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기호학으로 보는 '오버워치' 영웅 선택과정

FPS(First-Person Shooter)는 1인칭 슈팅게임의 줄임말이다. 게임 캐릭터의 1인칭 시점을 통해 게임상에서 할당받은 총, 활, 대포 등을 이용하여 팀별 간 전투를 벌이는 게임 장르다. 블리자드에서 만든 게임 ‘오버워치’의 장르도 FPS다. 2017년 5월 18일 기준 PC방 점유율 2위(24.24%)를 차지했다. 빠른 시간 안에 게임이 종료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이 게임은 '루나틱 하이' 등 16개 이스포츠(E-SPORT)팀이 생기고 '오버워치 에이펙스(APEX)'라는 게임리그전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존 FPS 장르는 팀을 기반으로 하지만 '개인의 슈팅 실력에 기반을 둔 승리' 형식을 취한 게 대부분이었다. 캐릭터의 동일한 능력치 때문에 한 명의 '에이스'가 팀원들과의 협력보다 더 중요시됐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기존 FPS와 다르게 개인의 특출난 기량보다는 팀원들의 협력을 우선시하게 했다. 캐릭터별로 역할군이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오버워치의 영웅들은 크게 4가지 역할군으로 나눠진다. 강력한 공격력과 높은 기동력으로 적을 섬멸하는 역할을 가진 공격형 영웅, 높은 체력을 바탕으로 전선을 유지하는 돌격형 영웅, 높은 공격력으로 거점을 방어하고 후방에서 아군을 지원하는 수비형 영웅, 아군을 치유하는 등 아군을 보조하는 지원형 영웅이다. 오버워치에 존재하는 캐릭터가 역할군 별로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팀원 간 적절한 역할분담과 협력이 필요하다.

▲ 플레이어들은 총 4개의 역할군(공격형, 돌격형, 수비형, 지원형) 21개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게임을 진행한다. Ⓒ 블리자드 홈페이지

'오버워치'는 무작위의 사람들과 10분 내지 20분 정도의 일회성 게임을 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이는 팀원 간 사회적 유대감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구성원 간 신뢰는 게임 캐릭터를 선택할 때부터 채팅창과 보이스톡을 통해 팀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승리를 위해서는 호혜적 협력행위가 불가피한 셈이다. 팀의 승리를 위해 플레이어는 자신이 선호하는 역할군만을 선택할 수 없는 경우의 수도 생긴다. 부족한 역할군이 있다면 플레이어는 비록 자신이 선호하지 않더라도 팀의 승리를 위해 역할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플레이어마다 자신이 플레이하고 싶은 역할군이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40명 중 약 40%가 넘는 조사 대상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역할군은 무엇인가?"는 질문에 "공격형 역할군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오버워치'를 하는 다수의 플레이어는 공격형 역할군을 선호하며, 승리하는 영웅 조합을 위해선, 자신이 선호하는 공격형 역할군이 아닌 다른 역할군(돌격형, 지원형, 수비형)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 유저들은 대부분 공격형 영웅(트레이서, 리퍼, 겐지, 솔저76, 맥크리, 파라)을 선호했다. 공격형 영웅을 모두 합해보면 약 42.8%다. Ⓒ 정정현

'오버워치' 플레이어들은 지원형 역할을 선호하지 않았다. 지원형 역할군의 기능적인 특성 때문이다. 이 역할군은 기존의 FPS처럼 상대방을 공격해 처치하는 능력보다는 아군을 치유해주는 기능에 특화되어 있다. 이는 상대편을 섬멸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우월감과 성취감이 플레이어에게 가시화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지원형 캐릭터가 인기가 낮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형 역할군은 게임 속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군이다.

▲ 오버워치 게임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팀 조합이다. Ⓒ 오버워치 게임 갈무리

'오버워치'에서 승리를 위해선 무엇보다 팀 조합이 중요하다. 오버워치 게임에서는 총 6명이 한 팀이 되어 대결을 펼친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정석적으로는 공격형 2명, 지원형 1명, 돌격형 3명을 선택한 조합이 가장 이상적이다. 물론 꼭 정석 조합에 맞춰서 플레이하라는 법은 없으며, 정석 조합의 기준이 조금씩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공격형 2, 지원형 1, 돌격형 3의 형식을 취한다. 승리를 위해서는 플레이어들 간 적절한 역할 배분이 선결 조건이 되는 셈이다.

▲ 게임 선택창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대체적으로 3가지다. Ⓒ 안윤석

플레이어들은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하기 전 캐릭터를 고를 때 세 가지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① 나의 재미를 위해 내가 선호하는 영웅을 골랐을 땐 게임에서 질 수 있지만, 내가 선호하는 캐릭터를 고르면 '재미있다'는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내 재미를 위해 내가 선호하는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이 한 가지 경우고, ② 팀원들을 위해 나를 희생하여 내가 선호하는 역할군이 아닌, 팀에 꼭 필요한 영웅을 골라 게임에서 승리하는 경우다. 하지만 ③ 만약에 ②를 선택하고 게임에서 졌을 경우에는 ①의 경우를 선택해 게임에서 졌을 때보다 더 큰 불이익(후회, 열 받음 등)이 올 수도 있으므로, 팀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캐릭터를 선택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도 자신처럼 희생을 감수해야 함을 어필하는 경우다.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나중에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선호하는 역할군만을 강행하는 의 경우에는 '개인적 이기주의'가 플레이어의 인지에 내포돼 있음을 보여준다. 본인이 지원형 영웅군을 선택하면 팀이 승리할 확률은 높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플레이어가 팀원들의 승리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섬멸을 통한 개인의 우월감과 성취감에서 오는 재미)에만 집중한다는 걸 의미한다. 채팅창에 팀원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는다거나, "어쩔건데?"라며 자신의 길만 가겠다는 발언, 그리고 보이스톡을 꺼버리는 행위 등도 플레이어의 '개인적 이기주의'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 개인이 이기주의적 선택을 할 경우, 팀원들은 다투기 마련이다. 팀원들은 이기적인 선택을 한 플레이어를 나무라지만, 정작 해당 플레이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 오버워치 화면 갈무리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먼저 지원형 영웅을 선택하는 의 경우, 자신의 이익을 증진할 의도에서 타인의 이익에 공헌하는 모습인 '집합적 이기주의'가 전제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캐릭터를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지원형 영웅군을 먼저 선택했다는 것은 먼저 헌신하기와 같은 일반적인 호혜적 전략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챙긴 것이라 할 수 있다. 팀원들의 신뢰를 통한 도덕적 우월감, 상호 협력의 어려움 해결, 궁극적으로 게임의 승리와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예로 들 수 있다. 플레이어가 먼저 지원형 영웅을 선택했을 때 팀원들의 "열심히 해보자", "우리 팀 이길 수 있겠다"는 발언들과, 욕설이 난무하는 채팅창이 아닌 서로 북돋아 주는 플레이어들 간의 채팅들과 같은 화기애애한 게임 분위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나중에 선택했으나 지원형 영웅을 선택하는 의 경우에는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지원형 영웅군을 선택해야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선호하는 개인적인 선택을 한다는 건 전체의 이익과 배치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호혜적 행위를 먼저 보여줌으로써, 팀원들 간의 협력을 원활하게 만들고 대신 다른 플레이어들도 지원형 영웅을 선택하게끔 유도하는 과정을 밟는다. 채팅창에 "다음 판에는 00님이 힐러(지원형 영웅) 하세요.", "힐러 하실 분 없나요? ㅠㅠ"와 같은 발언들이 대표적이다. 보이스톡으로 자신은 지원형 캐릭터를 못하니 다음 판에는 바꿨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가 밀고하면 나도 밀고하고, A가 의리를 지키면 나도 의리를 지키는 '죄수의 딜레마'가 이 선택에선 작용한다.

최근 업무, 과제의 운영단위로 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상의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해 이제는 개임보다는 집단, 팀이 중요하다. 오버워치라는 게임 속 캐릭터 선택과정에서 보았던 개인적 이기주의, 상호 간의 호혜, 그리고 집단적 이기주의라는 선택지는 비단 게임뿐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개인이 선택의 순간 고려해야 할 보기들이다. 수많은 협업이 네트워크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익명의 사람들과도 만나 같이 일하는 게 당연해졌음을 의미한다.

오버워치는 다수 익명의 플레이어들이 상호작용을 통한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그 과정 속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개인의 이익과 상호 간의 협력, 그 사이에 있는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당신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편집 : 박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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