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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이 미래를 ‘할인’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7.08.24  17: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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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교양특강] 전중환 경희대 교수
주제 ① 왜 헬조선은 문제인가

“어려운 문제 하나 드릴게요. 배우 원빈과 개그맨 박휘순 중 누가 더 잘 생겼나요?”

강의 시작과 함께 던진 뜬금없는 질문에 학생들은 웃음으로 답했다. 간단해 보이는 이 문제는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도 해결하지 못한다. 로봇이 기사를 쓰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다지만 공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마음 문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진화심리학이 주목한 분야가 여기다. <오래된 연장통> <본성이 답이다>를 통해 진화심리학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쉽게 소개한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을 찾았다.

   
▲ 전중환 경희대 교수가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본 불평등 문제를 강연하고 있다. ⓒ 황두현

평범한 것에 경탄하기

최초로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은 인간을 ‘걸작품’이라 부르며 이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 즉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며 완성되었다고 본다. 복잡하고 완성도 있어 보이지만 전능한 설계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한 상태로부터 진화과정을 거치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 마음의 설계도를 찾는다. 그는 “마음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면 우리가 만들어내는 사회문화적 현상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진화심리학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인간 마음의 영역을 파고들어 진화의 목적을 묻고 답하면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사회문화적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려 한다.

“우리가 김연아의 스케이팅을 보고 ‘대단하다’고 감탄하는데, 사실은 우리가 더 감탄해야 할 대상은 아이가 놀고 있을 때 엄마가 들어가서 자라고 하면 ‘네 알았어요’하면서 엄마의 명령을 아무 문제없이 이행하는 아이의 퍼포먼스라는 거죠.” 

진화심리학에 관한 오해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진화심리학은 많은 비판을 받는다. 대표적인 게 환경의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전 교수는 자신도 우생학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종종 듣는다며, 답변 대신 흥미로운 사례를 꺼냈다.

“우리는 왜 똥을 피할까요? 똥은 본질적으로 더럽고 회피해야 할 대상인가요?”

   
▲ 소똥은 똥파리에게 푸짐한 만찬장소인 동시에 로맨틱한 밤을 상상하게 한다. ⓒ 전중환

똥파리는 소똥에 꼬이는 작은 벌레를 먹고 암컷이 소똥에 내려앉으면 교미를 한다. 변은 똥파리에게 음식과 성관계를 약속해주는 신호다. 하지만 인간은 변에 있는 전염성 병균과 접촉을 피해야 병에 걸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이처럼 종에 따라서 똑같은 환경에도 다양한 적응형태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 마음은 환경적 문제를 잘 해결하게끔 만들어졌다.

전 교수는 사람들이 진화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진화와 진보가 동일하게 여겨지고 진화의 결과가 오늘날 생존과 번식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예로 들며 ‘자동차가 진화했다’, ‘아이돌이 진화했다’처럼 쓰이는 진화는 엄밀히 말해 ‘발전 또는 개선했다’가 적확한 표현이라는 거다. 덧붙여 진화는 ‘세대’를 거치면서 형질이 변화하는 것이라며 한 개체에서 일생 동안 일어나는 변화도 진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마음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진화심리학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겁니다. 인간의 마음을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강조하면서.”

진화심리학은 우리의 마음이 사회적인 여건에서 어떠한 전략을 택하는 것이 가장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는지 살펴보는 데 특화해 있다. 그래서 스펙 쌓기 경쟁에 시달리고 수저계급론에 절망하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진화심리학은 새롭게 해석된다.

사람들은 소득불평등을 피하고 소득재분배를 해야 하는 이유를 ‘사회정의 실현’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고전경제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이 ‘돈이면 다 된다’는 논리로 작동한다고 본다. 달리 말해 인간의 마음은 최대 경제 이득을 추구하게끔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회는 이에 맞춰 결손가정에서 산 사람들, 노인들에게 손쉽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소득재분배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최선은 아니다.

“돈은 어떤 것들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실은 다른 것들을 얻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죠.“

평판, 친구관계, 안전이라 든지 이런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전 교수는 우리 마음은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평판, 안전, 자원 등을 추구하게 진화되었지, 돈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 전 교수의 강의를 흥미롭게 듣고 있는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 ⓒ 황두현

‘제로섬 게임’인 사회적 지위

‘연간 소득 오백만원을 택할 것이냐, 천만원을 택할 것이냐’는 선택 앞에서 누구나 후자를 택한다. 그러나 소득이 일정수준을 넘어가면 행복의 양은 크게 차이가 없다. 충분한 소득을 갖게 된 사람들은 행복을 더 갖기 위해 소득을 늘리려는 노력보다는 ‘상대적 소득’을 더 중요시한다. 옆 집 아이가 명문대에 입학했으면, 우리 아이도 그에 준하는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란다. 소위 ‘돈 깨나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매일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통념과 달리 인간의 행복도는 범죄율보다 불평등과 관련 있어요.”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이 제로섬 게임(zero sum-game)이다. 사회적 지위는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사회적 지위를 얻으면, 타인은 그가 얻은 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부의 총량이 사회적 지위와 밀접한 우리 사회에서는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수록 더 많은 이들이 불행해진다는 의미다.

   
▲ 전 교수는 사회의 행복도는 불평등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 황두현

‘극단적 전략’을 추구하는 저소득층

정규 교육을 잘 마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충분한 소득을 만들고 결혼하는 안정적인 ‘느린 전략’이 한국 사회의 성공 경로다. 아이돌이 되겠다며 학교는 잘 가지 않고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하는 불안정한 ‘빠른 전략’을 구사하는 중학생은 주변의 우려를 받는다. 하지만 삶의 전략은 ‘환경’에 따라 다양해야 한다고 전 교수는 말한다.

“가정 내 안정적인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여성들은 이른 결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돈을 차곡차곡 모으며 안정된 상황에서 결혼하는 것보다는 빨리 가정을 이뤄 당장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빠른 전략을 택하는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적응한 결과다.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의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당장 주어지는 보상보다 장기적인 큰 쾌락을 추구하는 ‘느린 전략’을,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빠른 전략’을 추구한다.

   
▲ 모든 생물은 생존 확률에 따라 삶의 전략을 달리 한다. ⓒ 전중환

전 교수는 나중에 주어지는 큰 보상보다는 당장 주어지는 작은 보상을 추구하는 것을 ‘미래를 할인한다’고 표현했다. 훗날의 이득을 포기하고 눈앞에 놓인 보상을 택하는 일은 ‘미래를 너무 할인하는’ 비합리적 선택이다. 미성년자의 임신, 빈곤층의 폭력, 비만 문제가 그 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당장의 이득을 취하는 위험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국가 내 소득 불균형 차이가 심한 불평등 사회는 범죄, 비만, 심신장애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행복해지려면 경제적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

“우리가 잘 살건, 못 살건, 좀 더 나은,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무엇보다 그 나라의 전체적인 부의 총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경제적인 불평등을 줄이는 데 루트를 두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교수는 “진화심리학은 소득 재분배를 해야 한다는 ‘당위’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불평등이 심화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 총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불평등을 줄이는 일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사회정의’보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1학기 [사회교양특강]은 홍기빈 박상훈 전중환 김진혁 서남수 김동춘 곽정수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김소영 기자

박경배 황두현 유선희 기자 whoami3@nate.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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