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틈’

▲ 장현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판타지 영화다. 주로 허구를 다루는 영화란 예술에서도 가장 비현실적인 내용을 다루는 장르다. 그러나 첫 만남 장면은 아주 현실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진정한 배움을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스티븐 스트레인지와 그의 스승 에인션트 원의 첫 만남에서 원은 카마르-타지에 도착한 스티븐에게 맨 먼저 책을 보여준다. 그 책에는 스티븐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기적’이 모두 적혀 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세상을 보는 좁은 소견, 곧 관견(管見)으로는 진리를 만나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원은 “너희 세상 사람들은 작은 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있지”라며 스티븐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이후 그는 진심을 다해 배움을 갈구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세상에 가장 지혜로운 자는 알지 못함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무지를 깨달아야 배움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의 무지함을 알고 남의 무지함까지 스스로 일깨울 수 있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지혜로운 사람일 것이다. 이렇게 남을 각성시키는 존재가 진정한 스승이다. 지식을 알려주는 일은 사람은 물론 책이나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배움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배움이란 결국 배우는 사람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스승은 제자의 무지를 깨닫게 하는 존재다.

▲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주인공 스티븐 스트레인지는 스승 에인션트 원과 첫 만남에서 '무지(無知)'를 인지해야 함을 깨닫는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은 ‘무지’에 무척이나 소홀했다. 오히려 무지를 죄악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무지’와 ‘틀림’을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무지는 부족함이 되고 부족함은 경쟁 탈락으로 이어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구도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무지를 알지 못하면서 진정한 배움을 추구하기란 어렵다. 배움에 흥미를 느끼기도 어렵다. 그렇게 서서히 자신만의 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해진다.

플라톤은 이와 관련해 비슷한 비유를 남긴 바 있다. 현실 세계는 이데아의 그림자라는 ‘동굴의 비유’를 통해 그는 사람들의 무지를 깨우쳤다. 사람들이 오직 앞만 볼 수 있는 상태로 묶인 채 물질이 만든 그림자를 보며 의심 없이 진짜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이 뒤를 돌아보고 진짜 세상과 마주하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림자가 아니라 실체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체와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진정한 이데아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틈으로 세상을 내다보던 편협함에서 벗어나 비로소 온전히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배움은 내가 지금까지 보아온 것이 실체가 아님을 깨닫는 데서 출발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 제10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에서 우수작으로 뽑힌 이 글을 쓴 이는 성균관대 소비자학과 졸업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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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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