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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먼지에 사람도 게도 까맣게 ‘속병’

기사승인 2017.12.24  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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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⑬ 보령화력발전소를 가다

“비 안 올 때 땅을 이렇게 손으로 쓸면 새까매. 사시사철 그래. 큰 차도 엄청 지나다니고, 말도 마. 요새는 그래도 비 와서 덜한 거지. 안 아픈 양반들이 없어. 다들 심장 같은 데도 시원치 않고, 죽었다 하면 다 암이지 뭐. 여기도 지금 항암 주사 맞으러 병원 다니는 사람이 많어.”

지난 8월 21일 오후 충남 보령시 주교면 고정2리 주민회관. 빙 둘러앉아 심심풀이 화투를 치던 할머니들이 오영혜(80)씨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주민회관에서 2킬로미터(km) 거리에 1983년 보령화력발전소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 마을에 살던 토박이들이다. 발전소가 가동된 후 공해 탓에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가워 괴롭다는 경험담을 앞다투어 쏟아냈다.

주민 건강과 생계 위협하는 석탄발전소  

   
▲ 충남 보령시 보령화력발전소에서 2km거리에 있는 고정2리 마을회관. © 남지현

50여 가구가 대부분 조개, 굴, 게를 채취해 생계를 꾸리고 있는 고정2리에서 발전소는 주민 생업에도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발전소와 회처리장(석탄재를 묻는 곳)이 가동된 후 조개 채취량이 줄고 조개알의 크기도 줄었기 때문이다. 최삼순(74·여)씨는 옛날을 떠올리며 한탄했다.

“(발전소 들어서기 전) 바다에서 조개가 얼마나 많이 났는데. 옛날에는 호미만 가지면 애들도 갈치고(가르치고) 나 먹고살고 다 했는디, 공해 때문에 다 썩어서 조개 캐면 막 새까맣게 돼가지고 수도 줄고 씨알도 없고. 이제는 경운기 타고 멀리 떨어진 데 가서 잡어.”

   
▲ 보령화력발전소와 석탄재 매립장에서 날아오는 오염물질 때문에 건강과 생업에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하는 고정2리 주민들. © 나혜인

고정2리와 이웃한 고정1리 주민들도 발전소가 하나둘 늘 때마다 갯벌에서 잡은 게가 정체 모를 검은 물질에 점점 더 많이 오염돼 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최경열(77·여)씨는 지난 21일 집으로 찾아간 <단비뉴스> 취재진에게 게 껍질을 까서 보여주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여기 발전소 들오기 전에는 조개, 굴이 천지사방에 있어서 조개를 잡으려고 가마니를 가져왔어. 근데 시방 바카지(게) 같은 것도 하나도 못 먹어. 속에 새카만 뻘이 다 끼어 갖고 팔지도 못하고, 아까워서 잡아놓고 그냥 냉장고에 있어.” 

   
▲ 고정1리 주민 최경열씨가 게 껍질을 까서 보여주며 “원래는 하얗고 깨끗했던 게 속에 발전소가 들어선 후부터 까만 이물질(빨간 동그라미 부분)이 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나혜인

전국 61개 석탄화력발전소 중 30개가 충남에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통계연보2016’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은 2015년 핵발전(36.7%)을 제치고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48.3%를 차지했다. 특히 충남에는 전국 석탄화력발전소(61기)의 절반에 가까운 30기가 몰려 있다. 서해를 끼고 있어 중국, 호주, 러시아 등에서 배로 석탄을 수입하기 쉽고, 전력 최대 수요지인 수도권과도 가깝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영구 폐쇄된 서천1・2호기를 빼고 당진에 10기, 태안에 10기, 보령에 10기가 있다.

   
▲ 전국에서 가동중인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30기가 충남에 몰려있다. © 남지현

환경부가 지난 7월 공개한 전국 주요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573곳의 2016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보면 충남의 발전소와 현대제철 등에서 뿜어낸 물질이 10만8천 톤(t)으로 전국 배출량의 27%를 차지했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전국 1위 기록이다. 이 숫자는 굴뚝 자동측정기에 입력된 대기오염물질만을 감안한 것이며, 측정대상이 아닌 미세먼지와 회처리장의 비산먼지 등을 감안하면 실제 배출량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중 이산화질소는 만성기관지염, 폐렴, 폐출혈, 폐수종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이산화황은 기관지, 눈, 코에 염증을 일으키고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폐렴, 기관지염, 천식, 폐기종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두 성분을 포함하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화학작용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미세먼지를 생성한다.

충남 호흡기 질환 사망률 전국의 1.5배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은 호흡기 질환 사망률이 전국평균의 1.5배에 이른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6년 전국의 호흡계통 질환 사망자는 인구 10만명 당 57.5명이다. 그런데 충남은 10만명 당 84.1명이나 됐다. 지역별로 존재하는 연령 차이를 통계적으로 제거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을 봐도 충남은 폐암 사망자가 10만명 당 23.3명으로 전국 평균인 21.9명보다 1.4명 더 많고, 폐렴 등 호흡계통 질환 사망자도 전국평균 31.2명보다 3.1명 많은 34.3명이었다.

   
▲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통계청 자료로 본 호흡계통 질환 사망률의 지역별 추이. 2016년 충남의 10만명 당 사망률은 84.1명으로 전국평균의 1.5배, 서울의 약 2배였다. © 남지현

<단비뉴스>는 지난 9월 서천화력발전소에서 가까운 충남 보령시 미산면 주민들의 최근 5년간 사망원인 1~5위 자료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중 2014년을 뺀 4년간의 사망원인 1위가 폐렴이었다. 이는 2016년 전국 사망원인 1~5위가 암,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폐렴, 자살 순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미산면 주민들의 사망원인 상위권에는 폐렴 외에도 폐암, 진폐증, 호흡부전 등 호흡기관련 질병이 두드러졌다.

   
▲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보령시에서 받은 미산면 주민들의 최근 5년 사망원인 순위. © 남지현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피해는 충남지역 주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들은 남서풍을 타고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5~6월 실시된 ‘한미대기질합동연구(KORUS-AQ)’ 예비종합보고서는 경기도 화성, 수원 등 서울 남쪽 지역이 충남 석탄화력발전소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고 밝혔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석탄회처리장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차를 타고 10여분 달리면 주교면 고정리와 송학리에 걸친 해안가에 남부회처리장이 있다. 보령발전소에서 석탄을 태우고 남은 재를 물과 섞어 파이프로 흘려 보낸 뒤 매립하는 곳이다. 1536만 제곱미터(약 460만평)에 달하는 남부회처리장은 간석지를 제방으로 둘러 막아 바닷물을 가둔 곳이다. 재를 바닷물 속에 가라앉혀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8월 21일과 12월 21일 두 차례 찾은 남부회처리장 곳곳에는 검은 석탄재가 사람 허리 높이의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도로와 회처리장을 가르는 철조망 뒤로 석탄 재를 나르는 파이프가 놓여있었고, 파이프의 끝에서는 석탄재가 물과 섞여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파이프 주변으로 석탄재가 바다 속을 꽉 채우고 수면위로 드러난 듯한 부분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 지난 8월 21일(위)과 12월 21일(아래) 찾은 남부회처리장 모습. 시커먼 석탄재가 해수면 위로 노출된 채 방치되어 있다. 멀리 보령화력발전소가 보인다. © 남지현

회처리장까지 물과 함께 파이프로 이송된 석탄재가 바닷물 아래에 쌓이다 수면 위로 올라올 만큼 포화되면 규정상 그 위에 일반 흙을 덮어 복토하거나 덮개로 덮어 석탄재가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석탄재에섞인 ‘6가크롬’ 등 발암성 유해물질이 주변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36) 에너지기후팀장은 “(석탄재에는) 유해 중금속 물질이 많이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유출 됐을 때는 먹이사슬에 의해 생물체 내에 중금속 축적이라든지 농축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 물에 섞인 석탄재가 파이프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 © 안윤석

보령시청 환경보호과의 오용주(54) 주무관은 지난 8월 28일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파이프 출구부분에서는 석탄재가 수면 위로 쌓일 수 있지만 석탄재가 점차 물이 많은 곳으로 퍼져 나가며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발전소 측에서 회가 마르면 날리지 않게 살수를 시켜주고 표면에 약재를 뿌려준다”며 “수분을 머금고 있는 석탄재가 바람에 날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처리장 인근 마을 주민들의 말은 달랐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고정2리 주민 나순정(76·여)씨는 “까만 게 묻어나서 빨래를 밖에다 못 넌다”고 말했다. 다른 할머니들도 이구동성으로 석탄재가 날린다고 증언했다.

<단비뉴스>가 촬영한 사진을 통해 회처리장 상태를 살펴본 손민우(32)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해당 회처리장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위와 같은 상황을 오래 방치할 경우, 지역주민 생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호흡기 질환뿐 아니라 석탄회에 포함된 중금속 때문에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보령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중부발전의 남부회처리장 담당자는 지난 20일 관리현황에 대한 <단비뉴스>의 전화문의에 “지역협력팀으로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질문을 접수하라”며 즉답을 피했다. 22일 지역협력팀에 문의하자 언론 담당자는 자리에 없었고, 남부회처리장 담당자는 재차 연락했을 때 응답하지 않았다.

남부회처리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사토장(공사장에서 나온 토사 등을 버리는 곳)에서도 별다른 조치 없이 야적된 석탄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팀장은 “석탄발전소가 증설되고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석탄재 처리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건설 자재로 일부 재활용하고는 있지만 석탄재 같은 고체 폐기물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지난 21일 보령석탄화력발전소 남부회처리장 맞은편의 마동 사토장에 석탄재가 덮개를 덮어주거나 물을 뿌리는 등의 조처 없이 쌓여있는 모습. © 남지현

(영상취재 : 안윤석 / 영상편집 : 안윤석)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오염, 그리고 후쿠시마 참사가 보여 준 원전재난의 가능성은 ‘더 이상 위험한 에너지에 기댈 수 없다’는 깨달음을 확산시키고 있다.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본격화한 탈핵 논쟁은 우리 사회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에너지체제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할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단비뉴스>는 기후변화와 원전사고의 재앙을 막고 ‘안전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구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모색하는 심층기획을 연재한다. (편집자)

① “아이들 미래 위해 원전 말고 안전!”

② '블랙스완' 부인하다 일본도 당했다.

③ 생존배낭 챙겨 두고 ‘쿵’ 소리에도 깜짝

④ 동해안 원전에 쓰나미 덮칠 수도

⑤ 100만 명 ‘7시간 내 대피’ 가능할까

⑥ 사고 은폐, 불량부품에 근무 중 마약도

 사용후핵연료 저장건물 테러 무방비

⑧ ‘핵쓰레기통’ 10만년 묻을 땅 찾아야

⑨ “핵재처리는 원전 수백년 더 짓자는 것”

⑩ “내 손으로 원전 짓고 암 환자 됐소”

⑪ 아이 몸에도 삼중수소, 어른은 암 속출

⑫ ‘173등짜리 공기’에 병드는 한국

편집 : 곽호룡 기자

남지현 나혜인 기자 안윤석 PD njihyun01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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