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세명대 총학생회, 학교 인근 원룸가격 인하 요구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세명대학교. 학교 주변으로 불합리한 원룸 임대료를 시정하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띈다. 원룸 임대료에 대한 학생들 불만이 불거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명대 학생들의 경우만 해도 이미 지난해부터 불합리한 가격에 대한 시정요구가 시작됐다. 하지만 원룸 임대업자들과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급기야 총학생회가 나서 성명서를 발표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역부족이다.

▲ 지난 10월 26일, 세명대 총학생회가 제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인근 원룸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 KBS <뉴스5> 갈무리

학교 앞 원룸 무조건 10개월 선금

학생들이 억울해하는 첫 번째 시정 요구사항은 10개월 선불 계약. 세명대학교 주변 원룸 임대는 거의 대부분 10개월 단위다. 시설의 노후 정도에 따라 가격은 320만 원부터 520만 원까지다. 이 큰돈을 원룸에 들어가면서 한 번에 내는 건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10개월 계약이지만, 방학을 제하면 실제 학생들이 원룸에 머무는 기간은 7, 8개월 정도다. 방학 때는 대개 집으로 가거나 타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이다. 남학생들의 경우 10개월 계약 기간 도중 군대에 가는 일도 있다.

세명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7, 8개월 머물며 10개월 선 임대료를 내는 것도 문제인데다 중도 해지 환불금은 아예 없어 학생들이 직접 새입주자를 찾아 싼 값에 방을 재임대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청주지역보다 비싼 임대료

두 번째 요구사항은 비싼 임대료 인하. 학생들은 세명대 주변 원룸 임대료가 타 지역 대학촌에 비해 비싸다고 주장한다.

세명대 총학생회 측은 “청주에 있는 충북대학교 앞 원룸 임대료는 20만원~35만원 정도인데 제천은 평균 40만원 선으로 턱없이 비싸다”고 말한다. 제천이 청주보다 물가가 더 싼데도 말이다.

이렇게 원룸가격이 비싸다 보니 학생들이 버스로 통학하며 하루 4~5시간을 길에다 쏟는다. 학생들이 학교에 머물러야 지역문화도 발전하고 지역 소비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 통학으로 몰리니 학생들은 공부에 전념할 수 없고 지역사회에도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세명대 총학생회가 발표한 성명서 일부. 원룸협회에 요구하는 주요 내용이다. ⓒ 황금빛

협의체 구성 요청했지만, 임대업자 묵묵부답

세명대 총학생회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원룸협회에 협의체 구성을 요청했다. 충주의 한국교통대학교 원룸 협의체가 모델이다. 한국교통대의 경우 원룸촌 구역을 나눠 총학생회가 관리하고 원룸협회 임대업자들이 총학생회와 협의해 합의점을 찾는다.

세명대 총학생회 측은 “기자회견 때 원룸협회와 대화를 위한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지만, 아직 원룸협회로부터 아무런 답이 없다”고 답답해한다.

내년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차기 총학생회 집행부는 겨울방학 때 원룸협회 임대업자들을 만나 2017년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총학생회 측은 “학교 측이 나서 대화를 연결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원룸협회 “기자회견 뒤 별다른 진전없다”

현재 학교 앞 원룸협회는 4곳이다. 각 협회 회장들은 서로 모여 정보를 나눈다. 관계자를 만나 봤다.

원룸협회 관계자는 “작년에는 세명대 총학생회장이 먼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눴지만 올해는 총학생회장이 협회와 먼저 만나지 않고 원룸 문제 관련 현수막부터 내걸었다”며 “현수막을 건 이후 한 번 만나기는 했지만, 기자회견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만나자고 하면 당연히 대화에 응할 것이다”라고 덧붙인다.

▲ 세명대학교 캠퍼스에 걸린 원룸 문제 관련 총학생회 현수막. ⓒ 황금빛

학생들은 월세전환과 임대료 인하 원해

학생들은 매월 임대료를 내는 월세 전환을 주장한다. 하지만 원룸이 모두 개인 사업이다 보니 계약기간과 가격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룸협회 관계자는 “임대업자의 경우 갑자기 방이 비어버리면 원룸 운영 수지가 맞지 않아 사업자들끼리 서로 의견을 좁히기 쉽지 않다”고 털어 놓는다. 그래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원룸비를 내는 학생들도 있는 만큼 보증금을 받고 월세는 나눠 내게끔 하자고 소속 회원들을 설득 중이다”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학생들이 요구하는 임대료 30% 인하는 한꺼번에 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학생뿐 아니라 임대업자, 대학, 시청, 정부 나서야

이에 대해 제천 시내 부동산 관계자는 학교 앞 원룸 가격 합리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학교 근처 지역 건축비가 비싼데다, 새로 건물을 짓다 보니 시내보다 비싼 가격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사회는 대학에 사활을 건다. 대학이 있는 도시와 없는 도시의 경쟁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대학으로 지역사회 이미지가 개선되고 경제가 활성화한다면 대학의 주인인 학생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귀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학생과 임대업자뿐만 아니라 학교와 시청, 나아가 정부가 함께 모여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편집 : 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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