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행복기자학교] 구자용·박재은(수산중2), 안준모(제일고1) 기자

사단법인 <단비뉴스>는 제천교육지원청·행복교육추진단·생태누리연구소와 함께 10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토요일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청소년행복기자학교를 운영해왔습니다. 이 학교는 미디어 제작 체험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디어와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진학과 진로 모색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개설됐습니다. 이제 그 결과물들을 <단비뉴스>에 연재하니 청소년의 눈에 비친 학교와 한국사회를 기사나 영상으로 확인하세요.(편집자)

도시에서 들리는 차 소리 대신 맑은 새소리가 들리고 매캐한 매연 대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제천시 수산면이다. 수산면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와 달리 자연과 함께 느림의 철학을 실천하는 마을 ‘슬로시티’다. 수산면은 2012년 충청북도 최초로 슬로시티에 선정됐다. 청풍호를 바라보며 자리 잡은 수산은 제천 10경으로 꼽히는 옥순봉과 금수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마을이다. 제천은 청풍(淸風)·덕산(德山)·한수(寒水)·백운(白雲)·송학(松鶴)이라는 면 이름들에서 보듯이 경치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수산(水山)의 물과 산은 빼어나다. 도시의 소음 대신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공간’이다.

▲ 슬로시티 수산의 풍경. ⓒ 구자용

‘자연치유’의 공간, 수산

수산면 벌말마을에 사는 구자용(14·수산중2)군은 7년 전 부모님을 따라 제천 시내에서 수산면으로 이사했다. 그에게 수산은 ‘자연치유’의 공간이다. 선천적으로 몸이 쇠약했던 그는 일주일에 다섯 번 병원 가는 게 일상이었고 감기도 많이 걸렸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는 건강이 더 악화됐다. 학교를 오갈 때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담배 연기와 먼지가 원인이었다. 볼이 빨개질 정도로 아토피가 심해졌고, 기관지가 약해져 독감에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님 직장을 따라 수산으로 이사하면서 자용군은 점점 건강을 회복했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토피가 많이 사라졌고,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 그는 “수산 마을의 깨끗한 자연 덕분에 몸과 마음이 서서히 치료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은(14·수산중2)양은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여섯 살 때 청주시내에서 수산면으로 이사했다. 재은양은 “예전에는 자다가도 가려워 일어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수산에 오면서는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재은양의 어머니 권선자(45·제천시 수산면 오티리)씨도 “딸이 아토피가 심해져서 시골로 내려오게 됐는데 확실히 도시에서보다는 시골로 내려오고 나서 많이 나았다”고 설명했다.

▲ 제천과 청주 시내에서 수산면으로 이사해 아토피를 치료한 구자용(오른쪽)과 박재은(왼쪽). ⓒ 박재은

자연을 닮은 사람이 많아 행복한 마을

수산의 매력은 자연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주민’들이다. 수산은 인구 약 2000명의 작은 면이다. 하지만 친절한 주민들 덕에 마을에는 화목함이 넘치고 서로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주민들이 단합해 다양한 마을 행사를 열기도 한다. 매년 열리는 ‘면민체육대회’나 ‘느림한마당행사’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주민들이 참여한다. 김선웅(14·수산중2)군은 수산을 “자연과 사람들이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는 마을”이라고 표현했다.

▲ 지난 10월 26일부터 사흘간 열린 느림한마당 축제. ⓒ 구자용

“건강해졌지만 외롭고 심심해요”

수산은 천혜의 자연을 품은 공간이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답답한 공간이기도 하다. 자용군은 “몸은 건강해졌지만, 친구들을 만나기 힘들어지면서 사회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래 친구도 적은 데다, 서로 집이 멀고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아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산면에는 학교가 단 하나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통합된 형태인데, 학생 수도 초등학생이 33명, 중학생은 20명에 불과하다. 자용군은 “친구 집에 놀러 갈 때 시간이 많이 걸려 힘들다”며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서 핸드폰 만지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수산에는 청소년들이 놀 만한 공간도 없다. 재은양은 “문화 활동 할 게 없고, 제천 시내로 나가려면 한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수산면 주민들은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나가야 하는데, 버스 배차 간격도 커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시내와 접촉이 거의 단절되다 보니 수산에 사는 학생들은 빠르게 변하는 현대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그래도 수산이 ‘이대로’ 남아 있길…”

수산에는 대형마트도, 영화관도 없다. 빠르고 편리한 생활이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더없이 느리고 답답한 공간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수산이 ‘슬로시티’ 그대로 남아주길 바란다. 변함없이 맑고 청정한 자연을 보전한 마을이었으면 한다. 나아가 수산에서 많이 나는 ‘수석’이나 슬로푸드 등 수산의 유명한 것을 갈고 닦아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마을이 되길 바란다. 수산이 지금처럼 자연을 느끼고 힐링하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주민 구복회(56·제천시 수산면 벌말마을)씨는 “수산에는 산업단지가 없어 쾌적한 환경을 보존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 모습 그대로 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슬로시티 수산의 빼어난 풍광.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 취재·첨삭지도: 박수지(단비뉴스 시사현안부장), 이봉수(단비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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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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