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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인 국민만이 난세의 영웅이다

기사승인 2016.12.11  14: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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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인문산책] 촛불집회

   
▲ 김평화 기자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명량>. 2014년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올리며 누적 관객 수 1,700만 명을 넘었다. 한국 역대 관객 1위다. 근래 관객 수 1천만 돌파가 잦아졌다지만 아직도 넘보지 못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에 비해 과한 관심을 받았다고 꼬집는다. ‘이순신’이라는 소재의 후광이 본질을 가렸다는 평가다. 당시 국민 정서와 영화가 맞물리면서 흥행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그해 4월은 세월호 사고로 전 국민이 무력감과 좌절, 분노를 겪을 때다. 국가 재난 앞에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현실에 국민은 이순신 같은 헌신적인 영웅을 바랐을지도 모른다.

최근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민은 또다시 허무와 수치, 절망에 빠졌다. ‘이게 나라냐’는 질문을 던지며 매주 토요일 광화문을 찾는다. 시트콤보다 흥미로운 시국이라는 냉소적인 평가 속에 국민은 드라마를 챙겨보듯 뉴스와 청문회에 시선을 둔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정책들은 최순실이라는 조각을 만나면 퍼즐이 맞춰진다. “이러려고 세금 냈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는 성토가 빗발친다. 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하는 이도 많다. 집권 당시 보인 그의 서민적 행보, 진정성 담긴 발언들이 다시 주목받는다. 그를 영화화한 ‘변호인’이 다시 회자되는 것도 민심을 대변하는 정치를 갈망하는 욕구의 반영이다.

영국 정치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대의정부론>에서 능력 있는 소수가 대중을 대표하는 대의민주주의를 구상한다. 대중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직접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밀은 정보가 많지 않은 대중이 범할 수 있는 포퓰리즘 행보를 민주주의 위협으로 봤다. 직접민주주의 모태인 그리스 아고라에 일부 선동가가 등장해 공공선에 맞지 않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예다. B.C 5세기 민주주의 학교로 불리며 절정의 번영을 구가하던 아테네가 몰락한 원인이 중우정치(衆愚政治)라는 분석에 동조한 것일까. 밀은 ‘이상적인 정치체제’의 해답을 대중이 아닌 소수의 엘리트에게서 찾았다. 플라톤식 언어로 바꿔 말하면 ‘철인(哲人)정치’만이 정치의 모범답안이라는 결론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현 시국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이를 타개할 역사발전의 동력을 메시아와도 같은 초인(超人)에서 찾는다. 갈등과 분열, 혼란의 난세일수록 영웅을 간절히 원하는 대중의 희망을 드러내 준다. 물론 일반 대중보다 능력 있는 소수 엘리트에게 의존해 해결책을 구하는 일이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문제는 소수 엘리트가 슈퍼맨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 속 영웅이 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이다. 그들은 배트맨도, 아이언맨도, 철인도 아니다. 이기적 선택에 익숙한 인간에 불과하다. 언제까지 하늘에서 영웅이 떨어지길 손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가.

   

▲ 사람들은 사회 위기 속에서 영웅을 기대한다. 모든 문제와 갈등을 일시에 해결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라는 데 비극이 존재한다. ⓒ pixabay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인 정치체제가 작동한다면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야 하지만 지금은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뒤집혔다. 밀이 현 세태를 본다면 말을 바꾸지 않을까? ‘소수 엘리트는 공공선이 아닌 사적 이익을 좇을 뿐이다’라고.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밝힌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철옹성에서 헌법을 짓밟고 있지만, 수백만 명의 촛불 민심은 광장의 언 땅으로 나와 헌법의 정의를 맨몸으로 실천 중이다. 주권자인 국민만이 난세 영웅의 자격을 갖는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민수아 기자

김평화 기자 hot_forever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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