의 48.7%였다. 50%가 넘는 국민이 단독주택 등에서 거주하고 있음에도 지상파 보도에서 아파트 화면만을 편향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의 주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보도다. 아파트만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보도 화면은 시청자가 아파트를 주거 형태의 기준점으로 여기도록 만드는 폐해를 낳을 수 있다. 미디어의 배양효과다.

   
▲ 서울 지역 아파트에 대한 언론의 편향 보도는 서울 중심주의를 더욱 강화시킨다. ⓒ pixhere

은행과 돈 이미지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화면은 부동산 거래에서 ‘대출’이 필수적인 요소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KBS와 SBS의 리포트는 보도 범위를 ‘서울’로 한정시키고, 특정한 대출 수요자들을 저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택과 토지 구매를 위한 대출도 일정량의 소득과 담보가 증빙돼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두 리포트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으로 인해 대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서울지역’ ‘중상류층’을 타깃으로 한 보도로 해석된다.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서울 강남을 대상으로 한정한 것은 그 지역 아파트의 상징적 가치를 더욱 높인다. 타깃에서 제외된 저소득층과 지역민의 주거 복지는 외면했다. 이는 ‘서울 중심주의’를 배양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알 권리 빼앗는 배경화면, 꼼꼼히 챙겨야

리포트 배경 화면은 시청자의 무의식을 자극해 왜곡된 배양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단시간에 많은 이미지를 함축적이고 빠르게 대중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인지적 파급력을 지속적으로 미치기 때문이다. 왜곡된 ‘아파트’ 이미지는 주거 취약계층으로 하여금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만든다. 보도가 타깃으로 삼지 않은 시청자들 또한 ‘나와는 관련 없는 얘기’라 생각하며 뉴스에서 쉽게 눈을 떼, 부동산 관련 의제에서 중요한 관점을 놓치게 한다. 알려야 하는 방송사가 도리어 국민에게서 알 권리를 빼앗고 건전한 부동산 거래 문화 형성을 저해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 정책이 발표됐을 때 내용과 현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이 언론의 역할은 아니다. 리포트를 구성하는 기자와 데스크는 잘못된 의제와 타깃 선정이 어떤 파급효과를 낳을지 깨달아야 한다. 또한 사용하는 화면이 시청자에게 왜곡된 이미지 배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특정 대상물의 상징적 가치를 높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언론은 공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리포트 내용뿐만 아니라 화면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할 필요가 있다.


편집 : 김소영 기자

유선희 기자 choms335@gmail.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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