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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는 위선 지고, 감춰진 진실 떠라”

기사승인 2017.01.08  20: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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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세월호 진상규명 광화문 촛불집회

연중 가장 춥다는 소한 추위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였다. 시민들의 옷차림도 이전 집회 때보다 가벼워 보였다. 반대로 시민 표정에는 어둠이 짙게 배었다. 참사 1000일을 맞았지만, 아직 선체는 물론 진실마저 캄캄한 바닷속에서 떠오를 줄 몰라서일까. 지난 7일, 광화문 광장의 2017년 새해 첫 촛불집회는 세월호에 책임 있는 권력과 위선은 내려오고 진실은 떠오르게 하자는 시민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 오후 4시부터 광화문 광장은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신혜연

오후 5시

행사 시작 전부터 세월호 천막이 자리한 광화문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 앉은 김외정(48, 경기 광주시)씨는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정부 대응에 화가 나) 집에 있기 어려웠다"며 "인터넷상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자꾸 떠돌아다니는데, 진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장 건너편에 자녀들과 함께 앉아있던 이기정(50, 전남 순천)씨도 "용산에서 지하철만 세 번 갈아타고 왔다"며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 광화문 광장 정중앙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수만큼 구명조끼가 늘어서 있다. ⓒ신혜연

이런 열망을 품고 참석하는 시민들을 안내하기 위해 거리 곳곳에는 형광조끼를 입은 자원봉사단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처음 자원봉사에 나섰다는 김재원(22, 서대문구)씨는 "봉사를 통해 촛불 현장에 참여하는 것도 이런 시국에 임하는 시민의 자세일 것 같았다"며 자못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천일이나 지났는데 밝혀진 게 없어 답답하다"면서도 질서유지에 여념이 없다. 일반 시민이나 자원봉사자나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자는 마음은 하나였다.

5시 30분

행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아직도 인양되지 못한 9명의 희생자 가운데 허다윤 학생의 아버지 허흥환씨가 무대에 올랐다. 허 씨는 미수습 희생자 9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절규하듯 불렀다. "세월호 인양이 필요합니다." 숙연해진 시민들은 촛불을 들어 올리며 절박한 심정으로 화답했다.

   
▲ 본격적인 행사 시작에 앞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묵념 중인 한 시민. ⓒ신혜연

6시

촛불집회 주최 측이 준비한 세월호 관련 영상이 흘렀다. 시민들은 3년 전 그날의 아픔이 되살아 난 듯 눈시울을 붉히거나 마른 침을 삼키며 영상을 지켜봤다. 구조를 외면한 채 침몰하는 배 주변만 맴도는 관계자들의 모습은 왜 세월호 침몰 진상규명이 필요한지 그 당위성을 확인시켜줬다.

세월호 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고, 마침내,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공개 집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생존 학생들은 친구들을 잃은 슬픔을 억누른 채 담담하게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북에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글들이 잔뜩 올라옵니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밤을 새우기도 하고, 꿈에 나와 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는 너희들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나중에 너희들을 만나는 날이 올 때 우리들을 잊지 말고 18살 그 시절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무대 아래 곳곳에서 시민들은 연실 눈가를 훔쳤다. 기념영상을 통해 이미 붉어진 눈시울에서 굵고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 한 시민이 단원고 학생들의 과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혜연

6시 30분 

어둠이 짙어지면서 체감온도가 뚝 떨어졌다. 김대진(가명, 26, 관악구)씨는 벌써 8번째 촛불집회에 나왔다. "너무 추워요. 문제가 빨리 좀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그의 바람대로 정초부터 찬바람을 맞으며 촛불을 밝히는 시민들의 마음은 하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희생된 꽃다운 영혼들 앞에 우리 사회가 떳떳해 질 수 있는 것.

   
▲ 촛불을 들어 올리는 시민들. ⓒ신혜연

이를 증명하듯 세월호 분향소 앞에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줄이 끝없이 늘어섰다. 분양소 옆에서 재생되는 단원고 학생들 영상을 보며 시민들은 다시 한번 눈시울을 적신다. 짧게는 3분에서 길에는 5분이 넘도록,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시민들의 추모는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절박해 보였다.

   
▲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다. ⓒ신혜연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세월호’하면 떠오르는 색을 자유롭게 칠해주세요.” 서울대 동양화과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예지(24)씨가 작은 프로젝트를 펼친다. 촛불집회에서 느낀 감정을 시민들이 작은 조각에 색으로 표현하면, 이를 모아 큰 작품으로 빚을 예정이다. 그 뜻이 좋아 보여 손바닥만 한 종이 위에 노란색과 까만색을 두 줄로 칠해 줬다. 시민들이 밝힌 촛불이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7시

가수 이상은씨의 노래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선율에 시민들이 열띤 호응을 보냈다. 공연 뒤에 촛불 소등 행사가 펼쳐졌다. 진실을 감춘 채 어둠 저 너머에 몸을 숨긴 관련자들에게 보내는 시민들의 경고.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진상이 환히 밝혀지길 기대하는 희망을 담았다.

"안산 단원구에서 왔어요. 촛불집회에는 계속 참여하고 있어요. 제 나이 또래가 세월호 세대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진상규명은 꼭 됐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노란 피켓을 든 전우중(21, 경기 안산시)씨의 말이다. 천홍권(36, 구로구)씨는 조속한 인양을 첫 과제로 꼽았다. “세월호 사건 생각하면 온 국민이 다 가슴 아프고 힘들잖아요. 최대한 빨리 인양했으면 좋겠어요.”

   
▲ 오후 8시,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 ⓒ신혜연

광장의 시민들은 소등 행사를 마치고 자리를 떠 북촌 헌법재판소 앞과 청운동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을 펼쳤다. 행진 대열이 떠난 후에도 세월호 진상규명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노란 촛불은 캄캄한 광화문 광장을 밤새도록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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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박경배 기자

신혜연 기자 s019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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