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강지원 변호사

“김영란법에 제일 반대한 부처가 어딘지 아세요? 바로 검찰, 법무부입니다. 맨날 술 얻어먹고 다녔는지, 돈봉투 받고 다녔는지...” 

검사 출신인 강지원(68) 변호사가 23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아내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기초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추진과정의 뒷얘기를 털어놓았다.

평소 “자식들 취업 청탁을 습관처럼 하는 사회를 바꿔야한다”는 등의 ‘밥상 위 대화’를 포함, 법안을 놓고 토론을 많이 했다는 그는 김 전 대법관이 “이 법이 통과된다면 기적”이라고 할 만큼 각계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회고했다. 강 변호사는 “특히 (법질서를 세워야 할) 검찰, 법무부가 (부패가 만연한) 사회 현상에 대해 개혁적 발상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부정한 돈을) 받지 않으려 해도 안 받으면 원수가 될까봐 거절하지 못하는 풍토가 있었는데, 이 법은 안 받을 핑계를 댈 수 있는 핑계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회통과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환호 

▲ 김영란법 추진과정의 어려움과 법안 통과의 기쁨, ‘반쪼가리’의 아쉬움 등을 말하는 강지원 변호사. ⓒ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그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순간 김 전 대법관과 함께 “기적이 일어났다”고 반색했지만, 이해충돌방지조항이 빠진 상태여서 ‘반쪼가리’라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장관이 자기 부처에 자녀를 채용하거나 국회의원이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쓰는 등의 ‘이해충돌행위’를 막는 조항이 당초 김영란법에 있었으나 국회논의 과정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또 시행령 등 세부 내용에서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의 강연료 상한선을 각각 40만원과 100만원으로 차등화한 것은 위헌소송감”이라며 “이 조항을 포함해 합리적으로 손 봐야 할 부분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상한선을 정한 ‘3·5·10’ 규정으로 인해 한우와 화훼농가 등이 피해를 볼 게 뻔한 데도 정부가 법 시행 전에 지원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사법고시를 수석합격한 후 24년간 검사생활을 했던 그는 지난 2002년 검사장 승진을 앞두고 사표를 던지면서 “정치검사는 물러가라”고 쓴 소리를 한 일도 있다. 당시 검사들이 청와대 눈치만 보고, 청와대(비서실)로 승진할 생각만 하는 등 ‘정치검찰’의 폐해가 두드러지자, 정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이 꼴찌를 차지할 만큼 국민 비판이 비등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또 최근에도 떡값검사, 벤츠검사, 스폰서검사 등의 신조어가 생길 만큼 부패검사들의 추문이 이어진 것에 대해 “돈, 권력, 치열한 경쟁이 (검사들을) 오염시키고 타락시켰다”며 “검사들이 이런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탄핵 교훈 얻어야 할 대선, 철저한 ‘정책경쟁’으로

▲ 강 변호사는 언론이 후보들의 정책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당부하면서, “대통령 탄핵사태의 교훈은 선거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정책중심선거를 표방하는 매니페스토운동을 이끌다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 직접 출마하기도 했던 강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느냐”며 “19대 대선은 철저한 정책중심 경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가서 어묵 먹으며 사진 찍고, 유세차와 운동원 동원해서 길거리 유세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며 “후보들은 지금부터 매일 한 건씩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고 TV등에 나와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는 “특히 언론은 각 후보의 정책을 매일매일 철저히 비교하고 검증해 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국민들은 후보가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말하는 것인지, 저 후보가 당선되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시공부 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

▲ 청소년, 청년구직자, 인생 2막을 고민하는 중노년 등 모두가 ‘타고난 적성 찾기’로 ‘마이 웨이’를 걷는 것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강지원 변호사. ⓒ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갈무리

강 변호사는 고시를 치르고 검사가 된 후 “도둑, 사기꾼, 깡패 등 범죄피의자들을 대상으로 ‘했어? 안 했어?’를 무한 반복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며 “고시공부 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오히려 소년범 업무를 맡은 것을 계기로 비행청소년을 선도하고 보호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발견한 후 관련 업무만 쫓아 다녔고, 그로 인해 가치관이 달라지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대기업 혹은 보수가 좋은 ‘일자리’에 집착하지 말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적성에 맞는 일거리를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보고 다양한 체험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부모들은 아이의 적성과 무관하게 공부 잘 할 것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변호사는 직장에서의 은퇴 등 ‘인생 2막’을 맞이하는 중노년층 역시 젊었을 때 하고 싶었지만 포기한 일, 과거에 한 일 중 보람 있었던 일 등을 찬찬히 되돌아보고 자신의 진정한 적성을 찾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방송 SBSCNBC는 지난 3월 16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세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을 싣는다. (편집자)

*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852450

편집 : 강민혜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