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월드] 미국 뉴욕시 ‘펫시터’ 논란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가 지나면 길에 버려지는 개나 고양이가 부쩍 늘어난다. 18일 유기동물 통계 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포함된 9월22일부터 10월12일까지 약 3주 동안 국내 보호시설에 들어온 유기동물은 4041마리로, 그 직전 3주인 9월1일부터 9월21일까지의 2255마리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긴 휴가 동안 맡길 곳이 마땅치 않거나, 애견호텔 등의 비용에 부담을 느낀 주인들이 매정한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견·애묘 가정의 휴가철 고민 해결사 

▲ 경기도 수원시 영화동의 한 애견상점 우리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강아지. ⓒ 심아름

이런 상황에서 ‘펫시터(pet-sitter)’, 즉 동물돌보미가 국내외 애견, 애묘 가정의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 펫시터는 일반 가정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맡아 돌봐주는 사람이다. 상업적인 애견호텔에 비해 비용이 25~50% 정도 쌀 뿐 아니라 반려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도 적다는 장점이 있다. 상업시설의 좁은 우리 안에 가두는 대신 집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해주기 때문이다. 펫시터는 미국 등 반려동물 인구가 많은 선진국에는 꽤 확산돼 있다. 그런데 택시호출서비스인 우버(Uber)처럼 펫시터를 연결해 주는 모바일 앱이 최근 인기를 끌면서, 미국 뉴욕시에서는 이를 규제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7월21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시는 ‘면허 없이 펫시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관련 시설을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뉴욕시 보건법규 161조는 ‘돈을 받고 펫시팅을 제공하는 사람은 반드시 동물 사육면허와 사육장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도시의 가정집에서 사육장을 운영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법은 그동안 유명무실했지만 반려동물 돌봄서비스를 연결하는 로버(Rover), 와그(Wag) 등 모바일 앱이 널리 활용되면서 뉴욕시가 해당 조항을 뒤늦게 소환한 것이다. 

▲ 여러 마리의 개를 돌보는 사람. ⓒ 게티이미지

지난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로버는 뉴욕 시민이 자신의 아파트 등에 애견숙소를 만들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수요자와 연결해 주고 있다. 현재 약 9만5000명의 이용자를 확보해 이 분야에선 가장 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9000명의 펫시터가 410만 달러(한화 약46억)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년간 무난하게 영업을 해 온 로버가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이 사이트가 별도로 운영하는 애견 매매사이트에 대해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토니 아벨라가 ‘불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또 우버나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공유서비스 앱이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을 불렀던 것처럼, 로버나 와그에 대해 애견호텔 등 기존 업계에서 영업권 침해를 지적하는 분위기도 있다. 

▲ 반려견을 돌봐줄 사람을 연결하는 모바일 앱 로버(Rover). 지역과 날짜, 견종 등을 입력하고 원하는 돌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 로버 앱 화면 갈무리

“반려동물 안전과 공중보건 위해 규제 필요” 

줄리앙 마르티네스 뉴욕시 보건국 대변인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반려동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고 공중보건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동물 숙박시설을 포함한 특정 사업자들은 보건국의 허가를 받고 필요한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동물들의 안전을 위해 이 시설들에 대한 검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티네스 대변인은 “이 법은 친구나 가족, 이웃을 위해 동물을 맡아주는 평범한 뉴욕 시민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상업적 서비스만이 규제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런 방침에 대해 시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뉴욕시의회 보건위원장인 코리 존슨은 지난 7월20일자 <뉴욕데일리뉴스> 인터뷰에서 “펫시팅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뉴욕시에는 수백만 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있고, 사람들은 동물을 맡기거나 맡아줄 수 있다”며 “그게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법은 구시대적이고 실용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로버를 통해 브루클린에서 애견 돌보미를 하는 차드 베이컨(29)은 전직 사육사이자 야생 연구원으로, 현재는 이 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는 “면허 여부에 상관없이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로버의 법무 자문위원인 존 라팜은 “개 주인들은 더 싸고 편리하게 강아지를 맡기길 바라고, 강아지들이 (애견호텔 등의) 우리에 갇혀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집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버그에 사는 셰릴 스마트(30)는 “안전을 확인하는 것은 주인에게 달렸다”며 정부 규제에 반대했다. 그는 펫시팅 앱을 통해 반려견을 맡기기 전에 미리 그 집에 가봤고 반려견도 그곳을 좋아하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목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순간, 그것은 당신의 선택이고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는 오는 11월7일 치러질 뉴욕시장 선거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빌 더블라지오 시장에 도전하는 공화당의 니콜 맬리오태키스 후보는 지난달 26일 “이 법은 시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이라며 “내가 당선된다면 보건국이 더 이상 벌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에서도 1인 가구가 늘면서 출장이나 휴가 등으로 집을 비울 때 개나 고양이를 어디에 맡길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 심아름

국내에도 펫시터 늘고 있지만 법규는 미비 

국내에도 ‘페팸’, ‘펫비앤비’ 등 동물 돌봄서비스 앱이 등장했다. 지난해 1월 서비스를 시작한 페팸은 소형견의 경우 1박에 1만~1만5천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애견호텔이 2만~4만원의 이용료를 받는 것과 비교할 때 부담이 적다. 펫시터는 앱을 통해 본인인증만 하면 쉽게 등록할 수 있다. 가격과 편의성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팻시터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다. 반면 소비자보호 등을 위한 법규는 아직 정비되어 있지 않다. 펫시터 등 위탁관리사업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도 필수는 아니다.

지난 8월 국내 한 애견호텔에서 솜사탕 같은 외모를 가진 소형견 비숑 프리제가 ‘썰매를 끄는 개’로 유명한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물려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성질이 다른 두 견종을 한 공간에 방치한 애견호텔의 관리 소홀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애견호텔을 포함한 동물돌봄사업 전반에 적정한 규제와 분쟁해결 기준 등이 마련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 비숑 프리제(왼쪽)와 시베리안 허스키(오른쪽). 지난 8월 국내 한 애견호텔에서 비숑 프리제가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물려 숨진 사건이 있었다. ⓒ flickr

동물자유연대 조희경(56) 대표는 “동물 위탁관리사업에 대한 기준이 더 강화돼야 한다”며 “펫시팅 앱도 위탁관리사업에 속하기 때문에 제도권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맡는 사람은 동물의 안전을 책임지고, 맡기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위탁업소에 버리지 않도록 상호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국내 인구는 지난해 기준 1천만명을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용품, 동물병원 등 국내시장규모는 2012년 9천억원에서 3년만인 2015년 1조8천억원으로 2배 규모가 됐다. 이에 따라 관련법과 제도도 속속 정비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반려동물 의료수가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수 의원 등은 반려동물 보호법 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런 제도 정비에는 ‘우버식’ 동물돌봄서비스를 어떻게 규제 혹은 관리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원문 링크]

Paid Petsitting in Homes Is Illegal in New York. That’s News to Some Sitters.
NYC law that makes dog-sitting illegal without kennel license triggers rage from pet lovers


IS, 히잡, 국제유가, 그렉시트, 브렉시트, 스위스 국민소득, 인종갈등, 미국대선, 일대일로, 지카 바이러스, 사드, 북핵... 외신을 타고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소재다. 이를 제대로 모르면 현대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무역, 안보에서 생존을 보장받기 힘들다. 인류역사가 제국주의 시대로 변모한 이후, 자본과 권력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는다. 냉혹한 국제 정치, 경제 무대에서 자본(Capital)과 힘(Hegemony)의 논리를 제대로 꿰뚫어야 하는 이유다. 단비뉴스는 <단비월드>를 통해 국제사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표면적인 움직임과 그 이면의 실상을 파헤친다. 난마처럼 얽힌 우리 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세계평화와 인류 행복을 증진하는 열쇠를 얻기 위해서다. (편집자)

편집 :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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