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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맥 사회와 싱글 대통령의 역설

기사승인 2016.12.09  19: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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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인문산책] 국정농단

   
▲ 민수아 기자

한국의 기득권은 결혼으로 얽혀있다. 시사 평론가 소종섭은 <한국을 움직이는 혼맥·금맥>을 펴내며 정계·재계·언론계·법조계 등 우리 사회 권력층 내부에 잠식한 혼맥 문화를 파헤쳤다. ‘통혼(通婚) 경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혼맥이 화려한 LG 그룹부터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을 매개로 이어진 조선·동아·중앙일보의 사례까지… 대한민국의 권력층은 한두 다리 건너면 혼맥이 닿는다. 혼맥의 ‘끼리끼리 문화’는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불평등을 강화하고 사회적 이동성을 약화시킨다.

고려의 시조 왕건도 혼맥을 이용해 정치를 폈다. 숱한 정략결혼으로 그는 29명이나 되는 부인을 맞아 34명의 자식을 두었다. 개성 출신으로 세력 기반이 비교적 미약했던 왕건. 각지에 할거하던 호족들을 혼맥으로 묶어 ‘호족대연합’ 정권을 탄생시켰다. 태조는 지방의 유력한 호족들과 혼인 동맹을 맺고, 훗날 왕위에 오를지도 모르는 미래의 손자를 미끼로 그들의 충성을 끌어냈다. 하지만 그의 혼맥 정치는 세력 기반을 탄탄하게 만드는 수단인 동시에 왕위 다툼의 신호탄이었다. 왕건이 죽은 후에는 왕위를 노린 갈등이 한동안 그치지 않았고, 유력한 호족들이 왕권을 넘보며 숱한 살상극을 낳았다.

   
▲ 왕건은 각 지방의 유력한 호족들과 혼인으로 동맹을 맺었다. ⓒ KBS <역사저널 그날> 화면 갈무리

박근혜는 ‘나라와 결혼했다’고 말한 대통령이었다. 마약 복용과 일본 과거사 망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남동생, 여동생과는 거리를 멀리하면서 ‘적어도 가족 관련 비리는 없겠다’는 모종의 안심을 준 것도 사실이다. 비리를 저지를 배우자와 자식이 없다는 사실에 지나치게 안도한 것일까? 대통령이 ‘어려울 때 도움을 준 동생’의 꼭두각시로 각종 불법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국민을 더욱 분노케 만들었다.

싱글 대통령은 적어도 혼맥으로 얽힌 부정적 결과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혼맥의 ‘끼리끼리 문화’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할 배우자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모의 권력을 뒷배로 비리를 저지르거나 뒤를 봐줘야 하는 자녀도 없으니 금상첨화다. 결혼했지만 자식이 없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그렇다. 메르켈과 같이 일했던 대통령 불프는 2012년 자식 관련 비리로 사임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청와대에서 싱글 대통령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어렸을 때 도움을 준 동생’과 그 주변 인물들의 불법이 판을 쳤다. 그 어떤 역사적·사회과학적 지식을 동원해도 그들의 부조리한 국정농단을 설명하기 어렵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전 세계인이 아는 사이가 된다는 ‘케빈 베이컨의 법칙’까지 경계하기에는 세상의 지식이 너무나도 아깝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김민주 기자

민수아 기자 sooahmin09@gmail.com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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