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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도시는 ‘먹거리 공동체’ 형성해야

기사승인 2017.12.08  23: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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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2017 대안농정 토론회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 농정의 기본 틀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내년 개헌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지난 1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食ㆍ農ㆍ村의 통합과 혁신’을 주제로 ‘2017 대안농정 대토론회’가 열렸다. 올해 7회째를 맞는 토론회는 농업정책 책임자와 전문가, 현장활동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의 핵심 프로그램인 토크쇼에는 4명의 자치단체장이 나와 ‘지역농정과 자치분권⋅균형발전’을 주제로 토론을 했다.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이 사회를 맡고, 송재호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과 이춘희 세종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패널로 나왔다.

세종시-제주도 자치분권·균형발전 '특위' 출범

   
▲ 왼쪽부터 정순관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원희룡 제주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 지난 11월 9일 세종시와 제주도가 지방분권국가 조기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 원희룡 지사 페이스북

지난 11월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와 지역발전위원회 공동 산하에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 특별위원회’가 출범했다. 재정분권, 국가사무 이양 등의 분권 문제와 도시재생 및 농촌지역 활력 문제를 함께 논의해 지역에 대한 중앙부처의 적극적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노무현 정부 때 중앙에 쏠린 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어요. 야당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지만 그때 시범적으로 제안한 데가 제주도였습니다. 지난 두 정부를 거치며 애초 의도한 목표와는 멀어졌지만 현 정부부터는 제대로 가자는 것입니다.”

국민 행복의 시작이 지역에 있다고 말하는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은 “특위 출범은 문재인 정부 농업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지역발전위 간 공동 협력체계가 공식적으로 구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목적에 맞는 자치분권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는 2006년, 세종시는 2012년에 자치권이 부여돼 각각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상징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세종시, 지역불균형문제 농업으로 해소

   
▲ 이춘희 세종시장은 도농복합도시의 장점을 살려 로컬푸드를 활성화해 지역 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 노력한다. ⓒ 이춘희 시장 페이스북

“제가 세종시장에 당선됐을 때 농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세종시를 설계하고 계획한 사람이니깐 도시민만 챙기고 농촌과 농민은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사실 도시가 건설되면 경지면적과 농민은 줄고 도시민은 늘어나기 때문에 농민이 소외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 면적의 3분 2에 인구 28만명인 세종시는 농업지대 한가운데 있는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다. 이춘희 시장은 “농촌을 살리는 것이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과 같다”며 “도시의 장점과 농촌의 장점이 결합한 상태가 가장 좋은 도시”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세종시가 국가 차원에서 균형발전을 이뤄가고 있지만 세종시 안의 균형발전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주민과 원주민, 원도심과 구도심, 도시와 농촌 등 지역 내 불균형 문제를 농업으로 풀어냈다. 농정의 대상을 소비자까지 확대하고 로컬푸드를 활성화해 지역 내 격차를 줄인 것이다.

“자치분권의 장점을 가장 크게 살릴 수 있는 것이 농업 분야입니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지역공동체 등 지역마다 농업⋅농촌 사정이 제일 많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 시장은 “개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자치에 관한 규정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만든 법률을 전 지역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자치분권이 강화돼 주변 환경에 따른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무엇보다 지역 일은 지역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협치농정 이끌며 자치분권 강화

   
▲ 지난 12월 1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서울 가락시장 공판장을 방문했다. 그는 제주 감귤농가를 대표해 가격책정에 신경 써달라고 중·도매인들에게 부탁했다. ⓒ 원희룡 지사 페이스북

“감귤값 떨어지면 농민들이 머리띠 매고 도청으로 오세요. 농사는 풍년이 들어도 걱정, 흉년이 들어도 걱정, 가격조정이 안 되는 게 제일 큰 문제였죠. 지금은 자조금 제도를 통해 농산물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 본 값만큼 지원해줍니다.”

원 도지사는 “제주가 1차 농산물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무조건적 정부 지원보다 농민도 책임을 공통 분담하는 협치농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행정 지원과 농민 출자가 더해진 자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더불어 농어업회의소 설치도 준비하고 있다. 원 도지사는 “정책 결정의 당사자인 농민이 과정에 참여해야 그 결과가 현장에 반영될 수 있다”고 답했다.

“예전에는 제주도가 섬이라 육지와 떨어져 있는 것이 좋지 않았어요. 지금은 오히려 섬이라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어 좋습니다.”

그는 “현재 자치경찰과 같은 시도를 해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제주도가 선도적 자치모델로서 ‘탄소 없는 섬’을 주창하며 폐원지(폐농한 감귤과수원 땅)를 태양광전기 농사 짓는 곳으로 전환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단행해 보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는 식량 생산을 넘어 에너지 농사를 지으며 지방자치의 자립성을 갖고 미래 어젠다를 설정해가고 있다.

농촌과 연대한 서울 성북구

   
▲ 성북구 정릉동 북학산 생태숲유치원 아이들과 북한산 자연학습장 텃밭에서 묘목을 심고 있는 김영배 성북구청장. ⓒ 김영배 구청장 페이스북

김영배 서울시 성북구청장은 2010년 취임 후 바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당시 전국 최초여서 성북구는 논쟁의 한가운데 있었다. 무상으로 주는 급식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학부모들 주장이었다. 김 구청장은 무상급식에 사용될 식재료 품평을 학부모들과 함께 하며 신뢰를 얻었다. 성북구는 다른 지역 학교들과 친환경 식재료를 공동구매해서 절약된 비용으로 과일간식도 지급했다.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르면 건강한 아이는 일주일에 4번 정도 과일을 먹지만 성북구 아이들은 평균 1.7번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감이 바뀌면서 식재료를 공동구매하던 학교들이 돌연 취소하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학교별로 지원하는 급식비용이 달라진 거죠.”

김 구청장은 “공공기관이 책임성 있게 지역의 자치권을 가지고 가야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춘희 세종시장과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먹거리 정책 협력을 제안했다. 도시 지역과 농촌 지역이 먹거리 공동체를 이뤄 시민 생활에서부터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먹거리 실태조사를 하고 장기적인 활동계획을 세워 함께 실행해가자는 것이다. 김 구청장은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과 성북구에서 들어오고 나가는 음식 시스템을 조사하고 통제해보려고 했으나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절망감이 느껴질 정도였다”고 했다.

“성북구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느낀 점은 좋은 파트너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남에 갔을 때 시장과 군수는 뜻이 있어도 도지사가 반대한다든지 농부들 간 조율이 안 된다든지 서로 이해관계 때문에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차질이 생겼어요. 책임과 선의를 갖고 있는 자치단체장들만 있다면 도시 대표자로서 저는 얼마든지 협력할 생각입니다."

그는 “도시가 소비지로서 구매파워가 있어 좋은 구매자가 생기면 농업뿐 아니라 사회까지 바꿔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땅이 없어 식량생산 기능을 할 수 없는 도시는 농촌과의 연대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지방소멸 시대, 생각의 전환부터

   
▲ 왼쪽부터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 이사장, 원희룡 제주지사,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 이춘희 세종시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 농정연구센터

“전기차를 타고, 자율 주행으로 기사 없이 다니는 시대가 코앞에 와있습니다. 세상이 바뀌는데 우리 생각은 안 바뀌었어요. 오히려 낙후됐죠. 인구가 빠져나간 지방을 빨간색으로 칠하고, 생태적으로 잘 살 수 있는 지역을 초록색으로 칠하면 두 지역의 색은 겹칩니다. 가장 낙후한 지역이 생태건전성이 높은 거죠. 농촌이야말로 잠재성을 가진 곳입니다.”

송재호 지역발전위원장은 ‘食ㆍ農ㆍ村의 통합과 혁신’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農(농)은 잊혀진 농업의 가치를 살리는 것, 村(촌)은 소중한 농촌의 가치를 지키는 것, 食(식)은 새로운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며 “농촌을 시해하지 말고 잠재력을 보고 지켜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귀농⋅귀촌 인구가 50만을 넘어섰다. 농촌에 매몰되어 있던 이야기를 도시로 확장하고 농민과 도시민의 연결도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때다. 지역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농촌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일이자 지속가능한 도시를 이끄는 방법이다. 이미 도시는 포화상태에 이르러 낙관적 미래를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지방정부는 자치분권을 강화하고 서로 긴밀한 연대를 통해 지방소멸 시대에 상생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편집 : 이창우 기자

김미나 기자 wlswnalsk@hanmail.net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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