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15기 대학언론인 캠프’

우산 준비를 못 한 ‘손님’들을 배려한 걸까? 30일부터 남부지방에 비를 뿌린 장마전선이 대학언론인 캠프가 열린 충북 제천 세명대에는 이틀간 궂은 모습을 보이지 않다. 국내 유일의 정규 저널리즘스쿨이 주최하는 대학언론인 캠프는 올 여름으로 15기를 맞았다. 전국에서 온 40명 예비언론인이 13개 강좌를 수강했다.

멀리 제주도에서 온 양영전(27⋅제주대 언론정보 졸) 씨는 저널리즘스쿨 후기1차 입학시험에 합격해 9월에 입학할 예정인데도 캠프에 참여했다. 그는 “실은 제주에서 유수 언론사 기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저널리즘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사표를 내고 캠프 입소와 입학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 캠프 첫날,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이 ‘세계 일류언론과 한국언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손준수

잘못된 언론인 충원⋅교육과정이 불신의 뿌리

“‘조중동’뿐 아니라 요즘은 ‘한경오’라는 또 하나의 혐오프레임이 떠돌고 있는데, 보수도 진보도 팩트 중심, 가치 중심의 보도가 아니라 진영논리에 사로잡힌 탓입니다. 언론인 중 상당수는 공부도 안 하면서 출입처나 취재원과 유착돼 불공정한 뉴스와 논평을 생산하는 반면 뉴스의 소비자에 머물던 독자와 시청자들은 뉴스와 논평의 비판자와 생산자로 진화했죠.”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은 캠프 개소식에서 “기성언론에 대한 불신이 특히 한국에서 심각한 것은 한국 언론의 충원⋅교육과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예비언론인들이) 한국 언론을 바꾸는 새 피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봉수 원장은 또 ‘무엇이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나’라는 기조강연에서 세계 일류언론과 한국 언론을 비교하며 한국언론의 혁신과제들을 제시했다.

이어 캠프생들은 이른 저녁을 먹은 뒤 이상요 교수의 ‘영상 저널리스트 Key-Finding’ 강의를 들었다. 다큐멘터리 <차마고도>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한 KBS PD 출신 이 교수는 과거 인류의 진화와 발전에 있어 가장 큰 요인은 언어 사용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스크린이 언어를 대체하는 소통수단이 되었다고 말했다. 기술을 가지고 세계를 형성하고 주도해 나가는 세력인 ‘테크놀러주아지(technologeois)’의 등장과 이들로 인한 액정 민주주의 사회가 도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저널리즘 영역으로 진로를 잡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근본에 해당하는 영상 공부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 제정임 교수의 튜토리얼에 참석한 학생들. © 손준수

제정임 교수는 ‘시사현안 100분 토론’ 강의를 시작하며 기자와 PD의 기본 자질로 ‘적극성’을 꼽았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글이나 말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저절로 되기보다 훈련을 통해서 향상될 수 있는 자질이다. 기자와 PD가 할 일은 사회적 논의가 꼭 필요한 문제를 보도하는 것이다. 적절한 의제설정은 사회적 토론을 가능케 하고 그 속에서 적절한 해결 방안이 도출되어 사회 발전의 토대가 된다.

제 교수는 ‘의제설정’ 훈련 방식을 캠프 참가자들에게 제시했다. 첫째는 생각의 재료 축적 과정으로 현안에 대한 기사 스크랩과 독서로 내용을 숙지하고 자기 의견을 적립하는 단계다. 둘째는 토론과 숙고 단계로 재료 축적 과정에서 적립한 의견에 허점은 없는지, 논리적 허점을 어떻게 방어하고 보완할 것인지 정리하는 단계다. 셋째는 시사 현안을 가슴으로 생각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단계다. 나의 문제이자 내 가족, 애인의 문제일 수도 있기에 숙고하라는 것이다. 네 번째로 지금까지 수집한 찬반 양론을 바탕으로 나만의 주장을 도출하고 마지막은 글쓰기 단계로 이어진다.

▲ 이상요 교수와 캠프 참가자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 손준수

외신기사 작성법과 연계한 토익 강의

네 번째 강의는 강동훈 저널리즘연구원의 ‘공신력 있는 외신기사 작성법’과 토익 강의로 이어졌다. 그는 “믿을 만한 매체를 찾아 읽어야 한다”며 예비언론인들에게 영국의 <BBC>와 <가디언>을 추천했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마이클 잭슨의 부고 기사를 읽고 외신에 관심이 생겼다”며 국내신문이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유혹하는 사례들을 비판했다. 류수현(28·안동대 생약자원) 씨는 “일반 토익 학원과는 다르게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 언론인이 되기 위한 영어 공부 방법을 배웠다”며 “외신 번역을 어떻게 하는지 팁을 알고 간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예비언론인 캠프 첫날 강의를 모두 마치고 열린 치맥 파티에서 참가자가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 손준수
▲ 장해랑 교수가 PD스튜디오에 프롬프터를 선보이고 있다. © 손준수

K팝스타와 슈퍼스타K의 차이점은?

이튿날 첫 수업은 장해랑 교수의 ‘PD는 기획으로 말한다’로 시작됐다. 그는 “PD는 결국 세상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며 그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PD가 되려는 캠프생들에게 ‘메모하기, 기획안 작성하기, 모니터링 하기’ 세 가지를 당부했다. PD 지망생 박미래(27·경북대 신문방송 졸) 씨는 ’K팝 스타와 슈퍼스타 K’의 차이점을 묻는 장 교수의 질문에 “심사위원들 자리 배치가 출연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연출한다”고 답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 강의에서 ‘IRE’라는 단어를 소개했다. 미국탐사보도협회(IRE, 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의 약어 ‘IRE’는 분노와 노여움을 뜻하는 단어다. 김 대표는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는 사회 각계의 부패나 공적 시스템의 오남용에 분노를 느껴야 하며, 분노가 이런 취재를 하는 동기가 된다”며 “아주 냉정한 분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캠프 참가자들이 김용진 대표의 ‘세상을 바꾸는 힘 탐사보도’ 강의를 듣고 있다. © 이민호

김 대표는 한국 언론의 탐사보도 사례로 <뉴스타파>의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꼽았다. 그는 “저널리스트들은 오랜 세월 사육사가 던져주는 정보의 편린을 받아먹으며 사육되는 동물원의 동물과 같았다”며 “정부와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는 그쪽 입장이 담길 수밖에 없으므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저널리즘을 위해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예비언론인 캠프 수료식에서 이봉수 원장이 배윤(26·서울대 언어 졸) 씨와 송별의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이민호
▲ 캠프 참가자들과 교수들이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 이민호

공상 아닌 실질적인 고민을 한 시간

나종인(25·한양대 영미언어문화) 씨는 “주변 사람들이 언론에 관심이 없어서 돌연변이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며 “캠프는 언론에 대한 생각이 공상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고민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조승진(27·제주대 사회교육) 씨는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무게를 견딜 만한 사람인지 고민을 심화하는 계기였다”며 “기자는 있어야 하는 세상을 위해, 있는 세상을 그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방송국 3차 카메라 테스트에 불합격한 경험 때문에 방송리포팅 수업이 특히 좋았다고 밝혔다.


편집 : 안형기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