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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피난처

기사승인 2017.03.13  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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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인문산책] 태극기

   
▲ 유선희 기자

태극기는 마음의 난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환히 웃으며 태극기를 흔들 때. TV를 통해 응원단이 한마음이 되어 흔드는 태극기를 바라볼 때 자랑스럽다. 가슴 벅찬 감동까지 밀려온다.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그 얼마 전부터 촛불집회에 맞선 친박집회에 참석자들이 태극기를 흔들었다. 미디어는 이를 ‘태극기 집회’라 불렀다. 서울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어지럽게 흩날리던 태극기를 보면 난로는 무슨. 눈살만 찌푸렸다.

‘빨갱이를 몰아내자’, ‘계엄령 선포’ 등 어마어마한 단어를 뱉는 그들은 태극기를 들지 않은, 즉 자신들의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다. 촛불집회 참가자, 행인, 취재진 가릴 것 없다. 광화문 광장에 장사 하러 온 사람들도 그들에겐 종북이다. 정의롭지 않은 권력을 두둔하며 ‘애국’이라는 말을 꺼낸다. 손에서 영혼 없이 흔들리는 태극기는 그래서 들려져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행위를 애국으로 정당화하는. 그들만의 지도자들은 태극기 앞에서 열변을 토해낸다. 백의민족 역사상 둘도 없는 애국자 같지만 속은 까맣다.

그들의 스피커에서는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말이 쏟아져 나온다. 마이크를 쥔 이들은 공포와 두려움을 이용해 종북 매카시즘을 만들어 내고 자신도 그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전달받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종북이란 혐의를 벗기 위해 더욱 격렬히 태극기를 흔든다. 애국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목청 높여 촛불 좌파 척결을 외친다. 태극기로 옷을 만들고, 국적 모를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는다. 가끔은 죽창과 쇠파이프도 보인다. 거기에 살벌한 언행까지 더해지니 마치 전쟁이라도 벌어진 것 같다. 그들에게 촛불이란 척결해야 할 북한의 잔당쯤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회원들은 성조기와 죽창을 들고 '탄핵 기각', '계엄령 선포' 등을 외쳤다. Ⓒ MBC 뉴스 화면 갈무리

촛불은 억울하다. 애국하기 위해 등장한 촛불인데 ‘가짜 애국’의 등장에 울화가 치민다.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주 연령층이 중장년층이다 보니 혐오 문제가 불거진다. ‘틀딱’이라는 신조어다. ‘틀니를 딱딱거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촛불과 태극기의 갈등은 선동과 거짓으로 쌓아 올린 논리가 무너질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단순히 탄핵 찬성이나 반대의 집회가 아니다. 방향 잃은 이념 갈등으로까지 골이 깊어진다. 놀라운 것은 태극기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성조기다.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서 애국을 논하는 사람들이 미국 국기는 왜 들고 있는가? 논리도, 애국도 없다. 옷차림 어딘가에 붙어있는 태극기만 서럽다.

애국에 대한 새뮤얼 존슨 박사의 정의가 떠오른다. ‘애국심은 악당의 마지막 피난처’. 물론 애국을 강조한다고 모두가 악당은 아니다. 하지만 ‘애국’ 외침에 스민 ‘가짜 애국’의 물증을 분별해 내는 능력은 위장 애국세력의 알리바이를 무력화시키는 유력한 수단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종북 빨갱이 매카시즘’에 시달린 사회에서 가짜 애국의 망령을 몰아내는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갈등의 골을 메우는 화합 사회를 위해 더 인내하고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민수아 기자

유선희 기자 choms3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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