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창업 동아리] ① 바이오 굼벵이

청년실업률 8.9%.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자는 쏟아지는데 일자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답답한 청년들이 직접 나섰다. 곤충, 혈액, 나무 등 생소한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도모하고 있는 충북 제천에 위치한 세명대학교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그 주인공이다. 단비뉴스 청년팀이 쌀쌀해진 가을 날씨를 비웃듯 창업열기로 가득 찬 그들을 찾아갔다. (편집자)

 바이오굼벵이

 파란피

 WOOD CASE

지난 27일 오후 2시,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학생회관 3층의 한 동아리방을 찾았다. 바닥에 깔린 신문지 위에 두엄 같은 게 놓였다. 수업을 마치고 동아리방에 모인 6명의 학생들이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다루는 중이었다. 학생들 표정에 애벌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지난 방학 동안 밥 주러 왔었잖아. 걔네들이 낳은 새끼들이야” 동아리 회장 최도혁(20) 군이 뿌듯한 듯 동료들에게 말한다.

▲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 ⓒ 황금빛

학생들은 그동안 키운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분리해 수를 셌다. “한 통에 너무 많이 들어가면 서로를 잡아먹기 때문에 분리하는 거예요” 친절한 설명이다. 애벌레 똥을 걸러내고 톱밥을 갈아준다. 전염병이 돌면 죽기 때문에 깨끗하게 관리해 주는 게 필수다. 학생들이 애벌레를 애지중지 다루는 건 곤충 식품 실험을 위해서다. 최근 식용 허가가 난 장수풍뎅이의 경우 독소 빼는 기술이 완전하지 않아 식품으로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나중을 위해 일단 번식 작업을 해 놓는 것이다.

세계 곤충 식품 시장 2007년 11조 원에서 2020년 38조 원으로

‘바이오 굼벵이’. 세명대학교 한방바이오융합학과 학생들이 모여 만든 취업·창업 동아리 이름이다. 곤충으로 약재를 만들고 나아가 식품까지 만들겠다는 포부가 당차다.

곤충은 예로부터 한방에서 약재로 많이 쓰였다. 이제 질병 치료를 위한 약재를 넘어 식품의 자리까지 넘본다. 인구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부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양질의 대안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FAO) 조사 결과 이미 전 세계 20억 명가량이 식용곤충을 먹는다. 그렇다 보니 곤충산업 시장 규모도 날로 커진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은 국내 시장 규모가 2009년 1,570억 원에서 2020년 7,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곤충 시장 규모는 이미 2007년에 11조 원에 이르렀고 2020년에는 3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번식한 곤충 직접 요리해 먹어보며 식품화 실험 진행

‘바이오 굼벵이’는 눈앞에 불쑥 찾아온 미래 산업을 책임지겠다는 학생들의 결기가 빚어냈다. 학교에서는 학기당 75만 원을 지원받는다. 돈은 곤충을 사는 데 주로 쓰인다. 세명대학교 자연약재과학과 임병옥 교수 지도 아래 계획을 짜고 연구를 진행한다. 지난 학기부터 곤충번식을 시작해 이미 ‘흰점박이 꽃무지’와 ‘밀웜’를 판매 중이다. 2학기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나선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화, 즉 곤충 식품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려면 직접 먹어봐야 한다.

▲ 학생들이 번식한 밀웜. ⓒ 황금빛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식용 곤충 ‘밀웜’으로 직접 요리하고 맛 품평회도 했다. 동아리 회장 최 군은 “밀웜의 똥을 빼고 물로 데친 뒤 튀겼다”며 “고소한 맛이 난다는 평이 많았다”고 뿌듯해한다. 김치부침개에 파 대신 밀웜을 넣거나 스파게티와 샌드위치에도 넣어봤는데 역시 반응이 좋다. 건조하거나 갈아서 음식에 넣어 먹는 방법도 시도해볼 참이다.

▲ 흰점박이꽃무지 관련 논문을 보며 이야기하는 모습. ⓒ 황금빛

곤충 식품 풍부한 영양과 뛰어난 경제성으로 호평

곤충 식품이 좋은 이유는 우선 ‘뛰어난 영양’이다. 단백질이 풍부하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육류의 단백질 함량은 25% 이하인데 반해 밀웜의 단백질 함량은 46.8%다. 두 번째 ‘경제성’이다. 좁은 공간에서 대량 번식시켜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으니 투자 대비 효율이 높아 경제성이 뛰어나다.

학생들은 이날 논문을 훑어보고 함께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음 시간에 실험할 곤충으로 ‘흰점박이꽃무지’를 골랐다. ‘흰점박이 꽃무지’가 간에 좋고 항암효과까지 있다는 논문 내용을 읽고 이를 연구해 상품화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흰점박이 꽃무지’는 이미 학생들이 대량생산해온 곤충이다. 다음 시간에 말려서 먹어보며 논문과 연관해 사업화할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20살 학생들의 가능성 있는 도전

학생들은 동아리에 가입한 이유로 곤충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취업과 관련한 미래 발전 가능성을 들었다. “창업을 하고 싶다”는 김수진(20) 양이나 “아직 미지의 영역인 블루 오션이라 기회가 많을 것 같다”는 우형석(20) 군의 말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들은 가까운 미래에 창업한다는 목표가 있다. 무한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곤충 식품은 장기간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아직 곤충 식품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인 인식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이들은 20살이다. 열정만큼 도전의 길과 가능성이 무한대로 열려 있다. 한발 한발 내딛는 부단한 실험과 시행착오 속 결과물에 미래의 식량문제를 풀 답이 들어 있을 게 분명하다.


편집 : 민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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