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문산책] 촛불

▲ 송승현 기자

이재명 성남 시장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주자 지지율(6~8일 기준)을 보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20%)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한 18%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 상승 요인이 ‘영남 청장년층의 30% 유입’이라는 점. 즉, 이재명 시장의 약진은 민주당의 외연확장이 아닌 여야를 포괄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심리가 뚜렷하다. 트럼프 후보의 깜짝 당선을 ‘반(反) 기성 정치인’에 대한 선호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한국 사회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졌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의 저자 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는 대의민주주의 선출직 정치인의 정당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다. 첫째, 갈수록 투표율이 줄어드는 현상. 둘째, 지지기반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단기적 지지만 있다는 점. 셋째, 정당이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꼽힌다는 것이 그 이유다. 우리의 경우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제도에서 승자독식과 지역주의가 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선출직 공직자에게 ‘민의를 대표한다’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국민은 촛불을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소망했다. ⓒ 박기완

정당성 상실은 국민의 정치불신으로 이어진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소다. 야당시절에는 국가 개혁의 로드맵이 없어, 반대만 되풀이한다. 집권당이 돼도 로드맵이 없으니 권력의 단맛에 취하다가 다시 야당으로 돌아간다. 87년 민주화 이후 30년째 되풀이 되는 한국 정치현상이다. 이 같은 구조적 원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해법 제시는 전무한 상태다. 박근 혜정부와 공동책임을 질 여당은 그렇다 쳐도 야당 역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판결과 그에 앞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칠 뿐이다. 촛불민심에 담긴 국민주권을 실현할 정책마련과 선거제도 개정, 헌법 개정 등에서 알맹이가 없다. 덜컥 거리는 빈 수레 소리만 공허하게 울린다.

문학평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문학을 “사회적 모순의 상징적 해결”이라고 본다. 이는 문학에서 멈추지 않는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다. 대중문화는 일반 국민의 현실 속 ‘소망의 거울’에 가깝다.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나오는 ‘소망의 거울’말이다. 해리는 그곳에서 부모와 함께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았는가.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 촛불집회는 소망을 담아냈다. 촛불로 탄핵안 가결의 소망을 이뤄낸 국민, ‘국민소환제’, ‘국민발의제’, ‘배심재판확대’처럼 주권재민을 실현시킬 법적 제도적 개혁의 공을 정치권에 넘겼다. 정치권이 답할 차례다. 대선은 그 다음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곽호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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