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의 편지] 송승현 기자

오는 9일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달이 된다. 촛불 염원은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이었다. 5.18행사장에서 흘린 눈물과 유가족을 포옹하던 일, 의전없이 버스를 타거나 기능직과 식사하고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을 요구하던 초반의 감동은 연이은 인사 실패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라는 정치상황도 개혁드라이브에 걸림돌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취임 두 달,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비뉴스 젊은 저널리스트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제언의 편지를 연재한다. (편집자)
▲ 송승현 기자

늦었지만 취임 축하드립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무엇인지 체험하는 요즘입니다. 겨우 두 달, 벌써부터 시작된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의 대통령님 때리기가 시작됐습니다. 모든 방해를 뚫고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제언을 대통령님께 올리고자 합니다.

대선 기간 동안 여러 우려들이 대통령님을 따라다녔습니다. 지금도 궁금합니다. 왜 국민들이 2016년 총선 당시 대통령님께서 하셨던 약속, “호남에서 지면 정치에서 은퇴하겠다”는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는지. 물론 정치인이 모든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호남 민심에 호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가능할 겁니다.

▲ 촛불민의는 적폐청산과 사회개혁이라는 시대과제를 현 정부에 부여했다. ⓒ Flickr

저에겐 대통령님께서 위기의 순간을 돌파하기 위해 ‘지키지 못할 감정의 호소’에 기대기라는 방책을 사용했다 읽힙니다. 저는 대통령님이 유독 ‘정공법’에 약하다는 점을 우려합니다. 송민순 회고록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당시의 국제적 상황과 국내적 상황을 고려해 기권하는 것이 국익에 합당했다고 판단했고, 우리의 입장을 북한에 전달한 것뿐”이라고 이야기 했으면 해결됐을 문제입니다. 그러나 대통령님께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며 논란을 덮는 방향으로 가셨습니다. 대통령님의 이런 대응은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취임 후 대통령님께서 보여주신 행보는 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상대편 후보의 멘토였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발탁해 재벌개혁 의지의 표명 하셨습니다. 비(非) 외무고시 출신인 강경화 UN특보를 외교부 장관에 지명하고 윤석열 검사를 서울지검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동안 관료 사회가 유지해온 카르텔을 돌파할 ‘정공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이 소위 ‘허니문’기간이라는 점, 전임 정부의 행태를 비교하며 얻는 ‘기저 효과’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대통령님이 보여주신 일련의 용단에 마냥 박수를 쳐줄 수만은 없습니다.

위기 상황은 곧 도래할 겁니다. 대통령님의 오랜 친구이자 참여 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길 바랍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혁 방안은 이상적이었음에도, 개혁이 실패한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 현실과 타협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재벌 개혁을 천명했던 노무현 정권에 삼성 출신 학자들이 많았다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을 ‘좌파 신자유주의자’로 비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편이어야만 했던 진보세력들조차 등을 돌리게 했습니다.

‘정공법’의 핵심은 지지자들을 믿고, 진보적 가치에 등을 돌리지 않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의 지지도는 인사 구설수에도 70% 후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의석수가 과반이 되지 않아 개혁 추진에 어려움을 겪으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그때 국정 운영 피로감으로 보수 세력과 타협하면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은 방향성을 잃게 됩니다.

▲ '정공법'의 핵심은 지지자들을 믿고 진보적 가치에 등을 돌리지 않는 것이다. ⓒ Flickr

‘협치’라는 단어에 너무 매달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사회의 정치 지형에서 협치는 상상에 지나지 않는 개념입니다. 다당제가 정착해 연정이 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는 10% 미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촛불 민심에서 나왔던 진보적 가치와 개혁의 의지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국민은 언제나 대통령님 편에 있을 겁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故 김기원 방송통신대학 교수의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시장만능주의인가’라는 논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자신들의 지지자였던 진보세력에게 시장만능주의자라는 딱지를 받게 된 이유를 잘 정리한 논문입니다. 국가 개조에 버금가는 개혁을 이끌어나갈 대통령님의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10년간 보수 정권 동안 국민은 어두운 터널에서 빛 한 점 찾기 힘들었습니다. 어두웠던 시대의 종지부를 찍은 촛불은 대통령님을 선택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대통령님께서는 반드시 성공하셔야 합니다. 보수 정권에게 모든 걸 빼앗긴 지난번 진보 정권과는 달리, 부디 확실한 ‘정공법’으로 개혁을 이뤄내시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도하겠습니다.

2017. 7. 5
송승현 드림


편집 :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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