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월드] 미국 대법원이 정할 소수자 권리의 미래

“낙태권을 각 주에 돌려줄 판사를 임명할 계획이다. 동성결혼은 이미 정착되었으므로 괜찮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일요일 13일 저녁 방영된 미국 지상파 TV CBS의 '60Minutes'에 출연해 들려준 일성이다.

CBS의 여성 앵커 레슬리 스탈은 이날 '60Minutes'에서 트럼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엎을 판사를 임명할 것인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이란 낙태권을 합법화한 1973년 미국 대법원 판결을 가리킨다.

▲ 미국 대법원. ⓒ 가디언

연방 차원이 아닌 주차원에서 낙태 합법화 여부를 결정하면 낙태 수술시 낙태가 금지되는 주에서 허용되는 주로 여성들이 이동하는 불편을 겪게 될 것이다. 그는 “다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답 역시 명료했다.

“나는 생명을 지지한다. 판사도 생명을 지지할 거다.”

그렇다면 낙태를 금지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다. 이어지는 그의 발언을 보자.

“만약 연방대법원에서 낙태와 관련 결정이 뒤집어진다면 주 법원으로 결정이 되돌려질 것이다.”

여성들의 낙태 권리 박탈 결정이 주마다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동성 결혼은 이미 법제화된 것”

동성 결혼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낙태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CBS 앵커 스탈이 2015년 오버지펠 대법원 판결로 합법화된 평등한 결혼 지지 여부에 대해 물었다. 짐 오버지펠(Jim Obergefell) 이란 사람이 20년간 동성 부부로 살다 2015년 부부허락을 얻은 판결이다.

트럼프는 “그 판결은 로 대 웨이드 판례만큼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내 의견을 밝히기엔) 그건 부적절하다”는 답을 내놓는다. “이미 정해진 사안이다. 법이다. 대법원에서 판결됐으니 내 말은 이미 끝났다는 의미다”라고 이유를 밝힌다. 트럼프 정부에서 동성 결혼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모순되다. 낙태 문제도 이미 39년 전 대법원에서 판결된 것인데, 그걸 다시 뒤집으려 하니 말이다.

총기를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사용할 권리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후보시절부터 시종일관 갖고 있는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 트럼프는 “그런 권리들을 옹호하는 판사들이 대법원에 있기를 원한다”는 말로 총기를 규제하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클린턴 특검 수사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

트럼프는 이날 '60Minutes'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전국민 의료보험 가입을 목표로 추진한 ‘오바마 케어’ 정책을 유지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혀 관심을 모았다. 선거 과정에서 그는 오바마 케어 정책을 반대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형편없는 의료복지 정책에 시달리는 미국 하위층 국민에게는 다소 희망적인 입장 변화다.

변화된 정책은 그것만이 아니다. 불법 이민자를 모두 강제 추방하겠다는 공약에서 한발 물러섰다. 우선 범죄혐의가 있는 미등록 이주민 300만 명을 강제 추방할 것이라는 계획은 강력한 반(反) 이민법 시행에서 다소 완화된 입장이다.

대선과정에서 지난 10월 두 번째 TV토론을 벌이며 “클린턴이 징역형도 가능하다”는 극한 발언을 내뱉었던 트럼프. 클린턴의 사적 이메일 서버 수사에 특별검사를 임명할 계획이냐는 앵커의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겠다”고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우리가 이야기해왔던 다른 것들에 집중하자”며 말꼬리를 돌렸다. 대선과정의 앙금을 털고 ‘화해’의 길로 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그의 정책, 특히 대외정책 하나하나는 주변국에 큰 파문을 가져온다. 특히 우리가 그렇다. 트럼프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기사 원문 링크]

https://webcache.googleusercontent.com/search?q=cache:nUrs6AcmRFIJ: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16/nov/14/trump-supreme-court-abortion-same-sex-marriage+&cd=1&hl=ko&ct=clnk&gl=kr&safe=vss


IS, 히잡, 국제유가, 그렉시트, 브렉시트, 스위스 국민소득, 인종갈등, 미국대선, 일대일로, 지카 바이러스, 사드, 북핵... 외신을 타고 매일 쏟아지는 뉴스 소재다. 이를 제대로 모르면 현대 세계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무역, 안보에서 생존을 보장받기 힘들다. 인류역사가 제국주의 시대로 변모한 이후, 자본과 권력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뻗는다. 냉혹한 국제 정치, 경제 무대에서 자본(Capital)과 힘(Hegemony)의 논리를 제대로 꿰뚫어야 하는 이유다. 단비뉴스는 <단비월드>를 통해 국제사회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표면적인 움직임과 그 이면의 실상을 파헤친다. 난마처럼 얽힌 우리 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세계평화와 인류 행복을 증진하는 열쇠를 얻기 위해서다. (편집자)

편집 :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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