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포항 흥해읍 대성아파트

<앵커>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 때 이른 겨울 추위에 집밖으로 내몰린 이재민만 천여 명을 훌쩍 넘었습니다. 지진의 직접 피해에다 부실시공이라는 2차 피해까지 더해졌기 때문인데요. 주민들은 여진의 공포 속에 붕괴위험에 빠진 정든 집을 하나둘 떠납니다. 기약 없는 이사 행렬을 임형준 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진앙지 흥해읍 폐허 현장

이번 포항 지진의 진앙지인 흥해읍 용천리입니다. 주택담장은 이렇게 입구 기둥만 남은 채 나머지 뒤로는 무너져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역대 두 번째 큰 규모인 5.4 강진에 폐허가 된 겁니다. 주민들은 망연자실 복구에는 손도 못대는 형편입니다.

인터뷰>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민

뭔가 팡 터지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괜찮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엄청 많이 흔들려가지고...

#붕괴위험 대성아파트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곳 가운데 하나인 흥해읍 대성아파트입니다. 당시 지진의 참상을 말해주듯 유리가 깨졌고요. 외벽도 이렇게 부서졌습니다. 여기는 문이 일그러졌습니다.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주민은 이삿짐을 화물트럭에 실어 옮깁니다.

진앙에서 2㎞쯤 떨어진 5층짜리 대성 아파트의 한 동은 북쪽으로 15㎝가량 기울었습니다. 나머지 5개 동도 여진에 언제 더 기울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인터뷰>안영민(48) 포항시 흥해읍 마산리

집에 오니까 상태가 굉장히 심각하고 균열이 막 가니까 겁이 많이 났어요. 겁이 많이 났죠...

인터뷰>김문수 자유한국당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

복구할 부분은 빨리 복구하고 대체 주택을 빨리 마련하고 대체 주거지를 빨리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고 봅니다.

#내진 설계 없는 부실시공 위험 키워

금이 간 아파트 내부입니다. 심하게 기울어진 모습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있고, 쓰러진 화분은 깨졌습니다. 전기가 끊겨 전등이 켜지지 않습니다. 시계는 지진이 일어난 시각인 두시 삼십분에 멈춰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이미 건축 당시부터 위험을 안고 완공됐습니다. 가로 철근 없이 세로 철근만 세운 부실한 기초 공사로 지진을 견뎌내기 어렵습니다. 내부 공간 확보를 위해 기둥 없이 벽으로만 하중을 견디도록 한 설계 역시 문젭니다. 내진설계 의무화 직전 1987년 건물이지만, 안전보다 공사비만 따진 설계라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경주의 5.8강진에 이어 이번 5.4규모 포항 지진. 이제 더 이상 우리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시켜 줍니다. 무엇보다 남동해안은 원전도 밀집돼 있습니다. 기존 건물에 대한 철저한 안전진단과 신규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 강화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기약 없이 보따리를 싸 정든 보금자리에서 떠나는 주민행렬을 줄이는 대책입니다. 단비뉴스 임형준입니다.

(영상취재 : 안윤석, 박진홍 / 편집 : 박진홍, 임형준)


편집 : 안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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