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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도 지워지는 ‘여성청년’

기사승인 2016.12.17  14: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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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사전] '광장'

   
▲ 박찬이 기자

먼저 ‘여성청년’이라 명명한 이유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여성을 지우고, 여성이라는 단어는 청년이나 다른 사회인을 지우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언어적으로 여성이나 청년 모두를 살리는 방법은 어색한 조어밖에 없다.

광장에서 여성청년은 자신을 지운다. 인파 속에 묻히거나 여성임이 드러나는 시위 현장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린다. 일제강점기 3.1운동도 그렇지는 않았다. 민중총궐기는 여성집회를 청년집회나 다른 집회와 구별해 구역을 나눴다. 여성문제와 청년 문제는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혹자는 여성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은 탓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목소리를 내는 것은 고사하고 여성청년으로서는 살아남는 게 다행인 상황이다. 길거리에서 ‘여성청년’이 지나갈 때 성추행하고 희롱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과 일터와 가정에서도 성폭력 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게 행동하거나 선량하게 살아도 여성청년의 신체적 자유는 지켜지지 않는다.

   
▲ 이대 학생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시위하는 모습. ⓒ YTN 뉴스 갈무리

헌법에서 자유권 중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신체의 자유다. 신체적 자유가 지켜질 때 다른 자유도 누릴 수 있기에 고문과 체포, 구속은 법에서 엄격하게 절차를 만들어 놓았다. 신체적 위협이 상존하는데 자기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누릴 수는 없다. 여성청년들은 억압된 분노를 인터넷에서 안전하게 분출한다, 급진적인 ‘메갈리안’ 페미니즘 운동처럼.

게다가 여성청년은 경제적 자유도 제약된다. 같은 일을 하는 여성 임금은 남성의 60%에 불과하다. 전체 여성 40%가 비정규직 근로자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경력이 쌓여도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다. 시급이나 주급 또는 기껏해야 고정된 월급을 받는 서비스업,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일자리에 내몰린다. 정규직 취업 시장에서 여성청년은 조직적응력이 부족하다든가 경쟁력이 없다고 치부된다. 이런 상황에서 빈곤은 남성청년보다는 여성청년과 더 가깝다.

그런데 여성청년은 적극적으로 빈곤을 지운다. 저렴한 공동구매 옷과 화장품으로 빈곤을 가린다. 또 빈곤을 인권과 바꾼다. 성매매가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빈곤 여성이 사회에서 살아갈 유일한 길은 성매매라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한다. 성매매는 성매매자가 원인이 아니라 성 구매자가 먼저다. 성매매 금지를 강력하게 하고, 빈곤 여성청년에게 성매매 말고 다른 일자리를 선택하도록 정부가 유도하고 마련하지 않는 한 성매매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여성청년들이 연대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을 사회가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금은 신문방송이나 인터넷에서 분노를 표출하고 집회에 참석하는 일 말고 방법이 없다. 이런 방법은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있고 목소리를 내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청년 문제 절반을 해결할 방법이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신혜연 기자

 

박찬이 기자 sidedishee@gmail.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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