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V앱’과 ‘딩고’로 본 새로운 미디어와 문화

지난 3월 27일 걸그룹 ‘걸스데이’가 1년 8개월의 공백을 깨고 신곡을 공개했다. 걸스데이는 음원사이트와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가 녹슬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걸스데이는 V앱(2015년 네이버에서 출시한 연예인 LIVE/VOD 영상 서비스)에서 신곡 무대를 최초로 공개하며, 신곡 <i'll be yours>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걸스데이는 왜 텔레비전 방송이 아닌 웹에서 먼저 신곡 무대를 공개했을까?

▲ V앱을 이용해 컴백 쇼케이스를 생중계한 트와이스 공연장면. Ⓒ 네이버 V앱 갈무리

걸그룹, 주말 아닌 월요일에 컴백

그동안 아이돌 그룹의 컴백무대는 지상파와 케이블의 음악방송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특별히 컴백기념 콘서트나 쇼케이스, 팬클럽행사가 아닌 이상 TV를 통한 컴백무대는 당연시됐다. 음악방송이 주말에 몰려있기 때문에 가수들도 방송일정에 맞춰 신곡 앨범을 발매했다.

팬들은 주말 방송사 앞에서 긴 줄을 서서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를 관람해야했다. 가수들은 방송에 출연해 신곡을 2곡 이상 부르며, 새 앨범의 콘셉트를 소개했다. 방송사는 화려하게 무대를 설치하며 컴백을 도왔고 기획사도 신중을 기했다.

지금도 부분적으론 기존 방식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월요일에 컴백하는 게 다수가 됐다. 인터넷방송이 활발해지고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7월에 출시한 네이버의 ‘V앱’은 수년간 내려오던 가수들의 컴백방식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생방송 시간을 미리 공지하고 진행하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 때문에 대중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신곡에 대한 반응도 바로 알 수 있어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네이버가 만든 동영상 서비스여서 포털 상단에 배치되기 때문에 홍보 효과를 누리는 장점이 있다.

연예인은 V앱을 이용해 개인방송이나 행사생중계도 할 수 있다. 연예인만 출연하기 때문에 아프리카TV나 유튜브처럼 일반인이 진행하는 인터넷방송과는 차이가 있다. 아프리카TV는 유료서비스인 ‘별풍선’을 보내 BJ와 소통한다면, V앱은 돈을 내면 스타의 스페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게 다른 점이다.

▲ 지난 3월 27일에 V앱을 통해 컴백한 걸스데이. Ⓒ 네이버 V앱 갈무리

연예인들은 V앱의 개인 채널을 통해 신곡홍보나 예능프로그램, 생일파티, 근황 토크 등을 전하며 팬들과의 소통창구로 활용한다. 이전에는 팬들이 일방적으로 스타에게 관심을 줬다면, 이제는 스타가 팬들의 사랑에 실시간으로 보답할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TV 본방사수가 줄고 스마트폰 활용이 늘어난 디지털 환경의 변화도 V앱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V앱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자막이 제공돼 해외 팬들과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의 제한이 없다. 지난 2월 ‘가온차트 뮤직 어워즈’ 생중계는 420만 명이 시청해 V앱의 영향력과 인기를 증명했다.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츠와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방송이 TV를 넘는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 등장이 문화를 바꾼다

신곡을 공개한 가수나 영화를 새로 개봉한 배우들은 홍보 활동을 위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최근 주목할 변화가 생겼다. 연예인들이 SNS만을 위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월 말에 컴백한 걸그룹 러블리즈는 대표적인 SNS 콘텐츠 제작업체 ‘딩고(dingo)’에 나와 신곡을 홍보했다. ‘딩고’는 라이프 스타일 그룹 메이크어스가 만든 미디어로 여행, 음악, 음식, 뷰티 등 소셜 모바일 콘텐츠를 제작한다. 러블리즈는 ‘딩고 푸드’에 출연해 음식을 만들며 신곡을 소개하기도 하고, ‘딩고 뮤직’에 나와 ‘ASMR(자율감각쾌락반응, 뇌를 자극하여 안정을 주는 소리)’를 이용하여 신곡을 부르기도 했다. 작년만 해도 SNS 콘텐츠에 연예인이 출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딩고’는 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출연할 정도로 이제는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매체가 되었다.

▲ ‘딩고푸드’에 출연한 러블리즈. Ⓒ 딩고푸드 유튜브 갈무리

이제 우리나라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는 대부분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유통된다. ‘딩고’가 운영하는 채널의 전체 구독자 수는 2,700만 명에 달한다. ‘딩고’의 구독자 수는 국내 최대의 포털인 네이버에 콘텐츠를 유통하지 않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딩고’처럼 콘텐츠의 인기로 하나의 매체가 되는 건 누구나 가능하다. 일반인들도 웹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된다면 큰 자본이 없이 참신한 콘텐츠를 생산해 많은 팔로워를 모은다면,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라는 말을 남긴 캐나다의 미디어 이론가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가 문화를 통제한다고 주장했다. 매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설명한다.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들이 주요매체가 되어 대중문화를 이끌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해보자.


편집: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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