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최성해 동양대 총장 제천 시민아카데미 강연

▲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 ⓒ 동양대학교 홈페이지

“옛날 선비나 양반 중 일정한 직업 없이 놀고먹던 사람들을 한량이라고 했습니다. 궁중에서는 손과 발끝을 이용해 멋지게 춤추는 무용이 발달했고 민중으로 가면 더덩실 추는 춤을 볼 수 있었죠. 신분을 떠나 흥과 끼가 많았던 민족이 바로 우리 민족입니다. 이러한 흥이 한류를 가능하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3일 저녁 제천 문화예술 시민아카데미가 시민회관에서 열렸다. 16회를 맞은 강연에서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은 ‘누구에게나 끼가 있다’는 주제로 제천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인은 민족 특성상 끼를 타고났으며 이를 즐기는 고유한 문화가 있기에 문화예술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의 고유 정체성 ‘끼’

최 총장은 2000년대 이후 지속하고 있는 한류 열풍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드라마를 시작으로 불기 시작한 한류는 현재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K-POP 열풍에 힘입어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 유튜브 이용자들의 열광을 이끌었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꾸준히 각국으로 수출되며 맥을 잇고 있다.

최 총장은 한류가 지속하는 까닭을 일부 연예인이나 관련 산업에 두지 않았다. 그는 “아이돌이 나오면서 한류가 생긴 게 아니다”며 그 근거로 ‘노래방 문화’를 언급했다. 외국인과 달리 한국인은 노래를 잘하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함께 노래를 부르고 이를 즐긴다. 선조들도 다양한 풍류와 문화를 즐기며 노동요 등으로 노래에 삶과 정서를 담고 민족 특유의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노래방 문화는 이에 맞춰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방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함께 만나면 2·3차로 노래방을 빼먹지 않는 것은 우리만의 특색”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굳이 가수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노래를 즐긴다. 이는 각자의 끼와 흥을 발산할 좋은 기회가 된다. 그는 워낙 재능을 발산할 기회가 많다 보니 문화·예술 방면에서 돋보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 제천시민회관에서 강연 중인 최성해 동양대 총장. ⓒ 황금빛

“제가 청년 때 미국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한번은 한국에서 일한 미국인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여러 한국인과 함께한 자리였는데 그가 대뜸 수건을 가져오더니 수건돌리기 놀이를 하자는 거예요. 그는 한국인들이 놀이하며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냐며 미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특색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는 끼와 흥을 발산할 기회가 많죠.”

그는 민족성 자체에 끼가 많은 만큼 이를 발전시켜 한류 수출에 박차를 가한다면 더욱 많은 문화적 가치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 덧붙였다.

끼를 발산해야 행복

끼라는 단어는 ‘기(氣)’에서 나온 말이다. ‘기(氣)가 막힌다’ ‘바람기(氣)가 있다’ ‘기(氣)분이 좋지 않다’ 등에서 흔히 쓰는 단어다. 언어 습관을 통해 ‘기’, 즉 ‘끼’를 중시했던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끼를 잘 표출해야 행복하다는 인식 역시 대개 공유하고 있다.

그는 끼를 많이 살려서 인간의 최대 행복을 살리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복지 정책을 확대하는 목적이 국민 행복을 위하는 것인 만큼 함께 기, 즉 끼를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대통령의 역할 역시 국민의 끼를 살리는 일이다. 그는 “전 국민의 기를 살려주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며 “최근 여러 사태로 반대의 경우를 봤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덧붙여 “앞으로는 지식과 소통이 풍부해지고 개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각자 끼를 발산할 토대가 더욱 풍성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 강당을 가득 채운 제천시민들이 최성해 총장의 강연을 듣고 있다. ⓒ 김평화

끼를 발산하려는 자, 미쳐라

한국인 고유의 DNA에 끼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그는 사람마다 각자 고유한 끼가 있으며 이를 잘 발견해 확장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끼를 발견했다면 미쳤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며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노력해야 끼를 토대로 개인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설명을 위해 자신이 보아온 한 학생의 예를 들었다. 학생은 그가 자주 다니던 단골 식당 주인의 손녀였다. 공부에 재능이 있어 전교 1등을 할 정도였지만 노래에 더욱 끼를 보였다고 한다. 학생 본인 역시 가수가 되고 싶어 해 입시 때도 실용음악과를 지망할 정도였다. 그러자 식당 주인인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걱정이 늘어졌다.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그 안에서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분야였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과 고민 끝에 그 학생이 선택한 곳은 연극영화과였다. 실용음악과보다 연극영화과를 선택하면 그곳에서 뮤지컬이나 오페라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해 노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경북 영주와 경기 동두천에 캠퍼스가 있는 동양대학교에는 예술학부 등 끼를 필요로 하는 학과가 많고 진중권 교수도 재직하고 있다. © 동양대 홈페이지

학생의 첫 무대는 대학교 입학식에서 애국가를 부른 것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무대에서 노래하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이렇게 노래를 지속할 수 있게 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노래에 미쳐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영화 제의까지 받으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상태다.

최 총장은 또한 “끼를 발휘하게 되면 박수를 받기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형성된다”며 “(그러므로) 각자 끼를 찾아 노력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다.


편집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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