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행복기자학교] 박시우(대제중2)·김민준(내토중2) 기자

사단법인 <단비뉴스>는 제천교육지원청·행복교육추진단·생태누리연구소와 함께 10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토요일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청소년행복기자학교를 운영해왔습니다. 이 학교는 미디어 제작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디어와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진학과 진로 모색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설됐습니다. 이제 그 결과물들을 <단비뉴스>에 연재하니 청소년의 눈에 비친 학교와 한국사회를 기사나 영상으로 확인하세요.(편집자)

“이동휘? 어 박보검 ㅇㄱㄹㅇ 빼박캔트 반박불가 인정하는 각이고요~ 오지고요~ 지리고요~ 앙 기모띠.”

10대들 사이에서 급식체가 일대유행이다. 예상되는 상황을 설명할 때 ‘~하는 각이다’라고 표현하거나, 놀라거나 감탄할 때 ‘오지다’, ‘지리다’고 말하는 식이다. 동의를 구하거나 답할 때는 ‘인정’ 이라는 단어의 초성만 사용해 ‘ㅇㅈ’이라 쓰고, ‘진짜’라는 뜻의 ‘이거레알’도 초성 ‘ㅇㄱㄹㅇ’만 사용한다. ‘동의? 어, 보감’처럼 재미를 위해 여러 단어를 이어 말하는 경우도 있다.

모양이 비슷한 모음과 자음을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명곡’은 ‘띵작’, ‘멍멍이’는 ‘댕댕이’, ‘귀엽다’는 ‘커엽다’로 바꿔 말한다. 10대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퍼진 이 언어는 학교 급식을 먹는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한다고 해 ‘급식체’라 불린다.

▲ 10대들이 급식체를 사용해 대화하는 카톡 화면. ⓒ 김민준

새 문화가 만들어 낸 새 언어

급식체가 나오기 시작한 데는 SNS와 인터넷 방송의 영향이 크다. ‘ㅇㅈ’이나 ‘ㅇㄱㄹㅇ’처럼 자음만 이용하거나 첫 글자만 따서 단어를 축약하는 형식은 모바일 메신저와 SNS를 이용하면서 확산됐다. 또 청소년들의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은 흥미유발을 위해 자신들이 언어를 새롭게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BJ철구가 처음 사용한 ‘앙 기모띠’라는 말은 ‘기분 좋다’는 일본어 ‘기모찌’를 ‘기모띠’로 바꾸고 재미를 주기 위해 ‘앙’이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BJ들의 말을 청소년들이 따라하면서 점차 변형돼 만들어진 것이 ‘급식체’다.

제천시 중학생 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청소년 54명 중 단 1명을 제외한 53명이 급식체를 안다고 답했다. 또 설문 대상자의 90%인 49명이 급식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87%인 47명이 급식체에 대한 ‘거리감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급식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고 있다.

▲ 설문조사에 참여해 급식체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내토중학교 2학년 6반 학생들. ⓒ 김민준

특히 급식체는 그 형태가 급속도로 변한다. 급식체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인정? 어, 인정’이 유행했지만, 얼마 후에는 ‘동의? 어, 보감’이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동의’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영화배우 ‘이동휘’와 ‘보감’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박보검’의 이름을 따 ‘이동휘? 어, 박보검’이라 표현하는 것이 유행이다. 그만큼 청소년들은 급식체를 많이 사용하고 재미있는 놀이로 여긴다.

지난 10월 14일에는 급식체가 방송프로그램에까지 등장했다. tvN 코미디 프로그램인 <SNL 코리아>에서 유명한 영화나 드라마를 ‘급식체’로 표현하는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을 진행했다. 이는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층 사이에서 급식체가 더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급식체를 처음 접하고, 뜻을 모르는 어른들에게는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 ‘설혁수의 급식체 특강’ 코너는 청소년들의 급식체를 이용해 큰 인기를 끌었다. ⓒ tvN <SNL 코리아> 화면

“10대끼리는 돈독해지지만 기성세대와는 멀어져···.”

청소년들은 급식체를 사용하며 친구들과 서로 친밀감을 느낀다. 최온유(14·내토중2)군은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것도 있고 재밌어서 급식체를 사용한다”며 “급식체를 쓰다 보면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반면 급식체를 사용하지 않는 어른들은 10대와 생각이 다르다. 제천시 40~60대 성인 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급식체를 안다’고 답한 이는 2명뿐이었다. 또 설문 조사에 참여한 14명 모두가 급식체에 ‘거리감이 있다’고 답했다.

이렇다보니 급식체 사용으로 10대청소년과 어른들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홍석영(14·내토중2)군은 “가끔 제가 습관적으로 급식체를 사용하다 보면 부모님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석영 군의 아버지 홍충기(45·충북 제천시 하소동)씨는 “애가 급식체를 사용할 때 꼭 욕을 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하자, 석영군은 “욕을 할 생각도 없었고 욕을 한 게 아닌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학생들 사이에 의사소통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응 아니야~’ 같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투의 급식체나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신조어 급식체의 반복적인 사용은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또래 친구들보다 급식체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 이학승(14·내토중2)군은 “급식체를 사용하는 게 재미는 있지만, 가끔은 친구들이 한글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상한 급식체를 사용할 땐 나도 못 알아 듣는다”고 말했다.

내토중학교 박혜지(32) 교사는 “학생들의 급식체 사용은 한글파괴와 세대차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며 “급식체 문화의 창의적인 부분은 인정하지만 언어폭력 수준의 격한 표현과 남을 비하하는 표현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애매한 언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행 즐기면서도 소통 위해 노력해야”

급식체 사용에 따른 10대 청소년과 어른들 간 의사소통과 언어파괴 문제는 앞으로 10대 청소년들이 고쳐 나가야 할 숙제다. 더불어 어른들도 10대들이 쓰는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른들은 급식체나 신조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고, 학생들도 어른들의 언어를 잘 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덧 급식체는 SNS와 TV방송을 통해 전연령층이 모두 아는 유행어가 됐다. 기성세대는 급식체가 단지 10대 청소년만의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청소년들도 격한 표현이나 불쾌감을 주는 표현은 자제하면서 오히려 급식체를 10대 청소년과 어른들이 제대로 소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취재·첨삭지도: 박수지(단비뉴스 시사현안부장), 이봉수(단비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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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양영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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